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예술혼을 위하여(192) - 부재의 미학을 매만진 지석철 작가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5/23 [12:42]

빈 의자에 담긴 부재의 상징성을 상실의 감성으로 품은 작가의 내면은 맑은 붓질의 덧칠 속에 갈무리한 고엽의 갈피처럼 존재하고 있다,

 

비어버린 흔적을 통하여 부재의 미학을 오랫동안 추슬러온 지석철 작가의 전시 자료를 전한 메일을 읽고서 필자가 중얼거린 독백이다. 아마도 필자가 써가는 칼럼을 접한 큐레이터가 보내온 것으로 생각되는 자료를 받아들고 한때 늘 소통하였던 작가의 작품들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 지석철作. 부재(Absence ), 112.9 x 168cm, Oil on canvas, 2018 (소피스 갤러리 제공)     © 브레이크뉴스

 

필자는 여러 인연으로 작가와 일본과 홍콩 그리고 중국과 유럽 등의 해외여행을 동행하며 자주 보았던 시기에 작가의 작품으로 아트상품 작품 스카프를 제작한 적이 있었다, 당시 작가의 작품 스카프를 선물 받은 외국 유명 인사의 큰 반응을 접하고 해외미술관 전시를 오랫동안 마음에서 기획하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주변의 몰이해와 부족한 능력으로 생각을 현실로 꺼내지 못했던 필자는 당시 작가의 작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을 역사라는 관점에서 헤아리며 이를 제시하고 싶었다.

 

이는 작가의 작품에 담긴 실체적 주제인 의자(chair)에 대하여 보편적으로 파악되는 부재의 상징성이 오랜 역사의 이야기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까닭이다,  인간은 크게 ‘서다’와 ‘앉는다’라는 자세로 존재한다, 여기서 ‘앉는 자세에 필요한 자연적인 형태 물이거나 인공적인 물건이며 도구가 바로 ‘의자’(chair)이다. 이는 인간이 세상 어딘가에 앉게 되는 곳은 곧 자리(seat)라는 뜻과 맞닿아 ‘의자’(chair)와 자리(seat)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동행하고 있다, 이를 어원에서 살펴보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 지석철作. 예사롭지 않은 날(Unusual day), 49 x 92cm, Oil on canvas, 2017 (소피스 갤러리 제공)     © 브레이크뉴스

 

‘의자’(chair)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어에서 아래(down)를 뜻하는 카타(κατά-katá)와 고대 인도유럽어족의 조어인 뿌리(sed)에서 파생된 좌석(자리)을 뜻하는 히드라(ἕδρα-hédra)가 복합된 언어 ‘카테드라’(καθέδρα)이다. 이는 의자의 자리라는 신분을 뜻하는 말로 이후 이와 같은 위상을 나타내는 팔걸이가 있는 의자의 뜻을 가진 라틴어 ‘카테드라’(cathedra)로 전해졌다. 이는 고대 교회의 ‘감독’(주교-bishop)의 자리라는 뜻이다, 이에 ‘감독’(주교-bishop)의 자리(좌석)가 있는 교회를 이르는 신성한 언어 ‘대성당’(cathedral-大聖堂)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 속에서 주교(bishop)가 자리하는 좌석의 의자를 뜻하는 고대 프랑스어(chaere)를 거쳐 오늘날의 프랑스어 셰즈(chaise)와 영어의 ‘의자’(chair)가 된 것이다. 

 

이에 ‘감독’(주교-bishop)의 자리(의자)가 있는 차이의 역사를 헤아려 성당(church)과 구분하여 왔지만, 필자는 한층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씨앗(seed)이 뿌려지고 자라면서 생겨나는 상처인 스칼(scar)을 치유하는 신성한 자리(seat)에 놓인 ‘의자’(chair)가 자꾸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씨앗과 종자를 뜻하는 고대 인도유럽어족에서 파생된 언어(sed)가 오늘날의 씨앗(seed)이 되어 자리(seat)와 연관된 내용에는 흔적과 흉터로 직역되는 스칼(scar)이 마음의 상처라는 깊숙한 감성에까지 도달한 복잡한 사유의 눈물을 훔친 언어적 역사가 존재하며, 고대 그리스어에서 왕의 존엄한 자리와 하느님의 신성한 자리의 뜻을 함께 품은 ‘트로노스’(θρόνος)에서 라틴어(thronus)와 고대 프랑스어(trone)를 거쳐 오늘날의 왕좌(throne)의 뜻이 된 언어와의 상관성에 담긴 이야기도 무궁무진하다.

 

이와 같은 신성한 의자를 품고 세워진 대성당(cathedral)의 역사는 로마제국의 57대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1세’(Constantine the Great. 272~337)가 숱하게 박해받아온 그리스도교에 대한 해방을 선언하며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대성당(cathedral)이 주교(bishop)의 자리(의자)가 있는 차이의 역사를 헤아려 성당(church)과 구분했지만, 필자의 생각은 씨앗(seed)이 뿌려져 나고 자라면서 생겨나는 상처인 스칼(scar)을 치유하는 신성한 자리(seat)에 놓인 ‘의자’(chair)에 앉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역사를 안고 349년 콘스탄티누스 황제 시대에 베드로 성인의 묘지 위에 세워진 성 베드로 대성당에는 로마가톨릭교회의 초대주교이자 초대 교황을 상징하는 ‘베드로 의자’(Cathedra Petri)가 존재하고 있다, 본래 나무로 되어있던 오랜 역사를 품은 의자를 ‘알렉산더 7세 교황’(Alexander PP. VII. 1599~1667) 시대에 이탈리아 예술가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1598~1680)가 청동으로 감싸놓은 것이다. 


인류사에서 이와 같은 신성한 의자의 실체가 생활 속에 존재하여온 역사는 너무나 아득하다. 고고학적인 미술사의 기록으로 보면 고대 이집트의 초기 왕조 시대인 BC. 3000년 이전부터 존재한 것이다. 인류의 생활에서 필수적인 많은 가구와 용품이 존재하지만 이렇듯 의자가 가지는 신성한 역사성은 유일한 것이다. 이러한 의자의 역사성을 예술사적으로 유일하게 접근한 인물이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여류 미술사학자 ‘기셀라 리히터’(Gisela Richter. 1882~1972)이다.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녀는 1896년 로마대학에서 고대 그리스 화병 회화의 권위자인 오스트리아 출신 ‘에마누엘 로위’(Emmanuel Loewy. 1857~1938)에게 공부한 이후 1905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근무하였다, 당시 그는 1926년 ‘고대 가구’(Ancient Furniture)에 대한 기고문을 통하여 유일하게 의자의 역사성을 언급하였던 것이다.

 

필자가 작가의 전시에 이렇듯 장황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작가의 작품이 세계라는 무대에서 분명한 경쟁력의 바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부족한 식견으로 세계 미술사에 ‘부재’(absence)와 ‘현존’(presence)과 ‘상실’(loss)에 대하여 작가 지석철의 작품처럼 깊은 사유의 감성이 녹아내린 작품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는 부재와 현존 그리고 상실이라는 실체가 바로 역사의 주체인 인간의 감성과 맞닿은 맥락에서 더욱 그러하다,

 

젊은 날 가슴에 품은 기획을 현실로 끄집어내지 못한 아쉬움을 매만지며 부재의 서사 - A Narrative of Absence라는 주제 속에 열리는 작가의 전시를 통하여 젊은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의 도전 정신이 세계를 향하는 소중한 걸음이 되기를 소망한다.   
 

▲ 지석철 전시 작품 중인 소피스 갤러리  (자료제공 - 소피스 갤러리)     © 브레이크뉴스

 

부재의 서사 - A Narrative of Absence 라는 주제의 지석철 개인전은 강남 역삼로에 소재한 소피스 갤러리에서 2018년 5월 19일 오픈 되어 6월 23일까지 열린다, 전시 안내 02-555-7706 |info@sophisgallery.com


지석철 (Ji Seok Cheol) Profile - 작가는 1953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1978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현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20여 회의 개인전과 70회가 넘는 단체전을 통해 활발한 전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1982년 제12회 파리비엔날레(파리시립근대미술관)와 1989년 한국의 현대미술전(멕시코시티현대미술관), 1990년 현대미술 초대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95~1997년 유럽 10개국 순회 한국현대미술전, 2002년 이것은 그림?(포스코 미술관),2010년 젊은모색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그리고 다수의 국제 아트페어가 있다. 수상으로는 1978년 제1회 중앙미술대전 ‘장려상’을 시작으로 83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상 ‘석남미술상’, 92년 제8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 등을 수상하였다.

 

작가의 작품은 현재 대영박물관(런던, 영국)과 국립현대미술관(과천),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경남도립미술관, 성곡미술관, 호암미술관, 와카야마현립근대미술관(일본), 포스코 미술관, OCI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소장되어있다. 다음 칼럼은 (193) 성경 번역의 역사(下-6)입니다. *필자: 이일영, 시인.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artwww@naver.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