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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잉여현금, 은행권 “못 받는다” 왜?

120조 현금 범람에 역마진 현상 및 내부 부서간 충돌 속출

정민우 기자 | 기사입력 2014/07/24 [11:20]
브레이크뉴스 정민우 기자= 대기업들이 넘쳐나는 자금을 은행에 맡기려고 하지만, 돈이 너무 많아 받지 않는 은행들이 속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기업예금은 지난달 말 53조2000억원과 38조3000억원으로 2년전 보다 5조3000억원(11.1%) 및 4조3000억원(12.6%)씩 늘어났다.
 
아울러 같은 기간 우리은행은 7조2000천억원(9.0%)이 증가해 86조8000억원, 신한은행은 6조4000억원(8.8%)이 늘어난 79조3000억원의 기업예금을 보유하게 됐다.
 
국민은행(73조원)과 기업은행(45조1000억원)을 합친 6개 주요 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총 375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은행들이 받는 기업예금은 기업 입장에선 여유자금으로, 대규모 결제나 투자를 앞두고 짧은 기간 돈을 맡겨두는 일도 있지만 대부분 잉여 현금흐름이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국내 100대 대기업의 잉여현금흐름이 120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으며, 이는 2013년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은행은 최근 한 지방은행의 기업예금 유치 요청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예금을 연 2.5%의 우대금리로 받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은행 측은 “꼭 받아야 하는 거래관계 기업이 아니면 역마진 자금이 되기에 실무선에서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즉, 서로 자금이 넘쳐나다보니 예금을 경쟁 은행에 넘기려 하고, 이를 거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예금 유치를 놓고 은행 내부에서 영업 부서와 자금 부서가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을 ‘고객’으로 모셔야 하는 영업 부서가 기업예금을 유치하면, 이 자금을 굴려야 하는 자금 부서가 퇴짜를 놓는 셈이다.
 
한편, 기업들은 돈을 쓰기 싫어서 남아도는 게 아니라 쓸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신규 투자 관련 기획안이 수도 없이 쌓여 있지만, 각종 규제와 노사 문제 등으로 검토만 하고 보류된 상태라는 것.
 
이처럼 자금이 기업의 여러 예금계좌에 묶이다 보니 한국은행이 아무리 기준금리를 낮추고 자금을 풀어도 시중에 도는 돈은 줄어들고 있다.
 
실제, 한은의 통계를 바탕으로 계산하는 통화승수(계절조정)는 지난 5월 19.4배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승수는 중앙은행이 푼 자금이 시중에 얼마나 잘 도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통화승수가 낮을수록 경제의 활력이 둔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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