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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돕는 性 자원봉사…어쨌기에 말도 탈도 많나?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2/01/09 [14:09]
최근 ‘성 자원봉사자’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성 자원봉사’란 말은 지난 2005년 일본의 가와이 가오이가 쓴 <섹스 자원봉사>라는 책이 번역 소개되면서 처음 언급된 단어이다. 이후에 ‘섹스 자원봉사자’란 말은 ‘섹스 도우미’, ‘성 도우미’란 단어로 쓰여지고 있다. 정확한 개념은 파트너가 없거나, 있어도 성관계를 갖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성 도우미’의 개념과 범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흔히 말하는 ‘성 도우미’라는 말은 파트너가 없는 장애인에게 자위에서부터 성관계까지 해주는 그러니까 쉽게 말해 섹스 파트너를 말한다. ‘성 도우미’를 원하는 것은 대부분이 남성 장애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제공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그러나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순수한 의미로 ‘성 자원봉사’를 해주는 여성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이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라고 보아야 한다. 국내에서는 성인사이트나 카페 같은 곳에서 ‘성 도우미’를 구하거나 연결시켜주는 곳들이 간간이 존재한다. 그러나 구하는 사람, 제공하겠다는 사람 모두 남성이다. 그리고 제공자 남성들의 의도는 대부분 순수하지 못하다.
 

최근 CBS는 장애인의 성 봉사자 논란을 이끌어 냈다. CBS 보도에 따르면 김정민(가명·27)씨는 절박했다. 7살 때 동물원에서 곰에게 과자를 던져주다 오른팔을 물려 팔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뒤, 돈이 없이는 여자도, 친구도 사귈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인터넷에서 조건 만남으로 ‘여자친구’를 만나려 했다. 하지만 한쪽 팔이 없어 여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김씨는 한 후배가 알려준 방법대로 채팅을 해서 여자를 만났다. 이 중 80%는 김씨의 모습에 놀라 도망을 갔다. 하지만 300만원을 주겠다는 약속에 16세 여학생은 성매매에 응했다. 그러나 김씨는 성관계가 끝난 뒤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났다. 과거에도 김씨는 비슷한 수법으로 실형을 살았고, 지난해 3월 출소한 뒤였다. 김씨는 경찰 조사결과 “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자꾸자꾸 했다”면서 “중독 같다. 여자 문제만 아니면 감옥 들어올 일도 없었을 텐데”라고 말했다.

전신마비인 최명진(가명·44) 씨도 최근 성인 사이트에서 조건만남을 내걸고 ‘애인’을 구했다. 꼼짝 없이 침대에 누워 살며 전신마비 아픔에 매일이 고통스럽지만 나이가 들수록 진해지는 외로움 탓에 그는 “하루하루 허벅지를 바늘로 찌르는 심정”으로 견디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 자원봉사자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 성욕을 해결할 수 없는 일부 중증 장애인에게 성욕해소를 지원해 주는 이른바 ‘성 자원봉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성 자원봉사는 지난해 이를 소재로 한 영화 ‘섹스 볼란티어’(감독 조경덕)가 개봉되면서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에 대해 일부 장애인들은 ‘장애인도 성 욕구를 해소할 권리가 있다’며 성 도우미 제도를 합법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뇌성마비 1급의 장애인 남성 A(38)씨는 “나는 성을 느끼고 알고 있는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인간으로 태어나서 경험도 안해보고 산다는 건 너무 억울하다”며 “성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 자원봉사자, 자신의 성욕 해결

사회적인 시선과 안전망 구축이 미미한 가운데, 우리 사회는 성 자원봉사자에 대한 판단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성 자원봉사자로 나선 남성들이 장애 여성과의 성관계를 통해 자신들의 성적 욕구를 해결하려 한다는 말이 나왔다.

장애인 친목 도모를 주제로 한 인터넷 카페에서는 한 남성이 “돈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장애우들과 함께 같이 지내고, 애인처럼 지내고 싶다”면서 “몇 번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카페 가입자는 ‘성 봉사자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애를 가지고 있는 여성 분이 원하는 선까지 도와줄 수 있다”며 “비밀은 확실히 보장해 주겠다”고 말했다.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카페 가입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하루 종일 밖에서 데이트를 한다.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모텔이나 집으로 가서 관계를 갖는다. 모든 데이트 비용은 여성측에서 내고, 마지막에는 차비조로 5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성 봉사자를 핑계로 변태행각을 일삼는 이들도 있다. 실명 거부를 밝힌 한 여성은 장애를 가진 자신의 언니를 위해 남성 성봉사자를 찾았다. 이 남성은 장애인과의 데이트와 잠자리를 대가로 10만원을 요구했다. 데이트 후 집으로 돌아와 관계를 가지려던 순간, 남성은 장애 여성의 동생에게 “언니가 몸이 불편하니 좀 도와달라”면서 동생을 방으로 끌어들였다.

이 남성은 방문을 닫은 후 동생에게 “언니와 관계를 가지려면 발기가 되어야 하는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 되지 않는다”면서 “동생 분이 좀 도와줘야겠다”고 말했다. 결국 동생은 이 남성의 요구에 응했다. 이 여성은 “사실상 추행을 당한 것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언니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장애인을 위한 ‘성 도우미’ 제도가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되기 시작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사람들에게 이 일은 돌보는 일인지 아니면 매춘인지조차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뉴스는 몇 년 동안 스위스에서 성 도우미로 일해온 자크 아르누의 경우를 기사화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0세의 나이에 세 아이를 둔 기혼자인 그의 일은 장애인들의 애정과 성적인 관심에 대한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자크는 자신이 하는 이런 일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나서는 보기 드문 사람 중의 하나다. ‘성 도우미’란 직업이 법적으로 인정된 지 8년이 넘은 이 나라에서조차 이 문제는 금기시되는 주제에 속한다. 자크는 장애인들에 대한 성적인 도움이 흔히 잘못 이해되고 있으며 “일반인들에게 인식시켜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성적인) 판타지와 기대, 욕망, 좌절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연합뉴스는 이어 1990년대부터 마사지사로 일해온 굿의 상황도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누리지 못하고 있는 성적인 애정”을 주기 위해 ‘성 도우미’ 자격증까지 따냈다. 굿은 장애인들의 성욕구 충족 문제에 대해 “일부는 포르노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 성 도우미 교육과정을 밟은 사람은 10여 명 정도이다. 성 도우미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전문 기관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선발 요건 중의 하나는 이 일이 주업일 수 없다는 것으로 결국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이 이 일을 부업으로 할 경우에만 선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성 도우미를 교육하는 성교육자인 카테리네 디제렌스는 “성 도우미는 그 자체로는 직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이 있지만 스위스에서 성 도우미는 돌보미라기보다는 매춘과 비슷한 사회적 취급을 받고 있다. 이들이 서비스에 대해 돈을 받고 비용을 전액 장애인 고객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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