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분신’. 서울 대학로 연극계에서 20년이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차현석 (주)이지컨텐츠그룹 대표(38)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표현이다. 단편적이지만 그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셰익스피어’라는 말이 족히 수백번이상 나왔다는 것을 보면 이 같은 수식이 어색하지 않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이상하게 셰익스피어 작품을 광적으로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 좋아함은 거의 집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처음 시작이 집착이었다면 지금은 열정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수차례 무대로 올리고, 그의 작품을 여러번 반복해 읽다보니 지금은 열정에서 다시 애정으로 넘어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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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를 영국의 대문호, 세계최고의 극작가라고 칭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극작가 셰익스피어라고 설명하는 것은 그의 능력 절반만을 평가한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극작가이기도 했지만 배우 생활도 했고, 극단을 꾸려가기도 했다. 또 유능한 극장 경영주로서 많은 돈을 벌기도 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연극계의 ‘만능 멀티 플레이어’ 쯤 되는 것이다. 차 대표는 셰익스피어가 활동하던 당시 연극인들은 대부분 일인다역을 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연극은 그 시대의 거울이여야 한다. 좋은 것과 나쁜 것도 그대로 비춰줘야 한다’, ‘배우의 삶은 그 시대의 짧은 연대기와 같은 것이다. 죽어서 묘비에 지독한 말이 쓰일지라도 살아있을 때 만큼은 푸대접 받아서야 되겠는가’. 얼마나 멋진 말이에요. 그가 어떻게 이런 멋진 말을 할 수 있나 봤더니 그는 단순히 극작가가 아니었어요. 시인이었고, 연출가였죠. 연극 제작도 했고 극장까지 운영하는 동시에 배우이기도 했어요. 당시에는 이렇게 해야 연극인이라 불리웠다”
차 대표도 연극배우로 연극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우리극연구소 1기 출신으로, 이윤택 연출가 밑에서 극작과 연출을 공부했다. 이후 서울예대에 들어가 윤대성, 오태석 등 기라성같은 극작가들에게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2001년에는 뜻이 맞는 선후배들과 함께 극단 후암을 창단, 10년이상 대학로에서 계속 연극을 해왔다. 현재는 대학로 스타시티 극장을 운영하며 소극장 중심 공연 제작과 유지도 해오고 있다. 또 대학 객원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차 대표는 ‘셰익스피어’와 많이 닮아 있었다.
차 대표는 또한 전국의 셰익스피어 매니아들이 한데 뭉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를 꿈꾸고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을 많이들 공연해요. 하지만 여기저기 모두 흩어져 있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죠. 그래서 셰익스피어 전용관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내년에 전용관 개관을 목표하고 있어요. 셰익스피어 매니아들이 한데 모이는 아지트가 됐으면 좋겠어요”
차 대표는 전용관을 개관하면 ‘셰익스피어 4대 비극’뿐 아니라 희극도 하고, 무용, 창작뮤지컬, 소규모 오페라 등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무대에 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차 대표에게 어떤 매력 때문에 셰익스피어에 이렇게 푹 빠지게 됐냐는 질문을 던졌다. 돌아온 그의 답변은 상당히 철학적이었다.
“일부는 셰익스피어 영문 원작을 한글로 번역한 대사가 한국 사회에 부합되지 않는다면서 그의 작품은 학교에서나 공부해야 할 작품, 돈이 되지 않는 비상업적인 작품으로 방치해왔어요. 하지만 저는 우리 사회가 탐구해야 할 것은 그의 작품 속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의 작품을 본질까지 세세히 꿰뚫어 보는 건 인류의 본성을 들여다 보는 것과 같아요. 한 사람의 인간은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지만, 인류의 DNA는 바뀌지 않죠. 그런데 문학도 같더란 말이죠. 현재의 문학, 그리고 수백년 전의 문학, 더 멀게는 수천년 전 만들어진 문학. 모두 다르게 보이지만 이 모든 걸 꿰뚫는 문학의 DNA는 모두 같았어요. 그래서 앞으로 인문 해부학을 해봐야 겠다 생각했어요. 인문학을 제대로 해부해서 그 내면까지 한번 제대로 들여다 볼 생각이에요”
차 대표의 셰익스피어를 향한 사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5월과 6월, ‘햄릿’과 ‘오셀로’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며 서울연극협회와 함께 ‘2012 마이크로 셰익스피어 - 맥베스 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가끔 지인분들이 왜 셰익스피어 작품에만 매달리냐고 핀잔을 주는 분들도 있어요. 그럼 농담삼아 ”수백년 전 돌아가신 분이라 저작료를 줄 필요도 없어서요“ 라며 웃고 넘기기도 해요. 현대적인 작품은 능력있는 다른분들이 많이 하시잖아요. 좋은 작품은 다른 분들이 하시고, 저는 제가 좋아하는 셰익스피어 작품만 끝까지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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