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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장 상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예비부부에게 출사표를 던졌다. 세월이 지나도 그곳은 여전히 인천의 혼수 골목이다.
중앙시장 골목 한 쪽에 새로운 공간이 마련됐다. 청실홍실이 알록달록한 그곳은 ‘중앙시장 초례청’이다. 중앙시장 협동조합 상인들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렵게 일궈낸 곳이다.
초례청에 놓인 방석이나, 나무 테이블, 벤치, 목공예품, 미싱 하나까지 모두 중앙시장 상인들의 기증품이다. 이렇게 꾸며진 초례청은 신랑 신부의 결혼식장, 협동조합 사람들의 사랑방,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중앙시장 협동조합의 지윤숙 총무(싱거미싱)는 협동조합 만들기부터 초례청을 세우기까지 시장상인들은 이끈 장본인이다. “이 동네가 많이 낙후되고 활성화도 안 되니까 뭔가 움직임이 있어야 사람도 오고 장사도 잘 될 것 같았어요. 조합을 결성해서 좋은 일도 하고, 마을 활성화도 해보자고 해서 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어요.”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고 설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중앙시장을 살리고 싶다’는 마음은 하나였다. 그렇게 모인 중앙시장 협동조합원은 16명. 이들은 마침 시에서 진행하는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초례청을 만들게 됐다. 지난 3월 자리에 세를 얻고, 3개월간 차곡차곡 공간을 채워나갔다.
“그 전에는 중앙시장에서 초례청 행사를 진행했었어요. 행사 때 사용했던 소품들은 행사가 끝나면 사라지게 되잖아요. 이 공간에서 상설 전시도 해놓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옷을 입어보고 결혼식도 올리고 할 수 있도록 했죠. 결혼기념일에 외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서 혼례복을 입고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결혼식에 쓰일 혼례상과 소품들이 알록달록 펼쳐져 있다. 부(副)를 상징하는 쌀이나, 잡귀를 내쫓는 팥, 신랑신부가 하나됨을 상징하는 조롱박 등 전통혼례는 하나하나 의미가 담겨있다. 여건상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사람들, 혹은 전통혼례를 계획하는 부부, 또는 새로운 시작을 조용히 알리고 싶은 재혼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웨딩카페’처럼 전통혼례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 이색적인 데이트공간이 되기도 한다.
초례청 한편은 테이블이 마련돼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정형화된 모습보다는 여유롭게 놓인 테이블 사이로 오랜 소품들이 시선을 끈다. 다다미, 요강, 미싱, 초롱불 등 예날 생활 소품부터 그 옛날 길을 떠나던 사람의 봇짐, 집신 한 짝까지. 어르신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문화교육이 될 만한 소품들로 가득하다. 특히 벽에 비스듬히 서있는 바퀴는 박물관에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역사 깊은 물건이다.
“이건 정말 재미있는 물건이에요. 6.25때 이북에서 피난길에 타고 내려온 수레의 바퀴 한 짝이에요. 운이 좋게 여기에 전시할 수 있게 됐죠. 여기 밥그릇도 다 옛날 거예요. 그땐 이렇게 컸어요. 큰 밥그릇에 밥을 고봉으로 쌓아올려 먹고 일을 나갔죠. 여기서 옛날 생각하며 자연스레 이야기가 터져 나오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협동조합원은 모두 중앙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다. 생업을 두고 초례청을 살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난 3개월간 구슬땀을 흘리며 지금의 모습을 갖춰 놓았다. 사람들에게 혼수시장을 알림과 동시에 결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통혼례를 치러주기 위해서다.
아직은 인력도 부족하고 홍보도 미흡하지만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뭐든 아픔에서 깨어나야 한걸음 나갈 수 있잖아요.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지금 우리는 알을 깨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자료제공 : 인천 I-vew 차지은 청년기자
원본 기사 보기:ebreak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