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품은 생명의 근원을 깊은 울림으로 담아내는 서양화가 이혜순 작가의 ‘자연을 머금다’라는 주제의 전시가 지난달에 있었다, 필자는 전시회 기간에 작가의 작품에 대한 글을 쓰려는 생각을 미루었다. 그것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필자의 느낌과 판단이 전시회의 포장과 같은 글로 이해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 ▲ 이혜순 作 ‘함께 가는 것들’ 130x97cm canvas on mixed media 자료 출처: 한국미술센터 © 브레이크뉴스 |
작가가 전시회 주제로 제시한 '자연을 머금다'는 작가의 작품과 의식을 이해하는 가장 우선적인 관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의 옛말 ‘머굼다’에서 변화된 우리말 ‘머금다’는 눈으로 가늠하게 되는 실체적인 의미와 가슴으로 매만지는 정신적인 의미를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싸매고’, ‘담으며’, ‘넣는’ 실체적인 의미를 지닌 ‘머금다’가 ‘품고’, ‘참으며’, ‘견디어내는’ 정신적인 뜻을 함께 가지고 있는 맥락에서 더욱 구체화한다. 이처럼 다양하면서도 구조적인 의미가 있는 동사인 ‘머금다’를 더욱 상세하게 살펴보면 들이키는 들숨과 내쉬는 날숨을 머금은 숨결과 만나게 된다. 이는 어떤 물질을 삼키지 않고 입안에 그대로 담고 있는 상태와 눈에 고인 눈물을 흘리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 ‘머금다’라는 주제로 품은 작가의 정화된 의식이다, 바로 생명이라는 깊은 숨결을 헤아린 사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들이키고 내쉬는 숨결로 승화된 작가의 작품은 자연을 단순한 바라봄의 대상이 아닌 잠잠한 마음으로 비치어 보는 고즈넉한 거울과 같은 바탕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내용은 사물과 현상의 기운과 느낌이 숨결로 정의되는 진리에서 화가는 많은 것을 일깨우고 있다, 화가란 결론적으로 그려내는 사람이다. 이와 같은 화가의 그려내는 표현을 전달하는 의식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게 되는 것은 결국 작품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작가의 작품을 헤아리면 먼저 겹겹으로 누운 조형과 빛깔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 구상과 비구상이 함께 존재하는 하모니(harmony)적인 조형이 친밀하게 와 닿는다, 여기서 분명하게 짚고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자연과 사물의 형태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경향을 구상으로 인식할 때 그 형태의 사실성을 재현하는 자연주의와 엄밀하게 구분된 작가의 작품을 보아야 하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작가의 작품에 담긴 사실성은 형태의 묘사가 아닌 자연이 가지고 있는 외적인 형태와 속내의 정신성을 대비한 표현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적절하게 표현하면 작가의 작품에 담긴 구상적 의미는 기쁨과 분노에서 나타나는 직접적인 행동이 섬세한 감성으로 여과되어 표현된 것이다.
이와 같은 작가의 구상적인 조형에 담긴 징검다리를 건너면 작가의 비구상적인 표현의 의미는 너무나 쉽게 감지된다. 그것은 바로 감정을 감춘 표정과 숨죽인 숨결과 같은 의미를 만나게 되는 까닭이다. 나아가 대체로 사실적인 형태에서 점진적으로 추상화시켜가는 보편적인 비구상과 다르게 작가는 겉과 속이라는 의식의 바탕에서 극히 제한된 구상과 비구상적 조형이 섬세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다른 작가와 분명하게 차별화되는 내용이다.
이와 같은 헤아림을 통하여 작가의 작품에서 구상과 비구상이 공존하는 하모니(harmony)적인 조형이 긴밀하게 와 닿는 사유가 쉽게 설명된다. 이는 하모니라는 개념 자체가 서로 다르게 표현된 상태의 상대적 부조화가 아닌 공감의 소통으로 파악되는 점에서 더욱 뚜렷하다.
![]() ▲ 이혜순 作 ‘함께 가는 것들’ 97x130cm canvas on mixed media 자료출처: 한국미술센터 © 브레이크뉴스 |
이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굳이 미술사적인 관점에서 헤아리면 ‘신표현주의’(Neo-Expressionism)적인 경향이 분명하다. 미술사에서 이와 같은 ‘신표현주의’는 여느 주의와 달리 분명한 의식과 논리적 바탕을 가지고 출발한 운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대상에서 심상적인 이미지로 급류처럼 이동한 개념미술의 실체를 바라보게 된 화가 개개인이 작업이라는 자신의 행위를 깊게 인식하면서 생성된 의식이다.
그려내고 매만지는 기량과 미술가의 정신이 일정한 균형과 소통을 이루게 될 때 얻게 되는 예술의 깊은 의미를 일깨운 미술가 자신의 정신적 변화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경을 넘어 동행한 미술사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반응하여 미술가 개개인의 감정적 표현의 폭이 넓어지면서 섬세한 감성의 대비와 비유가 이루어지고 작품의 전체적인 겉과 속이 은유하는 ‘알레고리’(allegory)가 성립된 점이 신표현주의에 대한 가장 큰 흐름으로 정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변화의 과정을 살펴보면 ‘함께 가는 것들’이라는 주제로 오랫동안 작업하여온 일련의 작품에서 동일하게 파악되는 요소가 있다. 먼저 ‘함께 가는 것들’이라는 주제가 품은 의미이거나 작가의 내면에 담긴 의식 자체가 그 시작과 결론은 ‘동행’이다. 이는 바로 생명을 의미한다, 그것은 밟힌 채로 살아가는 풀잎과 한 점 빗방울과 한 줄기 바람에도 숱하게 목숨을 잃어가며 살아남는 작은 곤충의 세계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신성한 자연과 인간이라는 뗄 수 없는 관계의 영원한 동행으로 남아야 하는 생명의 노래를 추구한 작가의 정신이며 의지인 것이다.
![]() ▲ 이혜순 作 (좌) ‘함께 가는 것들’ 130x160cm canvas on mixed media (우) ‘합께 가는 것들’ 130x160cm canvas on mixed media 자료 출처: 한국미술센터 © 브레이크뉴스 |
이러한 의식에서 작가는 태초의 자연이 생성되기 이전의 카오스(Chaos) 상태를 작품의 바탕으로 삼고 있다. 이는 작가의 작품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놀라울 만큼 섬세한 집중력으로 이루어진 작업을 파악하게 되면서 느껴지는 경이로운 내용이다. 마치 모세혈관처럼 그어댄 선 위에 새살이 돋아나면 다시 그어 간 숱하게 반복된 겹겹으로 누운 질감과 빛깔에서 신성한 생명의 숨결로 엎드려 있었을 실로 놀라운 집중력을 파악하게 된다.
이렇게 피가 흐르고 살이 돋아나 마침내 숨결이 흐르는 바탕이 이루어지면 이름 없는 풀잎은 곳곳에 솟아난다. 이어 크고 작은 나무가 자라고 여러 꽃이 피어난다. 아등바등 맨살을 기어오르는 크고 작은 곤충이 그려지는 시기이다. 평화로운 자연의 정적에 귀를 세워 새들의 고운 음성을 기다리다 예쁜 빛깔의 새를 두리번대며 찾다 보면 냉큼 삼켜버린 몇 마리의 곤충이 사라진 자리에 또 한 줄의 고운 빛깔이 비명처럼 그려져 있다. 이렇게 많은 손길과 붓질이 엉켜 들었지만 놀랍게도 작가의 작품은 극히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이는 상상키 어려운 집중력을 가진 작업을 바탕으로 섬세한 손길이 오랜 시간을 삼킨 결과일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작품이 있다, 강렬하게 화면에 물감을 흘리는 드리핑(dripping)기법의 ‘액션 페인팅’(action painting)에서부터 지극히 절제된 감성을 담아내는 미니멀 아트(Minimal Art)와 또 다른 개체의 역설을 통한 ‘오브제’(objet)의 함성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소중한 감성과 예술적 의식을 품고 있다,
![]() ▲ (좌) ‘함께 가는 것들’ 53x45cmx canvas on mixed media 자료 출처: 한국미술센터 © 브레이크뉴스 |
필자는 작가의 작품을 오랫동안 살펴오면서 정당한 평가와 바른 비평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많이 느껴왔다, 두어 달 전 몇 해 전부터 작업하고 있는 작가의 금속공예 작품들을 보았다, 특유의 집중력이 끝없이 녹아내린 작업을 보면서 작가의 내면에 얽혀든 시대의 그림자를 읽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작가는 그동안 유의 깊게 매만져온 자연과 문명이라는 주제의 작품을 제시할 것이다. 이에 회화 작품과 금속공예가 접목된 작품을 통하여 자연과 문명은 대립이 아닌 서로가 설 자리가 있는 이야기를 풀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가는 금속공예를 통한 문명의 상징에서 오랜 역사 동안 보석에 담긴 불변의 빛깔을 영원한 가치로 품어온 것처럼 자연과 문명은 영원한 동행이라는 숨결의 미학에 담긴 소중한 메시지를 질펀하게 담아낼 것이다.
달빛을 머금고. 바람을 머금고, 가을(계절)을 머금듯이 자연은 머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이와 같은 숨결을 헤아려 신성한 생명의 호흡을 오랫동안 매만져온 작가의 작품에 진정한 평가를 기대한다.
![]() ▲ 서양화가 이혜순( Artist, Lee Hye Soon) ©브레이크뉴스 |
서양화가 이혜순(Lee Hye Soon) 전시 주요 경력
1962년 서울
1986 이화여자 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
◎ 개인전
2018 ‘자연을 머금다’ 개인초대전 (서울, 더갤러리숲)
2017 ‘이혜순 한국 풀뿌리 어울림 展’ (오스트리아 비엔나)
2013 '이혜순초대전' (Safe 갤러리. 도로교통공단. 서울)
2011 '이혜순의 자연 속으로....展' 특별 개인초대전 (갤러리 각. 인사동. 서울)
2010 '이혜순 초대전' (Space Inno 갤러리. 인사동. 서울)
2008 '봄을 여는 이혜순 초대전' (더갤러리. 허브빌리지. 연천 )
2008 남송 국제 아트페어 (성남 아트센터. 분당)
2006 'MANIF 12! 06 Seoul' (예술의 전당. 미술관. 서울)
2006 'Metz Art Fair' (Metz. France)
2004 '이혜순 초대전' (갤러리 우덕, 신사동. 서울)
2002 '이혜순 초대전' (가산화랑. 청담동. 서울)
◎ 그룹전
2016 중산 국제아트페어 초대전 (중국 중산 손문 150주년 기념행사관)
2015 2015 대한민국 현대미술 비엔나 초대전 (오스트리아 비엔나, 한인문화회관)
2015 Tokyo Landing Project전 (Japan Tokyo, 한인문화히관)
2014 Asia Contemporary Art Show (HongKong 2014)
2014~2005 ‘창작 미술협회전’ (세종문화회관. 서울 // 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서울)
2013 '2013 핸드메이드'전 (코엑스. 삼성동. 서울)
2012 'Art en Capital' (Grand Palais. Paris. France)
2012 '크리에이티브아트 가을향연전' (SAFE 갤러리. 서울)
2012 'Atelier Chagall' (Alzaia Naviglio Grande 4, Milano. 이태리)
2012 '창작 미술 협회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12 코압갤러리 정기전 (각 갤러리. 인사동. 서울)
2011 창작 미술 협회전 (세종 문화회관, 미술관. 서울)
2011 'Comparaisons' (Grand Palais. Paris. France)
2010 창작 미술 협회전 (세종 문화회관, 미술관_ 서울)
2010 '봄을 이야기하다' 여류작가 초대展 (갤러리 우덕. 서울)
2009 창작미술협회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
2009 '꽃에 아트를 입히다 展' 삼성동 무역센타 (COEX 1F 로비), 서울
2009 'Comparaisons' (France. Paris. Grand Palais, 그랑빨레)
2009 '또다른 형상의 세계로' 초대展 (서초 갤러리. 서울)
2008 ‘남송의 봄’ 전 (남송미술관) 가평
2008 '프랑스 파리 15구 시청 초대전'
‘MAIRIE DU 15e ARRONDISSEMENT DE Paris’ (Salle des Fetes de la Marie 31 rue Peclet 75015 Paris)
‘BRIVE-LA-GAIUARDE’ (Chapelle Saint-Liberal)
‘CHAMALIERE’ (Galerie dArt Contemporaim)
‘LORREZ-LE-BOCAGE’ (Espace ARTEVIE)
2007 ‘Comparaisons 2007' 국제아트페어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2007 ‘Salon d'automne' (프랑스. 에스파스. 오테이유)
2007 'Salon 2007 SNBA' (프랑스. 카르셀 드루브르, 루브르 박물관)
2007 창작미술협회전 (성남 아트 센타)
2006 ‘각 갤러리 초대전’ (‘각’ 갤러리. 인사동. 서울)
2006 ‘파주 2006 오픈 아트페스티발 파주 현대작가’전 (헤이리마을 북하우스. 파주)
2006 'Comparaisons 2006'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2006 ‘Art Metz' 국제 아트 페어 (France. Metz)
2005~1987 ‘채림전’ (관훈미술관. 미술회관. 조선일보 미술관)
2003 ‘여성회화 페스티발 ’전 (숙명여자대학교 디지털아트뱅크. 서울)
2003 Vamos Arte 전 (갤러리하임빌 개관기념 초대전. 일산)
2003~1987 '한국여류화가회전‘ (예술의전당. 서울 // 프레스센타. 강릉문화회관)
2001 '프리웨이전' (한국통신. 서울)
'롯데아트갤러리 개관기념초대전' (롯데아트갤러리. 일산)
2002 '자연으로의 회귀전' (롯데아트갤러리. 일산)
1997 한국현대 작가전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1996 단오제 기념 “여류화가전” (강릉문예회관)
1992 '원미술전' (미술회관. 동숭동. 서울)
'이화여대 100주년 기념 서양화 동창회전' (서울갤러리. 프레스센터. 서울)
1988 ’88 여름향방전 (Yoon Gallery, 인사동. 서울)
서울현대미술제 (미술회관. 동숭동. 서울)
1987년 제6회 대한민국 미술대전(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청년미술대상전 (하나로 미술관)
1987 제6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987 Contemporary Korean - Artist Emerging Exhibition (Azart Gallery. 시카고)
1987 지향-82전 (백악미술관. 인사동. 서울)
1987 '청년미술대상전' (하나로 미술관. 인사동. 서울)
1986 '제3회 동아미술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서울)
1986 '한불수교 100주년기념 서울국제미술대전' (세종문화회관. 전시실. 서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