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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볼에 뽀뽀하고 울어버린 모나리자

소문만복래, 일소일소 일로일로라고 했다!

이래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4/02/26 [09:43]
모나리자와 돼지가 서로 바삐 길을 걷다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정적과 대립이 둘 사이를 무겁게 긴장을 조성했다. 모나리자는 그윽한 미소로 윙크하여 ‘길 비켜’ 라는 메시지를 돼지에게 보냈다. 영주의 파티에 초대받아 초저녁 어스름의 불안하고 설레는 발걸음이었다. 돼지 또한 삼년 만에 주인에게서 허락받아 겨울 산에서 고군분투하며 일상을 꾸리는 멧돼지 서방을 만나고 황급히 귀가 중이었다. 모나리자는 그윽한 미소로 돼지가 길을 비켜주길 바라며 천년 미소를 지었다. 돼지는 ‘꾸왜엑 꾸왜액’ 소리 지르며 별나라에서 온 듯한 모나리자가 길을 비켜주길 바라며 소릴 질러댔다. 둘의 긴장관계는 자정이 넘도록 팽팽했다. 다람쥐나 부엉이는 돼지가 길을 비켜 줄 것이라고 어둠 속에서 느긋한 관전을 하고 있었다. 달이 기울고 어둠이 짙어갈 무렵 관객들의 상상을 뛰어넘어 모나리자가 황당하고 거칠게 입을 열었다. 관중의 예측을 벗어난 설포(舌包)였다.
▲ 이래권 작가     ©김상문 기자

“야이 돼지 새끼야, 얼릉 길을 비켜! 난 파티에 가는 몸이란 말이야. 하기야 돼지가 파티 뷔페를 알 리 없지. 마호메트가 저주하고 16억 무슬림이 지옥의 한 복판에서 온 저승사자라 했는데, 소귀에 경읽기니 어서 길을 비켜라 잉. 재주라고는 주인이 주는 옥수수가루에 그저 코 처박고 처먹어대다 살이 오르면 책임지지도 못할 새끼들을 두름으로 퍼 낳는 재주뿐인 미련하고 열등한 짐승아 어서 길을 비켜다오. 늘상 열린 자궁, 미련하고 무능력한 주인의 옥수수 바가지만 바라보는 너에게 씨부렁거린다고 이해할 종자들이 아니지. 난 십년만의 외출이야. 돈 필요해? 줄게, 어서 뒤로 물러나! 아이구, 스타일 구기고 말 안 통하는 무식쟁이 돼지 니놈하고 입씨름 하는 내가 한심하다. 요구사항이 뭐야? 우리 집사장이 와서 더블로 보상할 테니 비켜라. 난 몇 백년간 남과 입씨름 한적 없는 영주의 딸이란 말이다. 이번에 결혼할 신랑감을 구하려는데 웬 피박에 따따블 진상이야! 무식하면 손발이 고생한다더니, 벌써 한나절 넘게 저 진상이 내 혼사길을 막내. 하기야 배고프다고 새끼들 먹이도 가로채고 지 똥까지 처먹는 저열한 족속하고 얘기하는 오늘의 내 신세가 이 세상 태어나서 처음이다. 물러나, 내 울로 만든 드레스에 구역질나는 똥냄새로 컴퓨터 세탁해야겠다. 무식하면 착하기라도 해야지, 왠 길을 막고 억지 부리는 거야. 내 오늘 귀족하고도 말을 한번 섞지 않다가 진상을 만나 반나절을 허비하다니 참으로 더럽고 지독한 놈을 만났구나. 길 닦아놓으니 똥개가 먼저 지나간다더니, 수십 년 전의 아버님 말씀이 절로 기억나는 구나! 지지리 궁상 똥물과 모자지간에도 밥그릇 싸움을 하는 천민 노예의식으로 길들여진 돼지 무리의 똥배짱 옹고집을 오늘에서야 깨달았다. 명태와 조센징은 두들겨 맞아야 말을 잘 듣는다던 아버님의 말씀이 틀림없구나! 성 아래서 바치는 무지랭이 백성들은 돼지와 함께 산다지? 그러니까 너희 돼지들은 흙 파먹고 자식들 밥그릇까지 뺏어먹는 하등동물들이지.

돈을 주랴 진주 목걸이를 주랴, 아니면 뭘 또 줘야 길을 비키겠니? 이 상돼지놈아! 너는 스케줄도 없이 아무데나 먹고 마시며 책임지지도 못할 새끼들을 퍼질러놓는 재주 밖에 또 있니? 에이구, 속 탄다 속 타! 벽창호하고 말씨름 하는 내가 미친년이지. 정 안 비키면 아버지 성에서 호위병들이 몰려 올 거야. 그때는 넌 꼬치구니 신세로 전락할 수 있어. 좋게 말할 때 어서 길을 비켜!  이 쉬방쉐이야......... 내가 오늘 만날 왕자님과 결혼하면 영토를 두 배 늘리고 세금도 팍팍 늘리는 다이아몬드 파티인데, 어디 일자무식 돼지 주제에 길을 막고 생트집이야. 재수가 있으면 가지밭에 넘어지고 재수가 없으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어른 말씀이 틀림 없구만. 그래, 정 안 비키려면 우리 집 호위무사들에게 니 오장육부 터져 나오고 숯불행 통돼지 구이가 된다는 걸 명심해라“
 
모나리자는 씨부렁거리다 외나무다리에 주저앉았다. 돼지는 꾸왜액거리다 역시 다리 한 가운데에 사지를 늘어뜨렸다. 잠간 졸음에 눈을 붙이려던 돼지엄마의 눈엔 젖 달라고 울부짖는 새끼들의 모습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돼지엄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털며 목청을 가다듬었다. 분노 보다는 굶고 있을  새끼들의 애처로운 모습이 심장의 박동을 빠르게 했다.
 
“야 거기 눈썹 없는 여편네야! 비구니가 되려다 변심했냐? 아님 강남 룸살롱 늙은 마담이 서러워 눈썹 문신하기 직전이냐?

이건 뭐 처녀도 아니고 아줌마도 아닌 것이 어디 한물간 공주타령이야! 애한테 젖먹이다 새끼 이빨에 물려 피 한 방울 흘려봤나? 겨울 양들의 털을 깎아 추위에 떨게 하고 넌 100% 순모직으로 드레스를 만들어 입고, 산에 사는 염료공의 돌을 깨게 하고 쉬어야 할 직조공 백성들의 휴식마저도 총칼로 억압하여 뼈마디를 닳게 한 죄는 천년을 갚아도 부족한 착취의 대역죄인이니라. 난 비록 두 평 우리에서 징역 살지만 이미 글로벌한 채리티 스폰서다. 독일인의 소시지로 맥주의 맛을 더하고, 스페인의 소금에 절인 하몽으로 남미대륙을 정벌케 한 일등 헌신적 음식으로서의 희생이요, 필리핀의 샴 미구엘 맥주와 함께 생일 결혼식을 장식하는 애저통구이로 많은 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고 잔치분위기를 지키게 하며, 한국에서는 부산의 돼지국밥 온 천지의 순대로 가난한 이의 전철 버스 귀가길에 한결같이 지키고 있는 순대로 대중성을 확보했느니라. 어디 라스베이거스 뒷골목 포주 같은 게 남의 발길을 막고 아버지 성주 호위무사 타령이야! 이 쉬발리에야! 연탄불을 갈아봤나 동태찌개를 끓여봤나? 넌 그저 고급스런 액자에 기어들어가 영원한 공주로 살아라. 박물관에서 겨우 고평가되어 노예와 유색인종의 관람을 막고, 하층 백인 입장료 만원으로 등골을 빼먹었지? 니가 1억불이라고 사람들이 그러니 짝퉁 모조품으로 이젠 길바닥 전단지에 짓밟히는 미술학원 찌라시 수준으로 전락했음을 자인하라. 그래. 난 새끼 잃고 참수당해도 5만 원짜리 고사머리 데코레이션 머리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겸손하게 재배(再拜)하며 입과 코와 귀에 만원 오만 원 십만 원 수표를 꽂아줘서 저승 노잣돈을 분에 넘치게 받는다. 이 세상을 떠날 때도 난 목덜미의 때를 제거해주고 가렵운 데 긁어주어 간지럼을 택하여 웃음만 생각하고 죽음을 기꺼이 맞이한다. 이 쉬발리에 레이디야! 우리 조상들은 순교자들이야. 너희 고귀한 족속처럼 공주 왕자는 아니어도 백성들의 떨어진 기력을 싼값에 돋아주고 잔칫상을 풍요롭게 하며, 저비용 고효율의 만남의 장을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다. 야, 눈썹 없는 헷갈리우스 여인아. 노처녀 주제에 웬 팔색조 공주타령이야. 시장을 가봤나, 애 기저귀를 갈아봤나? 젖꼭지 아프게 자식에게 물려 봤나. 직장 화장실에서 모유를 짜서 냉장고에 넣어 얼렸다가 집에 와서 해동하여 갓 난 아들딸에게 서럽게 먹이는, 눈물의 맞벌이를 해봤나? 이제, 이발소 벽 그림에도 어울리지도 않는 닳고 닳은 한 세기 전 공주마마 타령이야! 나이 삼백 살은 족히 넘는 너는 미국에서 인종차별로 1900년대까지도 알려지지 않은 박물관의 먼지를 뒤집어 쓴 페인팅에 불과한 여자야. 우리 조상들은 항시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순교자들이야. 너흰 우리의 내장까지도 먹으면서 더럽다고 위선적 평가를 내리는 족속들이야. 나는 오늘 이 다리 위에서 순교자의 길을 택하겠다. 알라 후 아크바르! 아니지, 나무할렐루야다. 너는 왕자에게 뺀지 맞고 처녀귀신 되고, 나는 순교자로서 돼지저금통으로 환생할 것이니, 역사는 다수의 굶주린 서민들의 작은 희망으로 나를 기어갈 것이다. 혈통 말고, 도대체 니 힘으로 한 게 뭐냐? 타서 식어버린 연탄재보다도 못한 여자야“
 
산새들이 여명의 합창을 지저귈 즈음에 모나리자의 호위 병사들이 창검으로 무장한 채 외나무다리로 몰려왔다. 가차 없이 창검으로 어미 돼지의 사지를 절단하고 내장을 땅바닥에 쏟아내게 했다. 돼지는 그의 말대로 장렬히 순교했다. 모나리자는 생전 처음 보는 성 밖의 살육에 몸을 떨었다. 장작불에서 지글지글 바비큐로 변신하는 돼지를 보고 모나리자는 죽기 전 돼지의 항변이 떠올랐다. 무사들이 몸뚱이를 다 먹어치울 즈음 돼지머리만 횅댕그래하게 남았다. 돼지는 극악한 고통을 받아 죽었지만, 환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모나리자의 포악한 살육을 비웃듯 하늘을 향해 너털웃음을 웃는 듯했다. 모나리자는 호위군사 없이 당당히 맞서다 죽음을 재촉한 돼지의 용기가 존경스러워졌다. 모나리자는 티본 립 스테이크를 버리고, 이미 흉하게 타서 그을리고 식어버린 돼지의 양볼에 가벼운 뽀뽀를 해주며 왕생극락 천당행을 빌었다. 돼지는 죽기 전이나 죽은 후에도 모나리자의 웃음보다도 더 환하게 웃고 있었다. 명백한 돼지의 승리였다. 1억불짜리 미소가 5만 원짜리 돼지머리에게 진 처음이자 마지막 막다른 길의 조우였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에 문일석 회장님이 웃음종교를 온라인 오프라인 활동으로 50만을 넘어선 네티즌과 독자를 화보했다. 이는 400만 우울증 환자에게 수백억 원의 무상 희망과 격려를 보낸 것에 다름 아니다. 웃음이 사라진 시대에 정의와 진리로 세탁된 밝은 세상이 속히 오리라 확신한다.
 
얼굴에는 가장 많은 근육이 종횡으로 겹쳐져 있다. 소통의 수다와 공감의 웃음 메아리가 골목골목에 메아리치는, 평범하고 정다운 이웃들과의 웃음의 지존 돼지머리와 소주 한잔을 나눠마시는 그런 내일을 꿈꿔 본다.

소문만복래, 일소일소 일로일로라고 했다.
 
아무쪼록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이 서민들에게 희망과 긍정을 가질 수 있도록 여야 모두 협의하여 선정을 이끌어주기를 학수고대한다. 5만 원짜리 돼지 머리 하나면 열다섯 명이 잔치를 벌일 수 있다. 골목길 이웃들의 웃음을 살리는데 8만원이면 족하다. 오늘도 이름 모를 곳에서 순교자의 길을 걷고 있는 돼지님들에게 삼가 경의와 존경을 진심을 담아 바친다. 알라후 아크바르, 나무할렐루우야~ samsohun@hanmail.net
 
*필자/삼소헌 이래권. 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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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쟁이 2014/02/26 [10:48] 수정 | 삭제
  • 정말 진한 웃음을 짓게 하네요. 속으로는 온 갖 허영심에 가득 차 있으면서 입가에는 썩소를 짓고 있는 가증스런 인간들을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어 너무 재미있네요. 오랫만에 속이 시원하네요.
    웃음종교의 맹신도로서 앞을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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