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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처절히 고독하지요, 말해 무얼해요?

내 안의 모든 걸 바쳐/널 따를 수 있는/용기, 하나로…

문일석 시인 | 기사입력 2011/11/01 [16:58]
지난 10월 1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타이난으로 가는 고속열차를 탔다. 한 시간에 3000km 속도로 달리는 쾌속열차였다. 타이난에 도착, 이 역을 통과하는 또 다른 쾌속열차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무어라 표현해야할까? 너무 빠르게 씨잉하고 스쳐가 버렸다.

이쯤해서 인생도 쾌속이라는 생각에 빠져 들었다. 그런데 “인생은 더 쾌속”이라는 영감이 가슴을 쳤다.
 
6박7일의 낯선 나라 대만, 처음 가보는 여행지에서, 밀린 숙제를 하듯,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고, 시적 상상을 호텔의 메모지에 담았다. 짧은 기간에 여행하며 쓴 시를 “사람, 고독하죠, 말해 무얼해요?”란 주제로 엮어봤다. 짧은 인생 무엇에서 망설이며, 무엇에서 허비하고 있었는지… 시인이, 시인 본인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다음은 “쾌속열차”란 시의 전문이다.


▲대만 여행에 나선 문일석  시인   ©브레이크뉴스
“대만여행 중/타이베이에서 타이난으로 달리는/고속열차를 탔다.//타이난 역에서 내렸을 때/가까이서 질주하는/또 다른 열차를 봤다.//얼마나 빠른지 표현이 어렵다.//열차는 쾌속으로 달리는데/인생은 쾌속열차보다/더 쾌속일거야.//짧은 인생을 무엇에서 망설이며/무엇에서 허비하고 있었나?//어서, 목적지를 찾아 가야할 텐데. <문일석 시 '쾌속열차' 전문>”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언지 뒤돌아 봤다. 나이 60쯤 됐으니 이런 철학적 질문을 해 볼만도 하다. 그 답은 '사랑'이었다. 부모-조부모, 그 윗대의 조상들이 서로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아니면 사랑했기에, '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났을 것이다. 살아보니까, 삶은 사랑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다. 산이 높아야 계곡이 깊다. 높은 산, 그치지 않는 계곡 수의 흐름처럼 사랑의 욕망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누구나, 지금도, 아주 뜨겁게, 고귀하게, 아주 분위기 있게, 사랑을 나누고 싶을 것이다. 다음은 “사랑에 취해”란 시의 전문이다.
 
“높은 산에 딸린 깊은 계곡에서/쉼 없이 흐르는 물처럼/그치지 않는 사랑의 속삭임이/나를 지배하고 있었다네.//뜨겁게 그리고 진하게/아주 고귀하게, 그러면서도 분위기 있는/사랑에 늘 취해서 살고 싶었다네.//혀에 달콤한/오래되어 농익은 포도주를 홀짝홀짝 마시다/언제 취한지 모르게 취해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듯/나도 몰래 사랑에 취해서 한 세상 살고 싶었다네.//추수된 콩대에서/콩들이 긴장하는 소리를 내며 튀어나오듯/나의 삶은 사랑에 포위되어, 어디로 튈까하고/늘 긴장하고 있었다네.//나를 사랑에 취하게 한 그대여, 사랑해요. I love you.<문일석 시 '사랑에 취해' 전문>”
 
사실 사랑은 목재 가옥의 대들보처럼, 사람에겐 아주 중요한 존재 이유 이기도하다. 그러나 사랑도 세월 앞에서는 꼼짝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찾아왔다. 모든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세월의 등 뒤에 올라타서는 아무도 내려오지 못했으니까. 아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라는 시의 전문이다.
 
“군함조는/세상에서 가장 빨리 나는 새//시속 400km로 날으는 새가/강릉호에 나타났다며/호기심에/야단법석을 떨었다.//세월은 군함조 보다 빠르나니//모든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세월의 등 뒤에 올라타서/아무도 내려오지 못한 채//새의 깃털이 뽑혀 날리듯/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문일석 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새' 전문>”

또 다른 사실도 있다. 이별이 있기에 사랑이 더 뜨거운지 모른다. 만나는 자는 정녕 헤어지게 되니, 이것을 이별이라고 말한다. 이별의 맛을 말할 때 “쓰다”라고 하는데, 꼭 쓴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다음은 “이별”이란 시의 전문이다.
 
“이별을/무어라 해야할까?//바람 한 점 없는 평온한 날에라도/채송화 꽃에서/꽃잎이 떨어지는 것과 같을까?//삶 가운데, 만남이 있다면/언젠가 이별을 해야 하는데//깊은 잠에 들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하면/그걸/이별이라 해야겠지.//이별이 싫다면/칠흑같이 깊은 밤, 홀로 반짝이는/먼 하늘의 별처럼/고독하게, 깨어 있어야겠지.<문일석 시 '이별' 전문10/12/2011>:

세상을 살다보면 상처를 많이 받는다. 좋아했던, 믿었던, 사랑했던 이로부터 뒤통수를 까인 일도 가끔씩은 일어날 수 있다.  그때, 친한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까? 이 세상에서 둘도 아닌, 오직 한 사람, 정말로 친한 친구라면? 시 “상처 받은 친구에게”의 전문이다.
 
“세상과 인간에게/뒤통수를 까인/상처 당한 친구여//칼질당한 소나무가/수액을 흘려 내리는 것은/아픔을 일시적으로 잊기 위한  눈물이 아니라/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쏟아내는 피눈물이 섞인 진액이라네.//나무에게 옹이는/아픈 추억이 아니라/미래를 위한 든든한 희망이라네.<문일석 시 '상처 받은 친구에게' 전문>”

날이 아주 맑은 날, 하늘에 태양이 떠 있는 날, 운동장에 서 있어본다.  아니면 풀밭에라도 서 있어본다. 그때 불변의 진리 하나가 내 곁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에게 나의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나에게 달라붙어 있는 그림자를 떼어내기 위해 아무리 달리고 또 달려도, 그 그림자는 나를 떠나지 않는다. 밝음이 있다면, 어두움도 있다. 절망이 있다면 그 근처에 희망이 있지 않겠나. 다음은 시 “희망을 기다리는 친구에게”의 전문이다.
 
“눈이 쌓인 겨울에, 꽁꽁 얼어붙은/차가운 대지에/어린 싹은 보이지 않는다.//아무런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땅에서/그래도 봄을 상상해봐.//훈풍이 불어오면/잎이 피고, 꽃도 피는 봄이/현실로 다가오게 돼.//메마르고 텅빈 들판에/홀로 서 있을지라도/세상을 향해 상상을 던져봐/봄날의 단비처럼/희망이 찾아 올 거야.<문일석 시 '희망을 기다리는 친구에게' 전문>”

어찌 보면, 눈에 보이는 사람이란 존재는 아주 유약한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물질로서의 사람값은 소 한 마리와 비교할 수 있겠나. 하지만, 사람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초월세계와 접촉할 수 있는 신비의 힘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시 “초월세계”의 전문이다.
                
“아이 손바닥만한 둥지 안에서/아주 작은 참새 새끼들이/부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초월세계를 생각한다.//도무지 알 수 없는 미지에서/스스로 걸어 나오는 생명.//어디로부터 이 세상에 왔는지/왜 사는지, 어디로 가는지//존재하고 있으나/보이지 않는 세계//공중을 나는 잠자리의/얇은 날개에서도/가냘프지만, 웅장하게 전달되어 오는/초월세계.//신비스러움에/부르르/온몸을 떤다. <문일석 시 '초월세계'전문>”

시인이 말하는 삶, 너무 환상적인가? 현실,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사람은 외롭다. 너무 외로워서 미치고 싶을 때가 분명 있다. 외로움이 자주 벗할 수도 있다. 사람, 처절히 고독하다. 말해, 무얼해! 살면서 느끼는 일이지만, '더불어'란 말 참 좋은 말인 것 갈다. 더불어…함께. 다음은 시 “연리목(連理木)”의 전문이다.
 
“전혀 다른 수종인 두 나무가/어찌할 수 없이 한 나무로 붙어서/연리목(連理木)으로 살아가는, 이상한 나무가 있습니다.//365일 하루도 헤어지지 않고/한몸되어 살면서도, 그들은 싸우지를 않나 봐요.//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싸웠다면/아마 후유증으로 고사했을 터인데/필시, 두 나무가 건장하게 성장해가는 이유는/서로 돕는 게 분명 합니다.//이것이 두 나무가/더불어 살아가는 이치이며, 지혜이겠지요.//사람이 나무보다 낫지는 않더라도/연리목을 닮았으면 합니다.//사람과 사람 사이에 어려운 일이 생길지라도/날마다 기쁜 일만을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한 몸 이룬 두 나무는 한 햇볕을 쪼이고, 같은 물을 마시며/서로의 깊은 가슴 속에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어 갑니다.//사람과 사람도, 나무의 나이테처럼/해마다 궁글게둥글게, 모나지 않는/지울 수 없는 징표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문일석 시 '연리목(連理木)' 전문>”

사람은 일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이 꼭 한가지쯤은 있을 것이다.  그 한 가지 하고픈 일. 시인은 아무리 시를 써대도 물질이 우대받는 세상과 무관한 시를 쓰고 또 쓴다. 하고 싶은 일이어서 그렇다. 다음은 시 “영감(靈感)”의 전문이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있을 때 찾아오기도 하고/이슬비 부드러움에 묻어오기도 하고/바람소리에 숨어오기도 하고/새벽녘 꿈속으로 슬며시 찾아오기도 하고/시상(詩想)과 동행해서 뚜벅뚜벅 걸어오기도 하고//불현듯, 예상하지 못한, 처음 찾아오는 손님.//내가 살아 있을 때/꼭 한 가지, 그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가르쳐 주는 영감(靈感).//내 안의 모든 걸 바쳐/널 따를 수 있는/용기, 하나로/이 세상에 남고 싶다. <문일석 시 '영감(靈感)' 전문>”
 
북을 치는 고수가 혼신을 경주해 북을 두드리면 천고(天鼓), 하늘을 두드리는 것처럼 감동이 흐른다. 시인은 북을 치는, 그리하여 하늘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는 고수(鼓手)는 아니다. 그저 시인(詩人)일 따름이다. 세상에서 유약한 존재임을 시인(是認)한다. 아래 시 구절로 이글을 마감한다.
 
“내가 살아 있을 때/꼭 한 가지, 그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가르쳐 주는 영감(靈感).//내 안의 모든 걸 바쳐/널 따를 수 있는/용기, 하나로/이 세상에 남고 싶다.<문일석 시 '영감(靈感)' 의 일부>” moonilsuk@korea.com
 
*필자/문일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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