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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문예광장 신인상 설양호-주성준 추천

설양호 등단 응모작으로 시 34편, 주성준 시 5편 응모 추천완료

이길연 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2012/04/09 [08:28]
2012년 봄, 브레이크문예광장 신인상 수상자로 설양호와 주성준 두 사람을 추천한다. 설양호는 등단 응모작으로 34편을, 주성준은 5편을 응모했다. 50편 이상 응모할 경우에만 다수작 응모에 따라 추천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이에 미치지 못하여 이들 작품 가운데 각각 5편씩을 선정하여 심사를 거친 후 최종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우선 설양호의 경우, 응모 작품의 제목을 살펴보면 <페이스 북>, <오디션>, <리모콘> 그리고 <위하여>에서 드러나듯이 제재가 대단히 현대적이며 현실적이다. 이는 문학이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최첨단 컴퓨터 영상시대를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페이스 북>은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동체 형성의 매체로써, <오디션>은 현대사회 가운데 새로운 전문 분야의 광장으로 나가는 등용문으로써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리모콘> 역시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영상매체와 도구를 조작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으며 <위하여>라는 용어 역시 우리 사회의 연대성을 과시하는 언어인 것이다. 이 모두 현대적 감각을 지닌 언어로 이 시대를 대변하는 용어인 것은 사실이다.
▲ 설양호     ©브레이크뉴스
 
설양호는 <페이스 북>에서 인간관계의 단절에 관하여 주목하고 있다. 인간관계의 단절은 소외와 격리를 표상한다. 스피드와 편리함을 요하는 현대사회의 공동체로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페이스 북을 통해 ‘파로우가 되어주길 바라며 문자를 날리’지만 정작 온라인이란 가상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 모순된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관해 ‘무엇을 찾고자 어떤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고/ 이토록 염원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단절된 현상에 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오디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각종 매체를 통해서 오디션 열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세상을 찾고자 갈망하는 현대인들은 오디션의 손짓 하나하나에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린다. 이러한 현상에 관해 그는 ‘우리 시대는 미쳤다’고 단정하고 있다. 이는 결국 자아의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사회에 관한 통렬한 비판이다. <리모콘>에서도 이러한 비판적 시각은 계속되고 있다. 화자는 일명 바보상자를 조정하는 리모콘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화자 자신이 조정을 당해 바보가 되고 있음을 인식한다. 그러면서 “오늘도 여전히 술래잡기/ 어디에 숨었나 머리카락 보일라” 라는 구절이나 ‘못 찾겠다 꾀꼬리’와 같은 패러디를 통해 상실된 자아를 발견하고자 현실을 배회하는 자신의 모습을 작품화하고 있다.
 
설양호는 현대사회의 모순된 실상을 조명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응모한 다른 작품의 경우 시적구조가 다소 성기고 느슨하여 좀더 치열한 고심을 요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 주성준     ©브레이크뉴스
주성준은 응모 작품의 숫자가 5편에 불과하지만 시적구조는 물론 그에 담긴 시의식이 튼실하다. 그의 작품은 마치 불가의 선시를 연상케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 불교의 공사상과 작가의식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그것도 오랜 기간의 사고를 바탕으로 형성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우선 그의 <물고기는 성자겠지?>의 작품을 보면, 그는 태초의 근원을 진공으로 보고 진공에서 존재의 시작을 찾는다. ‘하나’는 출발이다. 이는 출발이면서 도착이다. 그 출발의 ‘하나’가 ‘무한대’로 다시 ‘진공’으로 되돌아가고 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이>에서는 ‘사이가 없는 하나가 되자’ 라는 제안을 통해 성전과 법을 찬미하는 단서를 제공 받으며 ‘이것이 바로 찬송 염불’로 나가는 통로임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씻음과 깎음>에서도 ‘삭발도 업을 깎는 것’이란 불가의 깨달음을 인식하고 있다.
 
주성준의 이런 불가의 시의식을 보다 세부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작품은 역시 그의 대표작으로 추정되는 <네 옷이 어디에 있느냐?>이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선시풍의 시적구조를 통해 그의 미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꽃과의 대화를 통해 뿌리의 존재를 확인하는 반면 깨달음을 ‘방석’이라 단정하는 의식구조가 이를 대변한다. 방석은 깨달음으로 나가는 위치 설정이며 자아를 떠받치고 보좌하는 받침이다. 이는 결론에서 말하는 ‘옷’과 동일한 것으로 결국, 본질인 자아와는 분명 구별된다. 옷은 일시적인 방편일 뿐으로, “옷을 획 집어 던지든 차곡차곡/ 개어 쌓아놓고 가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에서 드러나듯 이는 육신을 보호하는 물건에 불과하다. 또한 옷으로 대변되는 일상적인 삶과 일생의 노정을 표상하고 있다. 한편, 자아의 육체마저 무로 돌아가는 화장터에서 그야말로 “옷은 화장터의 고기”에 불과하다. 이어 “헌옷을 버리면 새 옷이 온다”는 구절이나 “네 옷이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 이어 평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의 상징마저 “놓고 가자!/ 바늘방석조차도…”라는 제안은 불가의 사상과 의식을 문학적 형상화로 대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설양호와 주성준을 문단에 신인으로 내보내면서 다시 한번 당부한다. 이제까지의 습작 과정을 터로 하여 수많은 이목이 집중되는 광장으로 나서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 구축과 더불어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신인으로서의 기개와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 십분 배려하는 마음 또한 늘 잊지 않길 기원한다. 
  
【설양호 추천 작품】

 
***페이스 북 
                                          
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곳
모두 자기 소식과 파로우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자를 날리고 있지
이것이 나의 관심이라고 믿고

우리는 원한다
더 간편하게 더 빠르게 
이로 인해 네가 태어나게 되었던 것
이제 우리는 너로 인해
무엇을 찾고자 어떤 새로운 것을 창출하려고
이토록 염원하고 있는가

내가 만날 수 있는 모든 이들과 소통할 수 있다네
페이스 북이란 속에서는
이제 더 이상 너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가상의 현실 속에서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모콘
                                           
네모 난 박스 작은 조정실
이제는 너를 조정하기보다 내가 조정을 당한다

분명 1에서 9까지 있지만
항상 나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
멍청이 박스

오늘도 여전히 술래잡기
어디에 숨었나 머리카락 보일라
이제는 중요한 존재
나는 못난이 박스 세 개나 가지고 있네

나를 바보로 만들어
나를 조정하는
못난이 박스

검정색과 흰색 멍청이지만 
오늘도 못찾겠다 꾀꼬리
멍청이 박스
 
***벼랑 끝의 꽃
                                     
벼랑 끝에 꽃이 피었다
꽃이 누군가에게 손짓하고 있다
어느 누구의 이름을 부르며

벼랑 끝에 꽃이 피었다
나에게도 오라고 텔레파시를 보낸다
언젠가는 가야 하나

벼랑 끝에 있는 꽃이
급행열차를 타고 오라고 손짓하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수 없네

벼랑 끝에 있는 꽃이
더 이상 오지마라고 손을 내졌네
아직 이곳에 올 시간이 아니라고

아직 우리는 벼랑 끝으로 가서는 안된다
 
***소리 없는 항변
                                               
비록 소리로 들을 수는 없지만
어느 누구도 이보다 사나운 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
들을 수 없다고 해서 소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이해한다
얼마나 힘이 있는 소리인 줄
이것을 모르는 사람들
우리의 항변의 소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소리는 조선시대에도 있었고
일제 식민지시대에도 있었다
어떤 소리보다 강했고 누구도 이를 막을 수 없었다
단 한사람의 소리였다면 이 소리
우리를 대신 할 수 없는 소리

이를 대신해서 노래로 이야기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노래를 통해 우리는 무언의
항변을 했다
이것 또한 소리 없는 항변이었다

볼 수도 없고 들을 수 없지만
강한 항변의 소리는 우리를
더욱 숙연케 했다

그것은 국민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항변
이보다 더 위대한 소리는 없다
 
***오디션
                                            
우리 시대는 미쳤다
모두의 꿈은 오디션
이를 통해 미래를 이루려 하고 있다

우리의 새로운 폭풍우 속에서
항상 도전하는 오디션

오늘도 누군가의 오디션을 보러 길을 떠나네
그들의 세계를 향해서

어느 누구도 말리려 하지 못하네
오디션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

오늘 백번을 낙망해도 또 다시 일어나
첫발을 띄어놓네

오디션의 손짓
여기에 당신의 희망이 있다고

 
【주성준 추천 작품】

 
***네 옷이 어디에 있느냐?
                                    
꽃과의 대화에서
뿌리가 있음을 가르쳤다.
깨달음을 방석이라 한다.
깨달았다고 자랑하는 이에게
‘그럼 바늘방석에 않아 있겠군요? ’

개 한 마리의
칼마를 소화하는데 일 년,
고등동물일수록 바늘방석이 길어진다.
이것은 초능력이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홍로점설(紅爐點雪)이 있다.

옷을 획 집어 던지든 차곡차곡
개어 쌓아놓고 가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석화전광 경지에 이르렀을 땐
말이 필요 없으니 방편을 쓴다

옷은 화장터의 고기이다. 
헌옷을 버리면 새 옷이 온다.
네 옷이 어디에 있느냐?
놓고 가자!
바늘방석조차도…
 
***씻음과 깍음
                              
삶이 곧 깨달음의 길
성취가 다를 뿐이다.
 
아침은 영혼을 깨끗이 하고
저녁은 지은 업을 씻는다.
 
삭발도 업을 깎는 것
털 하나도 남기지 말자

 
***물고기는 성자겠지? 
                                       
진공에서 하나가 나온다.
하나에서 무한대로 다시 진공으로 귀가한다.
 
진공은 완성이고 돌아감이다.
물의 덕은 싸우지 않고 화합하는 하나의 본질
 
만물이 경쟁하지만 없음으로 돌아간다.
목욕하여 죄가 씻긴다면 물고기는 성자겠지?
 
 
*** 사이 
                               
주고받은 사이는 집착
사이가 없는 하나가 되자
 
성전을 돌며
춤을 추고 법을 찬미한다.
 
있는 곳이 우리의 성전
춤과 그림, 시의 노래
 
이것이 바로 찬송 염불
노래와 그림은 나의 주문
 
사이 없는 축제
마을엔 춤과 노래가 흐른다.
 
***정한수 
                                         
오래 오래 전… 어머님
장독대에 정한수로 비는 모습
 
북극성인 치성광여래 북두칠성 칠성여래
햇님 달님 일월보살
 
다산(多産)의 상징이라던 고인돌의 성혈구멍들
실은 별자리를 그린 그림이었다.
 
별자리를 새긴 고인돌 뼈 부장품들
우리 뼛속의 물 한 그릇 정성이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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