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단체들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7월 기준 농협 보유 재고 쌀 물량은 41만 여 톤으로 전년 동기(08년 7월)19만 여 톤 대비 200% 이상 증가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농협중앙회가 각 지역농협으로부터 총 10만 톤 규모의 2008년산 재고 쌀을 매입하여, 창고 보관 조치하는 것”을 유일한 대책으로 내놓았다는 게 농민 단체들의 주장이다. “올해 추곡 수매 분까지 감안하면 각 저장고에서 보관할 여유가 없음은 물론 더욱이 ‘쌀 값 폭락’을 부채질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 했다. 쌀 값 폭락은 자연스레 쌀농사 포기로 이어져 올해 벼 재배면적이 사상 최저 규모인 92만 4471ha(논벼+밭벼 합산. 1987년 126만 2324ha, 08년 93만 5766ha)인 현실 앞에서 ‘식량 안보, 식량 주권’을 앵무새처럼 되 뇌이고 있는 정부로부터 여하한의 희망을 찾기란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소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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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농민 단체들은 쌀 소비의 대안까지 내놓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그 대안으로 “남-북 문제 해결은 물론 국내 쌀 문제 해결의 유력한 통로이기도 하였던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 지원, 2002년~2007년 연 평균 대북 식량지원 42만 톤이 현 정부 들어 전면 중단된 것이 올해 쌀 문제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올해 유엔 식량기구의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에서는 총 84 만여 톤의 식량부족분이 발생하여 약 600만 명의 북한 주민이 심각한 식량난을 겪을 것으로 예상 된다’는 내용까지 거론하고 있다.
남아도는 쌀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까지 압박하는 지경에 다달은 것이다. 쌀이 남아돌아 좋은 쌀 막걸리가 유행하고 있는데, 막걸리 제조에 들어가는 쌀의 양으로는 남아도는 쌀을 해결할 소모량이 아닌듯하다. 그런데 올해에도 풍년이 들었다. 풍년이 들면 당연하게 기뻐해야 하는데,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아이러니한 이현상이다. 정부의 쌀 수매가가 낮아진 반면 풍년으로 인해 오히려 남아도는 쌀과 국민들의 지속적인 쌀소비 감소로 인해 논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농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농사를 주업으로 삼는 농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 농민단체중 하나인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이 남아도는 쌀값 대란 문제 해결을 정부에 요구하면서 전국 일원에서 벼 야적 시위를 벌이는 등 파란이 일고 있다. 문제는 전농의 이러한 쌀값 대란 방지 투쟁이 국내 문제로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북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본질과는 달리 우리 정부의 정책 추진에 부담은 물론 남북관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농 등을 중심으로 하는 농민단체(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들은 쌀값 하락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지지 못할 바에는 남아도는 쌀을 대북 지원하여 남아도는 쌀 문제를 해결하고 쌀값 대란을 막는 한편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을 주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이 단체들은 대북 쌀 지원의 법제화를 주장하면서 "민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식량을 안정적으로 담보하는 것이 농민들의 과제"이며 "농민들이 요구하는 쌀 80만 톤을 북한에 보내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부를 깨부셔야"한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전농은 지난 2005년 홍콩에서 개최되었던 제6차 wto 각료회의 시에 대규모 시위대를 파견하여 홍콩에서 불법적으로 농성을 벌이면서 국제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위신을 망신시킨 적이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반대만 일삼는 측면도 있다. 일견 이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여지나, 현재의 남북관계와 북한의 변하지 않는 대남 정책 등을 고려할 경우, 전농의 논리는 크게 비약된 듯하다.
전농측은 "현 정부 집권 후 '비핵개방 3000'으로 북에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라는 압력과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등으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 단체의 주장 속에는 북한의 핵을 인정하고 미사일이나 핵과 같은 대량살상무기를 마음대로 확산시키는 것을 그대로 두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는 게 아닐까?. 우리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북한주민들의 궁핍하고 힘든 생활을 외면하려는 것이 아닐 것이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지속하는 등 한반도의 안정화와 평화에 적대적인 행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쌀 지원은 결국 우리의 목을 겨누는 칼로 되돌아 올 수 있어서이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 개발에 낭비하는 돈으로 식량구입에 활용한다면 상당량의 식량을 구할 수 있는데 그런 돈을 우리를 위협하는 무기에 사용하는 북한에게 우리가 왜 쌀을 지원해야 하는지, 결국 우리 스스로 우리를 위협하라고 시키는 꼴 밖에 되지 않는 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면, 대북 쌀 지원에 반대하는 정부를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농민 단체의 주장대로 시행한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이 크게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남아도는 쌀이 많다면 쌀 가공식품 등의 개발과 국민들의 소비촉진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 유행하는 쌀막걸리의 보급을 늘리거나 쌀 과자, 고급 쌀술 등을 빚는 일도 장려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우리나라 빈민들이나 아프리카 난민, 전쟁지역에서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하여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의 명분이나 효과적 측면에서도 훨씬 나을 수 있다. 전농 등 농민 단체들이 대북 쌀 지원을 정부에 강요할 일이 아닌 것 같다.
북한의 김정일에게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당장 중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대량살상무기 개발이 아닌 북한 주민들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노력을 먼저 촉구하는 수순도 있을 수 있어서이다. 대북 쌀 지원은 그 뒤에나 거론되어야 할 문제라는 시각도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을 생산해온 농민들이 오죽했으면 대북 쌀 지원 안까지 내놓고 정부를 압박하겠는가? 정부는 식량안보 차원에서도 농민들이 판로 문제에 있어 안심하고 쌀을 재배할 수 있는 선명한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우리 농업을 살리기 위한 중-장기 대책을 수립, 추곡 수매기마다 반복되는 쌀이 남아도는 데서 생기는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 주어야할 것이다. moonilsuk@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