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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각각 고개 흔들며 살아가는 행복한 년놈들

“수석동 코스모스”란 시의 전문입니다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09/09/23 [16:54]
수석동 코스모스


한강가 남양주시 수석동 석실마을
마을 앞에는 널 다란 코스모스 밭이 가꿔져 있었습니다.

가을, 어느 일요일 오후
코스모스 꽃들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초가을 꽃잎처럼 만난, 마음 이쁜 사람과
강변을 걸었네요.

코스모스는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이리저리 요리조리 흔들리고 있었네요.
진종일, 오를 수 없는 하늘인줄 알면서도,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뭉게구름 닮은 양 미풍에도 휘둘리고 있었네요.

바람이 거세게 불면, 부는 그 강도만큼, 줄기 채 스러지는 꽃
돌개바람이 불면 정신 못 차리고 동서남북 휘저어 대는 수많은 꽃봉오리들
가진 게 적고, 배운 게 부족한 나약한 민중이 시류에 따라 휩쓸리듯
석실 코스모스는 그런 민중들인양
제 각각 고개를 흔들면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멎고 평온해지자 모든 꽃들은 얌전하게 제 자리로 돌아왔고
아무 일이 없었던 듯 작은 꽃, 하고 많은 꽃잎들은 히죽히죽 웃어대고 있었습니다.
바람에 유약했던 줄기와 잎은
꼿꼿하게 제 몸 추스려 스스로를 평정했습니다.

따라갈 깃발 없이 나부꼈던 줄기와 잎, 꽃 잎사귀
아무렇게나 흐물흐물 흔들리더라도
끝내는 모든 코스모스들이 자기에게로 되돌아와
온 얼굴, 높은 가을 하늘 뜨신 햇볕 향한 채
나풀나풀 웃음 짓는
민중 같은 꽃, 그 꽃밭의 코스모스처럼 웃고 싶었습니다.

누가 코스모스를 줏대 없는 꽃이라고 비아냥댔을까요?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오직 어둠에서만 반짝이는
별들을 쏟아놓은 듯 수많은 코스모스 꽃들, 그 사이
미처 못다 핀 꽃 몽우리가 있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더불어 하염없이 웃음 머금은 채
발이 부르트도록, 동동거리며, 서 있고 싶었습니다.
그 사람과 어깨대고.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 코스모스     ©브레이크뉴스
▲ 코스모스     ©브레이크뉴스
▲ 코스모스     ©브레이크뉴스
▲ 코스모스     ©브레이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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