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국 정치개혁,흐르는 강물처럼 가야한다!

정치적 수구집단이 막은 둑 터뜨려 샘물이 바다에 도달할수 있게 해야

권오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5/04/24 [15:01]

우리사회에서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정치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개혁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잘 알지 못하고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개혁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기성 정치인들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짐작할 것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로서 국가의 모든 일을 대행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이다. 그들의 의무는 국민을 대신해서 국가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고, 그 이익의 혜택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대표를 제대로 선출해야하고, 그렇게 선출된 대표는 자신을 뽑아준 국민이나 지역주민의 이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 권오중     ©브레이크뉴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는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을 고위직으로 생각하고 ‘높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들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국민 위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듯 행동한다. 다시 말해 하인이어야 할 사람들이 상전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유권자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평소에 먹지도 않던 재래시장 가판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다. 이런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을 국민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어떤 사건이 발생해서 여론이 나빠지면, 이들은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습니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보면 건방지게 이런 말을 하겠는가?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정치인들 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갖고 있는 인식이 이런데, 어떻게 그들에게 변화와 개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서양에서는 ‘보수’를 ‘conservatism'이라 한다. ‘progress'라고 하는 ’진보‘는 ‘socialism'의 ‘사회주의’성향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둘은 현재 정치적으로 볼 때 우파와 좌파의 개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유민주주의를 인정하고 그 울타리 내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장경제 내에서 이익분배 방식에서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의 좌-우파 정당들의 정당정책과 강령을 비교해 보면 거의 대부분 유사하고, 부의 분배문제에 있어서만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전체의지)를 대변하는 국민정당이라면, 당연히 국민의 원하는 방향을 정강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자칭 ‘보수’와 자칭 ‘진보’ 정치세력의 구분은 정치적 노선에 의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대립적 구도는 그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입지를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영역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것일 뿐이다. 그들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단지 ‘수구세력’일 뿐이다. ‘수구’라는 것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하는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와는 전혀 다른 것으로서 변화를 원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는 식으로 현실에 안주하는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대한민국의 정당은 모두 수구집단이라고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것이 최우선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자신의 파벌을 통한 ‘끼리끼리’ 정치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그들의 관심이 아닌 듯 보여 진다. ‘보수’는 ‘우파수구’ 그리고 ‘진보’는 ‘좌파수구’집단이 되어버렸다.

 

이런 의미에서 ‘우파수구’는 ‘보수’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이들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민당’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군부세력이 합류하여 생성된 기득권을 지키기에 급급한 집단일 뿐이다. 또한 ‘좌파수구’도 역시 ‘진보’라고 할 수 없다. 이들도 역시 ‘한민당’이라는 뿌리에서 출발했으며, 중간에 소위 ‘민주화 세력’이 합류하여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민주화 세력’이라는 집단은 과거에 한 때 자신들이 독재에 항거한 전력만을 내세울 뿐, 현재 자신들이 수구화된 모습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수십년 동안 자신들의 ‘민주화 운동’ 전력을 내세우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개혁’이라는 것은 흐르는 시냇물과 같은 것이다. 샘물이 발원하면 흘러서 바다까지 도달해야 한다. 그런데 처음에 누가 그 시냇물을 막고 자신들만 그 물을 마시려 한다면, 그 물은 반드시 썩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그 물을 아래로 절대로 흘려보내지 않는다. 그러면 그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그 물길을 터뜨려 자신들도 그 물을 마시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물길을 터서 아래로 흐르게 했던 세력은 또다시 그 물을 막고 자신들만이 그 물을 마시려 하고, 그 물은 또 썩게 된다. 그러면 그 아래 쪽 사람들이 또다시 그 둑을 터뜨리려고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 물길이 바다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반복된다. 물길을 막은 둑을 터뜨리는 집단이 개혁세력이라고 한다면, 그 개혁세력은 물길을 열자마자 그 수혜를 독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곧바로 수구세력으로 변하고 만다. 이 말은 누구든 한번 개혁세력이었다고 해서 그가 영원히 개혁세력이 될 수 없음을 뜻한다.

 

우리 사회에서 ‘4.19’와 ‘5.16’이라는 굵직한 개혁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의 주역들은 그 이후 지금까지 이 사회의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60~80년대에 걸친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세력들도 정치권에 진입하여 온갖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개혁이 기득권을 얻는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들은 이전의 수구집단과 싸웠지만, 그 싸움에서 승리한 다음엔 자신들도 똑 같은 수구세력이 되어버린 것이다. 즉, 썩은 물이 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 수구화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지 못하고, ‘민주화 운동’ 전력을 무슨 훈장처럼 평생 동안 자랑하고 있다. 과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모습으로 판단되어야 한다. 한때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그가 영원한 개혁세력인가?

 

도대체 언제까지 ‘민주화 타령’을 할 것인가? 대한민국 역사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했고, 그것을 성취했다면 스스로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능력 있는 다음 주자에게 역할을 넘겨줘야 한다. 다음의 과업은 능력 있는 사람들이 담당해야하는데, 능력이 없음에도 ‘민주화 타령’을 하며 본전을 챙기고 그 열매를 독식하려 한다면 ‘우파수구’ 이상으로 역사에 죄를 짓는 ‘좌파수구’가 되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우파수구’와 ‘좌파수구’ 이외에 선택할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진정한 변화를 원하는 국민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진정한 ‘우파’와 ‘좌파’ 정치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 ‘좌우 수구세력’이 설정한, 호남은 ‘진보’, 영남은 ‘보수’라는 어처구니없는 이분법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건전한 정치세력은 국민이 만드는 것이다. 더 이상 수구집단들의 정치놀음을 용납해선 안 된다.

 

개혁은 흐르는 강물과 같아야 한다. 정치적 수구집단이 막은 둑을 터뜨려 샘물을 바다에 도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여서 썩은 물은 절대로 스스로 정화시키지 못한다. 지금까지 정치적 기득권이라는 썩은 물을 정화시키려면 그들의 기득권(둑)을 무너뜨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참 민주화인 것이다.
diakonie@naver.com


 *필자/권오중.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 (Philipps- Universitaet Marburg) 철학박사 (현대사/정치학 전공). 서울대학교 교육종합연구원 선임연구원 역임. 민주평통 정치외교분과 상임위원 역임. 한국외대 등 다수 대학 출강. 현재 사단법인 외교국방연구소 연구실장. 칼럼니스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