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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는 만사(萬事)’다. 부인 못할, 예외 없는, 세월을 초월하는 정치판의 정석이다. 하지만 세상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람은 본디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면 어긋날 수밖에 없다. ‘내편’은 뭘 해도 지지하는 법이고, 아니면 뭘 해도 껄끄러운 게 ‘방향의 법칙’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후임총리 ‘인사’를 두고 또 뒷말이 많다. 이번에도 ‘방향의 법칙’이 예외 없다. ‘같은 편’들은 ‘잘한 인사’라며 대통령에 대한 이해를 묻힌다. 하지만 ‘반대편’들은 또 ‘수첩인사’ ‘회전문 인사’ ‘민심과 동 떨어진 인사’ 등등 비판일색이다. ‘케미’가 다르면 ‘접점’이 어려우니 당연하다.
내각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이 권한은 국회의 인사청문회과정을 통과해야 법적당위성을 득하고 비로소 귀결된다. 언론의 부가적 ‘리트머스 검증’은 여론엔 영향을 미치지만 법적구속력은 없다. 박 대통령은 인사 특히 유독 ‘총리트라우마’가 깊다.
집권 후 내건 3번의 총리카드(김창준-안대희-문창극)가 ‘패착(敗着)’이 된 탓이다. ‘패’를 바꿔 내놓은 ‘이완구 카드’는 국회청문회는 억지로 통과하나 싶더니 성완종 리스트란 돌발 ‘홀’에 빠져 또 패착이 됐다. 이 전 총리 사퇴 후 24일 간 이어진 딜레마의 길목이어서 내심 의외의 ‘산물(?)’에 대한 기대감도 일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래서 긴 장고 끝 결단이 ‘황교안 카드’여서 놀랐고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해당 카드는 그간 다른 인사정국에서도 계속 거론된 것이다. 쓸려면 벌써 썼을 것이다. 당연히 ‘히든카드’는 아닌 부득이한 차선이란 반증이다. 또 ‘통합형’보단 ‘공격형방어기제’에 가깝다. 포괄적 ‘소통’보다 ‘체제결속’에 더 비중을 뒀다.
야권의 프레임에 밀리지 않으려는 박 대통령의 ‘결기’도 엿본다. 한번 밀리면 계속 휩쓸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3년차 현 시점은 집권터닝 포인트다. 국면 역시 썩 ‘호기’도 아니다. 그래서 이번 ‘황교안 카드’는 집권3년차 난국상황에다 실적에 쫓기는 ‘고육지책’의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드러난 청와대의 현실은 사뭇 처연하다. 고위공직후보자로 쓸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는 빈약한 ‘인재 풀’ 현주소가 여과 없이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당초 ‘황교안 카드’를 염두했다면 24일 간이나 뜸들일 이유가 없었던 탓이다. 검증과정 상 1백여 명이나 오른 점을 감안하면 국민들 대부분이 공감할 ‘청백리’가 없었다는 논리를 받친다.
일부 후보들 경우 스스로 손사래를 쳤다는 얘기다. 아마 청문회과정에서 지난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50대 이상 소위 고위·기득권층에 대한 암울한 자화상이 여과 없이 투영돼 씁쓰레하다. 물론 그 시절엔 성장이 중시되던 터여서 ‘관행(?)’이란 미명 하에 ‘도덕성’이 암묵적으로 묵과돼 왔지만 ‘예외(?)’가 없어도 너무 없다. 대한민국의 ‘불행’이자 ‘업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법조편향’의 선호방향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낙마한 김용준-안대희 후보자, 이완구 전 총리는 물론 김기춘 전 실장, 우병우 현 민정수석, 김영한 전 민정수석 등 대부분이다. 방향을 너무 한 곳에 집착하면 앞뒤좌우가 배제된 ‘편향’이 된다. 대통령의 편향은 우려스럽다. 대통령은 ‘왕’이 아닌 정무직공무원이자 공인(公人)이다. 하지만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문제는 대통령의 불행이 국민의 불행과 직결되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