밀집사육·항생제, 값싼 '치킨' 불편한 진실

친환경 무항생제 축산물 소비로 농가 살리고 아이도 건강하게!

문흥수 기자 | 기사입력 2011/05/03 [10:18]
[브레이크뉴스=문흥수 기자] 전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육종 중 하나인 닭. 우리나라도 점차 서구화된 식단으로 변해가며 고기 소비가 급증하자, 축산농가에서도 최소한의 공간에서 대량으로 키우며 공급을 늘려나갔다. 이에 따라 철창에 가둬두고 키워내는 ‘공장식 양계장’이 보편화됐고, 수 만 마리의 닭이 층층이 머리만 내밀고 사는 닭 공장에선 매달 닭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고기 수요는 맞췄지만 사육장 환경은 학대 수준에 가까워졌다. 산란계들은 겨우 몸이 들어갈만한 케이지 안에 갇혀서 산란능력이 저하될 때까지 알을 낳았다. 육계는 산란계보다 조금 처우가 좋기만 열악하기는 매 한가지다. 생산성을 위해 햇빛은 물론, 바람도 잘 통하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서 발디딜 틈 없이 빽빽한 공간에서 사육됐다.

이 같은 밀집 생활은 닭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스트레스를 못 이긴 닭들은 점차 면역성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됐고 폐사하는 닭의 수도 그만큼 많아졌다. 축산농가 입장에서 폐사는 농가 수익과 직결된 문제다. 때문에 다량의 항생제를 사료에 섞어 줌으로써 폐사를 예방했고, 농가 수익은 극대화됐다. 

또한 축산 농가들은 농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사료에 섞어서 먹여 닭들을 초고속으로 성장시켰다. 성장촉진제를 과다 복용한 닭들은 깃털이 채 자라지도 않았지만 몸무게는 이미 1kg을 넘어섰다. 심장과 폐가 몸의 급격한 성장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닭들 대부분은 온 몸이 부어 올랐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닭들은 1.5kg이 되는 30일~ 35일경이면 사람들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계장으로 향했다.

자연 상태로 자란 닭들의 수명은 보통 25년 정도이다. 따라서 최소한 ‘영계’라도 되려면 6개월 이상은 지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닭은 2달도 채 안된 ‘병아리’들이다. 인간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주기위해 닭들은 제 수명의 200분의 1도 살지 못한 채 짧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더욱이 인공 부화된 병아리들 중 약 40%에 이르는 수평아리들은 태어나자마자 분쇄기 속으로 들어간다. 알도 못 낳고, 육계로서도 별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암평아리들 도 사실상 ‘지옥’을 경험한다. 일부는 케이지에 갇혀 죽어라 알만 낳는 산란계 공장으로, 일부는 육계 공장으로 보내진다, 이후 온갖 영양제와 항생제를 넣은 사료를 먹으며 한달 반 인생의 레이스에 돌입한다. 이것이 우리가 즐겨먹는 ‘치킨’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다. 

인간에게 최대의 즐거움인 먹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닭. 산업 동물이기 앞서 생명체인 그들이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권리는 없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싼 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인간의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는 밀집 축산과 과도한 항생제 남용 실태에 대해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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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력과 항생제, 그 악순환의 고리

한국동물복지협회와 참여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육류 1톤당 항생제 사용량은 스웨덴의 24배, 노르웨이의 18배, 미국의 3배에 이른다. 연간 약 1500톤의 항생제가 가축 질병 치료뿐 아니라 성장 촉진의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비록 축산물이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항생제 내성률이 생겼다 하더라도, 이것이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근거는 확보된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인수공통 항생제 사용에 따른 위험성을 배재 할 수 없는 만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항생제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 추세에 발 맞춰 항생제 과다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 7월 1일부로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미흡한 것은 사실이다. 

한 수의학과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다 보면 가축들은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서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며 “그러면 치사율도 아무래도 높아지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백신을 더 넣어야 하고 항생제를 더 넣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가에선 항생제를 다량 투여해 폐사를 막고 있다”면서 “문제는 축산물 속 세균들도 항생제에 저항하도록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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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과다 투여, 축산농가만의 양심불량? no!

하지만 이를 두고, 축산농가만을 탓할 수 없는 노릇이다. 급증한 육류 소비는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축산농가의 사업 확장으로 이어졌고, 더불어 싼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망과 맞물려 들어가면서 축산농가의 공장식 밀집 사육은 소비자와 생산자간 암묵적 동의에서 비롯된 필연적인 결과였다.

최근 현대인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닭고기를 포함한 백색육이 저지방,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에 고단백 다이어트 웰빙 건강식으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닭고기의 소비량이 증가했다. 2005년부터는 소고기 소비량을 추월해 국내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약 12.7kg으로, 16kg을 기록한 돼지고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수요 증가로 국내 총 사육 두수는 급격하게 늘었지만 축산농가 수는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축산업계도 산업화‧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기업형 축산’ 늘어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축산물을 밀집해 키우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더 싼 제품에만 지갑을 여는 소비 심리도 '공장식 밀집 축산(factory farming)'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무조건 값이 싼 물건만 집어드는 소비 패턴이 계속되는 한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밀집 축산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울러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펼치는 저가 공세도 이 같은 밀집 축산을 초래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축산농 “우리도 친환경 축산 모르는것 아닌데 현실이...”

따라서 밀집 축산을 포기하고 친환경 축산으로 돌아서기는 농민들에게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정직하게 기른, 질 좋은 축산물마저 막상 시장에 나가면 일반 고기와 똑같이 취급되기 때문이다. 한 경기도에서 양계장을 하는 한 농장주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비싸게 팔기 위한 상술이라고 생각하지만 않아도 다행”이라고 푸념했다. 

한국가금산업발전협의회 관계자도 “친환경 축산이 좋다는 걸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다"라며 "더 잘 키웠으면 더 많은 돈을 주고 구입하는 게 맞는 것인데, 현재 소비문화 자체가 그렇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fta, ai 등으로 양계농가의 한숨이 깊어져 가는데 대형마트들은 생산비 이하로 닭고기를 판매해 생산자들을 사면초가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며 "한 대형마트는 1000원에 생닭을 판매했다. 현재 병아리 한 마리가 800원인데, 대체 생닭 1000원은 어디서 나온 가격인가. 자본의 힘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전 양계농가를 시름에 빠뜨리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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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먹거리에 지갑 여는 소비자 늘어야

물론 과거에 비해 친환경 농축산물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올바른 먹거리에 올바른 가격을 지불하고 먹는 현명한 소비자들도 많이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기혼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2%가 '축산농가의 동물 사육 방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52%가 ‘건강에 좋아서’이며, 이외 ‘질병 발병률을 낮추기 위해’ 30%, ‘동물의 인도적 대우를 위해’ 12%, ‘맛이 좋아서’가 6% 순이었다.

또한 78%는 '돈을 더 주고서라도 동물 복지형 축산물을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현재 축산물 유통 구조의 문제점을 소비자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정작 소비자의 선택은 달랐다. 계란은 '비싸도 친환경 식품이라면 사겠다'는 의지가 가장 높았던 품목이지만, 실제 대형마트들의 친환경 계란 매출은 전체 계란 매출의 10%대에 그쳤다.

축산물 해썹(haccp) 인증 모르는 소비자가 태반

정부도 손만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친환경 축산물 유통과 소비 촉진을 위해 다양한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좋은 먹거리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친환경 축산에 관한 인증제는 △유기농 축산물 인증(항생제·호르몬제가 포함되지 않은 유기농 사료만 먹은 축산물)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항생제가 포함된 사료를 먹지 않은 축산물) △환경친화 축산농장 인증(밀집사육 지양한 동물복지형 농가)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축산물의 생산·가공을 위생적으로 관리) 등 4가지로, 인증 농가 역시 2010년 현재 6265곳에 이른다.

문제는 친환경 식품임을 구별하는 유일한 지표인 이들 인증제도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다. 

경기도에서 양돈업을 하는 한 농장주는 “농민 입장에선 친환경 축산은 여러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기농으로 힘들게, 깨끗하게 키웠어도 알아주는 소비자가 없다면 밀집 축산을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축산물 인증제도도 정부와 농가만 알고 있고, 정작 소비자는 모르고 있다”면서 정부의 홍보 부족을 꼬집었다.


▲ 홍현래 씨의 '세계치킨' 농장(http://www.segyechicken.co.kr/). 무항생제 친환경 닭들이 농장 나무 그늘 아래에서 놀고 있다.      © 브레이크뉴스

희망은 있다! 친환경 축산에 도전하는 농가

열악한 상황속에서도 전혀 다른 형태로 닭을 키우는 곳이 있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 대흥리에 위치한 ‘세계 치킨’ 홍현래 씨의 농장이다. 2007년, 정부로부터 무항생제 농가로 공식 인증을 받은 그의 농장에서 한국 축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한 축사, 멀리까지 진동하는 가축 분뇨 냄새는 그의 농장에선 찾아볼 수 없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밀폐식 사육장이 아닌 햇빛과 바람이 통하는 사육장이다. 이곳 닭들은 햇볕과 상쾌한 바람을 즐기며 무리지어 장난도 치고 활달하다.

홍 씨는 “사육 환경을 친환경적으로 바꿨더니 자연적으로 닭들의 면역력이 좋아졌고 항생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강조했다. 폐사하는 닭의 수도 급감했다고 전했다. 인간의 먹는 즐거움 제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육되지만 이곳의 닭들에겐 최소한의 편의는 보장돼 있는 것이다.

“최근 구제역 대란은 과도한 항생제 사용과 밀집 사육에서 온 것이죠. a4 용지만한 작은 케이지에서 크는 닭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되고 자연스레 면역력도 떨어집니다. 때문에 농주들은 폐사를 막기 위해 항생제를 과다 투여하게 되죠. 악순환의 반복인겁니다”

홍 씨는 구제역의 1차 원인으로 사육 환경을 꼽았다. 사육환경이 좋다면 닭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고, 그렇다면 면역력이 높아져 굳이 항생제를 먹이지 않아도 건강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항생제는 질병의 원인이 되는 ‘박테리아’를 몸 안에서 제거하기 위해 개발된 성분이다. 그러나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체내의 박테리아가 스스로 형태를 바꿔 항생제의 공격을 피하거나 항생제의 작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분해하는 강력한 형태의 ‘슈퍼박테리아’로 변모할 위험을 가진 ‘양날의 검’이다. 

그러나 그의 농장 어디에서도 항생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성장촉진제도 마찬가지. 일반적으로 사료에 항생제가 섞여서 판매되고 있지만 그는 항생제가 전혀 첨가되는 않은 사료를 특수 주문해서 먹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100% 무항생제 사료만을 먹입니다. 정부는 닭이 질병에 걸리면 항생제를 처방해 치료를 한 뒤, 항생제가 체내에서 모두 배출되는 5일 후부터 무항생제 닭으로 판매해도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절대 항생제를 쓰지 않아요. 우리 닭들의 자체 면역력을 믿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되도록 놔두고 있어요. 무항생제 사료이외에도 참다래 발효액과 미네랄 성분 등을 사료에 섞여서 먹이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닭보다 건강한 닭은 없을걸요?”

또한 그는 “우리 닭은 무항생제로 길렀기 때문에 호르몬 불균형을 가지고 올 소지가 높은 성장 시기에 있는 어린이들과 아토피 환자들에게 가장 좋다”며 “가격은 일반 공장닭 보다 비싸지만 몸에도 좋을뿐더러 일반 공장 닭보다 맛이 있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 씨의 자부심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그는 유통업체에도 배짱으로 장사(?), 물건을 납품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만큼 자신이 키우는 무항생제 닭에 자신이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그 역시도 어쩔 수 없는 축산 유통의 현실에 대해선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우리 같은 사람이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 축산물의 질이 좋아지고 국민들도 좀 더 바르고 깨끗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소비자 심리가 계속해서 값 싼 물건만 찾는다면 생산자도 소비자 성향에 맞춰 공장식 닭을 생산할 수 밖엔 없죠. 현명한 소비자가 늘어 제2, 제3의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바른 먹거리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많아져야 건강과 가축의 복지까지 생각하는 친환경 축산농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홍 씨는 “저희 제품을 한번 먹어본 소비자 대부분은 단골로 변한다. 농가입장에선 밀집 축산보다 여러모로 희생을 갘수해야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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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족오 2011/05/03 [19:54] 수정 | 삭제
  • 하림 등 축산기업들의 수매가의 횡포가 있는 한은 한국 축산의 항생제 과다는 결코 줄지 않는다.
    면적당 두수를 줄이면 난방비.사료비.축사 건축비가 상승하게 되는데 축산유통기업들은 자신들의 순익계산에만 몰두하는 현실속에서 축산농가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밀집사육과 항생제 과다사용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다음순으로는 대형마트의 납품가격을 후려쳐서 순익을 증대하려는 구조도 문제이다.
    결론은 좋은 축산물을 먹으려면 그만큼의 머니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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