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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命)과 새 말 ‘요연원(療延院)’

이승철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11/12 [08:50]
청소년들에게 ‘명이 뭐냐?’ 무르니 얼른 대답 하지 못한다. “‘목숨’을 모르느냐” 나무날 일이 아니어서 웃음으로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옛날에는 “명이 짧다.” 4주 8자에 나왔고, 명 짧은 형제자매가 많아 죽음이 두려웠으며, 비는 말과 덕담에 반드시 ‘무병장수’가 들어갔다. 청소년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북망산천 멀다지만 가네 가네 나는 가네…” 상여소리 들은 적이 없어 죽음을 알 리 없다. 전엔 오래 살도록 영수(永壽) 장수(長壽)라 이름 짓고, 더러는 ‘갯똥이’ ‘망아지’ ‘돼지’ ‘오쟁이’ ‘마당쇠’ 등 아주 험하게 부른 경우도 있었다. 지금은 명이 길어 80은 보통이고, 100살도 흔하다. 1902년(고종39) 조정에서 고산현 106세 노인 김제상(金濟相)에게 장수상을 내렸다.

오래 산 사람 이야기는 성경에 많으므로 여기서는 ‘단명(短命)’한 국왕을 알아본다. 조선조 24대 헌종(憲宗) 임금의 재위기간이 15년(정확하게 14년 7월)이다. 대통령 임기 5년에 비하면 3배랄 수 있으나 여덟 살에 즉위해 23수를 했으니 소년 죽음 아닌가. 아들마저 없었다. 뒤를 이은 철종(哲宗) 역시 재위 기간이 고작 15년(14년 6월) 8인의 부인이 있었으나 딸 하나 겨우 낳고 32세에 가신다. 조선은 여기서부터 기울었다고 봐야 한다.

애석함을 달래는 말이 ‘천명(天命)’이다. 아들 보낸 부모님을 위로하는데   ‘천명’ 이외 달리 쓸 말이 없었다. “제명대로 못산다.” 이는 ‘죄인’이나 ‘악한 자’를 두고 썼다. 지금 세상은 ‘사람 목숨[명] 하늘에 달렸다’가 아니라, 전적으로 본인과 의사 능력으로 본다. 병나면 약국 의원 달려가고 보약 먹으며 건강관리 잘하면 ‘99’ 팔팔이 거뜬하단다. 의사들은 산소 호흡기를 써서라도 명줄을 꼭 붙들어 매고 대접 받으며 부자 된다. 이러다 보니 통계청에서는 노인이 한 해 더 살면 1천5백만 원씩 더 는다는 계산까지 해 내놓았다.

명이 주체인 세상을 산다. 요양원은 ‘요연원(療延院)’이 됐다. ‘명을 연장’하는. 장수 노인들 요양원에 갈 수 있으면 이게 복이고, 아들들 요양비용 잘 대면 큰 효자이다.  esc2691@naver.com

 *필자/이승철. 국사편찬위 史料조사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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