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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 회장, ‘포스트 재벌’ 실험 성공할까?

SK의 도약의 가능성과 위기 <집중진단>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09/08/18 [11:13]
8·15 광복절을 기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면복권된 지 1년이 흘렀다. 분식회계의 아픔을 지울 수 있는 ‘면죄부’를 얻은 이후 최 회장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며 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실제 sk그룹의 체질은 수년 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졌다. 최 회장 자신뿐 아니라 그룹 문화의 근간마저 모두 다 확 바뀌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룹의 국내외 위상은 드높아졌고, 최고 경영자로서 최 회장의 보폭 역시 확대됐다.
 
최 회장은 아직도 명예회복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긴 기업경영을 천직으로 알고 사는 경제인에게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기업을 제대로 일으켜 세워 국가와 사회에 보답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일 것이다. 최근 내수의 안정적 회복과 글로벌 경제위기를 발판으로 도약하려는 최태원 회장과 sk그룹. 도약의 가능성과 위기의 어려움을 진단해 봤다.
 
최 회장 불도저 개혁 일컬어 재계에선 “한국 재벌 고질적 병폐 일소”
분식회계 그후 아픈 만큼 성숙…절치부심 끝에 세계 86대 기업 반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지난 2003년 3월. 당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의 분식회계 사건이 터지면서 최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속돼 경제사범이 됐다. 수사결과 sk글로벌은 회계분식을 통해 총 1조5587억원의 이익을 부풀렸고,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손실 1226억원을 과소계상했다.
 
분식회계 시련 딛고 경영자로 우뚝 

사건이 미친 사회·경제적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sk글로벌은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최태원 회장의 주식 전부가 채권단에 담보로 잡히는 바람에 sk그룹 자체의 존망이 위태로워지는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최 회장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고, 2심에서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후 경영일선에 복귀했지만 그룹을 정상화시키는 데까지 고단한 여정을 걸어야만 했다.
 
▲ sk 최태원     ©브레이크뉴스

최 회장이 절치부심하며 걸어온 과정은 쓰고 힘들었지만 그 열매는 달고 맛있었다.
sk그룹은 지난해 매출 100조원을 달성해 매출 기준으로 세계 86대 기업에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지난해 거둬들인 성적표다.

분식회계의 시련과 충격을 줬던 2003년 40조원에 불과했던 그룹 매출이 5년 만에 100조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그룹 체질도 변모했다. 제조업 수출 비중도 3년 연속 50%를 넘겨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26조6000억원의 수출 실적을 올려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수출기업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같은 성과를 놓고 재계와 sk그룹 내부에서는 최 회장이 분식회계의 파고를 넘어 그룹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2004년 선진형 지배구조 도입이라는 용단을 내린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sk그룹은 2003년 초 시작된 sk글로벌 사태와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으로 그룹이 해체될 위기를 겪었다. 당시 사면초가에 몰렸던 최 회장이 꺼내든 해법은 다름아닌 ‘정공법’이었다.
 
지난해 매출 100조 달성! 그룹체질도 바뀌어 국내 수출기업 2위 기염
올 3월 3기 지배구조 갖추면서 투명경영 강조…우량기업으로 크는 중

 
sk 지분 늘리기 등 그룹내부 현안에도 불구하고 ‘소통경영’ 몸소 실천
휴대전화 분실 후 개인 콘텐츠 보관함 제안 등 ‘아이디어 뱅크’ 역할도


임시방편, 눈 가리고 아옹 식의 위기탈출 해법으로는 당장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sk그룹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던 최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그 결과 2004년 2월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의 사외이사 비율을 70%로 높이는 획기적인 이사회 중심 경영을 전격 도입하기에 이른 것. 사외이사 비율이 70%에 이르면 사외이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특별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도 바꿀 수 있다. 사외이사들이 막강 권한을 쥐게 되는 것이다.

최 회장은 경우에 따라서는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결심을 바꾸지 않고 밀어붙였다. 이를 계기로 sk텔레콤·sk네트웍스·skc·sk케미칼 등 그룹 내 주요 상장 계열사의 사외이사 비율이 평균 60%까지 올라갔다.

2005년 들어서는 비상장 계열사에도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됐다. 이를 통해 사실상 2단계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했던 것이다. 비상장 계열사인 sk c&c가 사외이사 3명을 선임해 사외이사 비율을 50%로 높였다.

최 회장의 불도저 같은 그룹 개혁을 두고 재계에서는 ‘포스트 재벌’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그동안 우리 재벌가를 지탱해 왔던 1인 지배체제나 계열사 간 순환출자, 불투명한 의사결정 과정 등 우리 재벌들이 안고 있던 고질적 병폐와 문제점을 순간에 일소했다는 뜻에서다.

최 회장의 결행 가운데 백미는 바로 구조조정추진본부의 해체. 최 회장은 대신 그 빈자리를 sk의 이사회 아래 투자회사 관리실을 신설하고 2007년 7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채웠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이사회 중심의 1기 지배구조 체제를 벗어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2기 지배구조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 회장은 그룹 개념도 재정립했다.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들의 네트워크’가 바로 그가 새롭게 규정한 그룹의 개념이다.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계열사는 시장원리에 따라 정리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같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 노력이 자양분이 되면서 sk그룹이 글로벌 경제 위기를 딛고 매출 100조원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는 데 재계 관계자들은 공감하고 있다.
 
3기 지배구조 구축, 최회장 글로벌 경영

미래 지향적 그룹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최태원 회장의 행보는 올해 들어서도 쉼없이 계속됐다. 지난 3월 3기 지배구조 체제를 갖추면서 그는 ‘투명경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투명경영을 하지 않고 지배구조의 완성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투명경영과 이사회 중심경영 그리고 책임경영 등 3대 핵심경영을 중심으로 선진화된 기업지배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최 회장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와 sk텔레콤은 2005년 이후 4년 연속 기업지배구조개선지원센터(cgs)가 선정한 지배구조 우량 또는 양호 기업으로 뽑혔다.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2005년 이후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sk그룹의 제조업 수출 비중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50%를 넘어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이같은 노력은 최 회장의 글로벌 행보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유엔 글로벌 컴팩트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로 선임되는 영광을 안았다. 유엔 글로벌 컴팩트는 2000년 7월 유엔이 기업과 단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발족한 전문기구다.

게오르그 켈 유엔 글로벌 컴팩트 사무총장은 “sk그룹은 ungc가 제안한 10대 원칙을 가장 잘 지켜온 기업 중 하나”라며 “최 회장은 기업 내에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사회 책임 경영에 힘써왔다”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얼마 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이사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에 우러나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에 관한 소견을 피력해 참석자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최 회장은 “최근 경제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한국기업의 사회적 역할은 투자, 일자리 창출, 시장의 신뢰 회복 등 기본에 충실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면서 “특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 및 지배구조 등을 고려한 위기관리, 기업윤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등 깨어있는 자본주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 회장의 그룹 경영철학과 향후 그룹의 차세대 동력산업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 실제 sk그룹은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발맞춰 sk건설 등을 필두로 해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주사전환 산 넘어 산

지난 5년간 많은 일을 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바로 지주사 전환이 산 넘어 산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 바로 여기 있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7월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기대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기 때문에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정적인 상태다.

최 회장이 지주회사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것이다.

현재 최 회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sk c&c를 통해 ‘최 회장→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구조를 보이며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sk c&c는 최 회장이 44.5%인 890만주를, 여동생인 최기원씨 10.5%인 210만주를, sk텔레콤이 30%인 600만주를, sk네트웍스가 15%인 300만주를 보유해 주요 주주로 구성됐다.

현행법상 완전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최 회장은 지주사가 될 sk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sk그룹은 sk c&c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계획이었다. 주식 매각 방식으로 sk텔레콤이 보유한 sk c&c 지분 30%와 sk네트웍스가 갖고 있던 지분 15%를 정리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경우 44.5%의 최 회장의 지분은 보유한 채 순환출자 문제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진행이 쉽지 않게 되자 계획에 큰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총수일가의 지분 확보가 대두되고 있지만 sk그룹은 여타 굴지의 그룹들과 다르게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취약한 지배구조를 보이고 있어 이마저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최 회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는 비상장사인 sk c&c를 활용해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식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과연 최 회장이 어떻게 sk의 지분을 늘려갈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금융 자회사인 sk증권 처리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sk증권도 지주사 전환을 위해 매각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관측이다. 때문에 최 회장이 sk증권을 매입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최 회장 마이웨이…경영활동 매진

그룹 내 현안에도 불구, 최 회장은 거침없는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흔들림 없이 최고경영자로서의 본분을 다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몸소 실천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이 그룹 내 소통에 주력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 최 회장은 그룹 내 ‘아이디어 뱅크’로 통할 정도로 임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내는 열린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최 회장은 실제 생활에서 겪은 불편이나, 자사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서비스나 제품 개선, 추가적인 사업동력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것. 

일례로 최 회장은 올해 초 휴대전화를 분실해 그 속에 저장했던 각종 정보들을 잃어버린 데 착안,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는 개인 콘텐츠를 온라인 t월드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휴대전화로 다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개인콘텐츠 보관함 서비스인 티백(t bag)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천에서 진행중인 인천세계도시축전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인천시는 지난 2007년 ‘인천세계도시엑스포’라는 명칭으로 준비를 시작했지만 국제박람회기구의 이의제기로 인천세계도시축전으로 행사명을 변경했는데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엑스포’라는 명칭 사용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는 것.

또 sk그룹은 sk텔레콤과 sk건설, sk c&c가 공동으로 참여, 송도에 u-city 체험관을 건립하면서 인천세계도시축전을 지원하는 과정에서도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으니 하드웨어보다는 업데이트가 쉬운 소프트웨어 중심의 체험관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근 이색사업을 추진, 이목을 끌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호두농사. sk건설이 담당하는 호두농사는 2004년 sk임업이 sk건설의 사업부로 편입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최 회장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에 의해 시작된 사업을 접을 수 없기 때문에 최 회장의 관심도 각별하다는 후문.

sk는 호두농사와 별개로 sk건설을 통해 자작나무 수액을 활용한 건강음료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재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기고 있다. 자사 임업부문 보유의 조림지에서 추출된 자작나무 수액과 수피가 기억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물질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특허출원까지 받아놓고 본격적으로 사업확대를 준비 중에 있다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금 전성기를 향해 열심히 뛰고 있다. 젊은 패기와 건강한 정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몸소 실천하는 바람직한 경영인상을 스스로 정립해 가면서 재벌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해 가고 있다. zizi8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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