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대통령의 '위약논란'에 요동치면서 사분오열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07대선공약 중 영남권을 분열시킨 '동남권신공항' 백지화에 이어 과학벨트선정 및 한국주택토지공사(lh) 이전 등 국론을 분열시킬 '갈등뇌관'도 점화직전이다. 국책사업이 지속 표류하면서 이 대통령 스스로가 '공약 벽'에 갇힌 채 레임덕을 자초하는 형국이다.
국책사업은 현재 지역 간 유치전 과열과 중앙-지역 및 지역-지역 간 갈등으로 비화된 지 오래다. 당초 현실성 및 경제타당성의 선 요건이 배제된 채 정치논리로 접근한 동남권신공항건설이 경제논리로 백지화되면서 남은 주요 공약 및 국책사업을 둘러싼 유치 전쟁에 원칙과 기본마저 붕괴시키고 있다. 뭣보다 여권을 심각한 위기국면에 직면케 했다.
대통령의 공약번복으로 들끓는 영남권 민심에 기름이 부어진데다 잇따른 국책사업 표류로 여권 제반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쳐 당면한 4·27재보선은 물론 내년 양대 선거에 까지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진 탓이다. 다급해진 청와대는 1일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도파기 및 신공항백지화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해를 구할 방침이나 제대로 먹힐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이 어떤 논리를 제시하더라도 신공항 필요성에 찬반양론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지역발전 견인차로 여기는 영남지역민들이 수긍할 지는 미지수다. 결국 설득과 동의란 정치요체가 배제된 밀어붙이기가 파국을 자처했다는 게 주된 지적이다. 특히 신공항백지화는 현재 여권 차기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까지 가세해 '대통령 신뢰' 부분을 문제 삼으며 정면 대립하는 양상이어서 여권 내 차기혈전이 조기 점화되는 불씨를 제공했다. 당장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재오 특임장관·친李직계(수도권)-영남권 친朴 간 혈전이 예고된 상태다.
이뿐만 아니다. 여권 일각에서 과학벨트를 영·호남에 분산 배치하는 '빅딜 설'이 나돌면서 원 거점지역으로 낙점됐던 충남권이 극력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 및 인천, 영호남권마저 유치전에 가세해 극심한 혼전을 빚고 있다. 신공항백지화에 대한 '영남권 보상책'이 충청권을 세종시에 이은 재차 동네북으로 전락케 하면서 영남과 맞먹을 극렬한 반발도 예상되고 있다. 과학벨트는 현재 4월5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발효에 이어 7일 께 위원회가 구성되면 입지선정이 재 논의된다.
현재 tk(대구·경북)와 부산 등 영남권은 신공항백지화에 따른 보상책으로 과학벨트 분산배치 및 대구첨단복합단지 추가지원 등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과학벨트 충청권 입지는 이 대통령의 07대선당시 공약이었다. 그는 지난 2월 신년방송좌담회에서 "입지선정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혀 현재 전국이 이전투구중이다. 경제논리는 실종된 채 지역 간 힘겨루기 등 정치문제로 비화된 상태다. lh 본사이전 역시 해법이 요원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5개월간 공석이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신임위원장에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선임해 입지선정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단됐던 lh 본사 이전 논의가 다음 달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lh 통합 전 대한주택공사는 경남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키로 했고 한국토지공사는 전북 전주혁신도시로 이전이 결정됐다. 하지만 두 공사의 통합으로 진주는 '일괄 배치', 전주는 '분산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lh 이전 문제는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과학벨트 등과 함께 이전 대상지가 보상수단이 될 수 있다고 관측되면서 역시 지역 간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 여권으로선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국책사업표류에 따른 잇따른 악재돌출로 심각한 딜레마에 함몰된 형국이다.
대통령의 공약번복에 따른 '위약논란'이 결국 여권의 발목을 잡은 양태다. 결정적인 건 동남권신공항 건설공약의 파기다. 문제는 그간의 엇갈린 이 대통령 행보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07년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방문 시마다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그해 4월5일 대구방문에서 "신공항을 만들어 하늘 길을 열어주겠다"고 공언한데 이어 7월5일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 대응한 동남권허브공항이 필요하다. 2020년까지 건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7월 말부터 자신의 대표적 지역개발구상인 '광역경제권' 개념과 연계해 신공항 필요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파했다.
또 7월25일 부산지역 공약발표식에선 "신공항을 건설해 동남경제권이 경쟁력 있는 광역경제권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데 이어 10월4일 '경남지역 경제살리기 정책간담회'에서 "광역경제권에서 하늘 길 여는 일을 10년을 끌면 어떻게 되겠나. 고속도로를 미리 만들었듯 국가는 이 지역을 광역경제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사전에 만들어줘야한다"고 역설했다.
또 지난 08년 5월에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늘길이 열려야 한다. (신공항 입지는)영남권을 1시간 안에 묶는 차원에서 입지를 조정하면 될 것"이라며 신공항 건설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어 지난 09년 10월27일 부산을 방문해 시민단체들과의 오찬에서도 "수도권에 대응하는 제2경제권을 위해선 (신공항 건설은) 필수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집권 중반까지 유지했던 대선공약을 전격 파기하면서 향후 국정추진과정에서 '신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레임덕' 우려도 불거진 상황이다.
그러나 다음 달 과학벨트 입지선정, 5월엔 lh공사 이전 문제 등이 예정돼 있으나 청와대는 정치.지역논리를 배제한 채 정면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번번이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는 일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국정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있다. 때문에 국정추진동력이 고갈되면서 예정된 잇따른 선거에도 연쇄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더불어 정치-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른 여권분열이 가속화되면서 해당 부메랑이 여권을 타격할 공산이 커 4·27-2012총대선구도에 적신호가 켜진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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