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빚
덕수궁 돌담길 길 너머로
라일락 향기가
형체도 없이 향긋하게 넘어왔네.
달콤한 꽃향기가
나의 코끝에 와 닿았을 때
평소엔 보이지 않았던 담 너머에
수 십년 된 라일락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네.
해마다 4월이면 그랬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향기가 그 높은 담을
살포시 넘어와서
나에게로 다가 왔을 때 몹시도 향기로웠지.
좋은 향기는 결코
한 자리에 붙어있지 않겠지.
불현듯, 나에게 찾아온 향기처럼
삶은 그런 거지
늘 은혜를 입으며 사는 거지.
지난해에도 무심코 걷다가
꽃 빚을 졌는데
올해도 꽃향기 빚을 졌다네.
운이 좋게
라일락 꽃향기를 맞는 날이면
하루 종일
달콤함에 취해있으니 좋네.(4/15/2009)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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