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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화반, 기생들 슬픈애환 들어있는 음식

<단독 인터뷰> ‘진주비빔밥 칠보화반 이야기’의 저자 정계임

윤두병 작가 | 기사입력 2012/02/12 [17:39]
경남 진주에서 ‘경남향토음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계임씨가 진주기방음식을 소개하는 칠보화반(七寶花飯)이야기’를 저술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한국인의 대표음식이라 할 수 있는 ‘비빔밥’에 대한 진실을 명쾌하게 정리함으로써 문화사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이루어 내었다. 따라서 필자(문화관광체육부 소속 사단법인 ‘민족문화살리기운동’ 윤두병 대표)가 정계임씨를 만나 ‘칠보화반 이야기’에 대한 대담을 나눈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집필한 ‘칠보화반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비빔밥을 주제로 200쪽을 넘는 내용을 채운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어떻게 이 같은 작업이 이루어 질 수 있었나?
▲ 정계임     ©브레이크뉴스

▲비빔밥의 역사를 추적해 보면서 이것이 한국의 음식 중 가장 오래된 전통과 수많은 사연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쓰여질 내용도 많았고, 특히 진주 비빔밥이 만들어진 것에는 놀라운 역사적 사건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비빔밥은 한국인에게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면서도 그 실체가 오리무중이었다. 그래서인지 비빔밥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왜 그렇게 되었다고 보는가? 

▲비빔밥은 한국에서 가장 일반적인 음식이다. 그래서 다양한 종류가 있고, 조리법도 달라 그 실체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그것이 언제부터 어떻게 나타나게 되었는지 그 역사도 분명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칠보화반 이야기’에서는 비빔밥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지금 한국에 나타나 있는 비빔밥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본다. 즉 우리의 식문화의 한가지로 만들어진 ‘비빔밥’이 있고, 제사를 지내고 먹던 음복음식으로 시작된 ‘비빔밥’이 있다.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구분하였나?

▲그것은 조리연구가로서 비빔밥에 대한 고전(古典)들을 모두 살펴보는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특히 진주의 기방음식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칠보화반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는 진주비빔밥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진주비빔밥은 한국의 모든 지역에 존재하는 비빔밥과 그 출신 내용이 전혀 다른 음복음식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진주만이 음복음식에서 왔다는 이야기인가? 어떻게 그런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나?

▲1800년대 말기에 쓰여진 책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음식 조리법을 기술한 ‘시의전서’ 라는 고서(古書)가 있다. 여기에 골동반(汨董飯)이란 ‘부뷤밥’ 음식을 소개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식재료를 미리 넣고 밥을 만들어 이를 비벼먹는 음식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전주의 경우 예전에는 콩나물을 넣고 밥을 지어 그 위에 여러 가지 나물을 올려 양념장으로 비벼먹었던 음식이었고, 이같은 류의 음식이 바로 ‘부뷤밥’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주의 경우는 성격이 달랐다. 에초 하늘에 제를 지내고 난후 이를 음복으로 제사상에 올린 음식을 말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것을 ‘비빔밥’이라 말한 것은 ’빌던 밥‘이란 음가에 나왔기 때문이라 본다.  이같은 제사밥이 대중음식으로 변천한 것이 바로 칠보화반(七寶花飯)이란 ’진주비빔밥‘이었다.
 
▲ 칠보화반     ©브레이크뉴스

-그것은 이상한 이야기다. 왜냐하면 제사밥이란 시장에서 팔릴 수 없는 음식이지 않는가? 음복음식이란 제사가 끝난 후 식구들끼리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것이 시장의 대중음식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본인의 저서인 ‘칠보화반이야기’이다. 다시말해 ‘칠보화반’은 조선중기 임진왜란 당시 벌어졌던 진주성전투에서 산화한 진주인들과 기생들의 영혼을 추모하는 제사를 지내고 그 음식을 ‘칠보화반’이란 음식이름을 붙여 손님들에게 대접하면서 유래된 음식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진주비빔밥 칠보화반 속에는 민족의 역사와 기생들의 슬픈 애환이 들어있는 음식이라 할 것이다.
          
-‘칠보화반’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유는 무엇인가?

▲칠보(七寶)란 문자 그대로 하면 일곱가지 보석이 된다. 하지만 이속에는 극락세계(極樂世界)를 상징하는 의미가 들어있다. 그리고 화반(花飯)이란 꽃밥이다. 밥이 꽃으로 변했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꽃이란 사람들에게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던지는 존재이다. 이를테면 풀이나 나무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종(種)을 퍼트리기위한 씨앗을 담고 있는 존재가 바로 꽃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고(忍苦)와 자기 희생을 통해 얻어지는 창조이며 새로운 변신이다. 제사밥이란 죽음을 담고 현재에 나타나 미래의 생명을 전하는 음식이 아닌가? 조선의 기생들이 진주성에서 산화한 선배기생들의 영혼을 기리는 음식에 꽃밥이란 이름을 붙인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본다.  

-이 칠보화반은 언제부터 진주에 나타나게 되었나?

▲칠보화반(七寶花飯)은 임진란 전쟁이 끝난 후 진주에 평화가 왔을 때 진주기방에 나타난 음식이었다. 처음 기방에서 이 음식을 보았던 사람들은 마치 꽃과 보석처럼 아름답게 디자인한 음식이 ‘칠보화반’이름으로 기방을 찾는 손님들에게 접대하였을 때 그 맛과 멋이 너무도 뛰어나 소문이 퍼졌고, 나중에는 이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진주까지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그 명성이 전해지게 되었다. .
 
-비빔밥의 힘으로 진주성전투를 승리했다는 역사적 사실이나 조선 기생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밝히고 있는 부분도 매우 재미있었다. 하나의 음식 속에 이처럼 거대한 스토리가 들어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랐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비빔밥이 얼마나 생산성을 갖고 있는지 문제다. 다시 말해 칠보화반이 얼마나 세계화의 가능성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칠보화반 이야기’는 단순한 비빔밥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전하려는 내용은 오히려 우리의 비빔밥이 갖고 있는 가치와 가능성에 있었다. 다시말해 진주기생들은 이 음식을 만들면서 재료를 어떻게 사용하고 응용하였는지를 밝히고 있다. 음식을 담는 용기부터 배치와 모양까지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던 진주기생들의 솜씨를 전하려는 것이 내 목표였다. 이러한 내용을 전함으로써 우리 음식이 어떻게 세계적인 음식으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어 쓰여진 책이다.
 
-책의 뒤편에 실로 다양한 비빔밥이 디자인되고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사실이 소개되고 있었다. 과연 그렇게 다양한 종류의 비빔밥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말인가?

▲ 칠보화반   책  ©브레이크뉴스
▲그렇다. 비빔밥의 특성상 어떤 지역이든 거기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가장 이상적인 음식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비빔밥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이용하여 비빔밥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재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비빔밥’이다. 나는 그런 사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제사밥이란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되었던 고대에서부터 민족 신앙과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이것으로 우리 민족은 하나의 공동체임을 확인하였고, 가족단위에서는 한 식구 문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른바 배달의 자손 혹은 단일 민족이란 말이 바로 비빔밥에서 나오게 되었다는 뜻이다. 칠보화반이야기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전하고 오늘날 자기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사회에 전하는 책을 펴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갖는다고 본다.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을 통해 조선사회에서 가장 천한 신분으로 알려진 기생들의 어떤 존재였는지 다시 말해 남존여비사상으로 찌들은 조선사회 속에서 결코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인생을 살았던 민족문화의 전인(傳人)들이 바로 기생들이었음을 알게 한 정계임씨에게 감사한다. 

이제 한국 땅에는 마지막까지 민족의 풍류(風流)문화를 전했던 기생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칠보화반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morigesa@hanmail.net
 
*필자/ 윤두병. 작가. 저서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가' '반야요가' '웰빙요가' 등의 저서가 있다. 사단법인 ‘민족문화살리기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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