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립미술관은 2019 여름 특별기획 “종이 충격전”을 선보였다, 지난 7월 19일 오픈되어 9월 1일까지 열리는 양평군립미술관 “종이 충격전”을 다녀왔다. 오랜 역사를 가진 종이에 담긴 승화된 예술세계가 문화와 예술의 충격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여름 특별기획으로 휴양지 양평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종이로 만든 독창적이며 승화된 예술세계를 대규모로 선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종이 충격전은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예술가들이 대거 참여한 전시이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친화적인 종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보여주는 예술세계를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획이었다. 우리나라 현대미술가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국내 관람객은 물론 세계인이 공감 할 수 있는 예술작품으로 분명하게 제시한 전시였다.
이번 전시는 우리의 종이로 대표되는 한지가 선조들의 생활에서 얻어진 지혜의 산물이라는 역사적인 사실을 중시하고 있다. 이는 종이가 만들어지면서부터 글을 읽고 지식을 얻는 책의 바탕이 되어 이와 같은 종이(책)에서 얻어진 학문과 감성을 재생산하여 이를 다시 담아내는 용도(노트)의 소중함을 헤아린 것이다.
또한, 종이는 보존되어야 하는 모든 기록의 실체로 오랜 역사를 관통하여 오늘날에도 문서와 증서로 대표되는 가장 귀중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와 함께 종이는 서로를 소통하는 서간(편지)의 실체로 인간 사회의 모든 애환이 녹아내린 감성의 실체였다. 이어 부채와 우산과 같은 대표적인 생활 용품에서부터 다양한 생활용품으로 우리의 역사와 동행하였다.
이번 종이 충격전을 기획한 양평군립미술관 이형옥 학예실장은 종이에 담긴 예술성을 제시하기 위하여 한지와 종이를 소재로 국내외에서 활동 하여온 작가들을 오랫동안 헤아렸다. 이는 종이가 품어온 오랜 역사만큼이나 무한한 가능성을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신뢰한 의식이었다. 이형옥 실장은 이와 같은 종이충격전을 통하여 우리의 토양에서 자란 닥나무를 가공하여 생산된 한지의 전통성과 함께 다양한 현대 종이를 통하여 동양과 서양 그리고 전통과 현대라는 역사의 맥락에서 빚어진 예술성을 제시하였다.
이와 같은 기획자의 열정적인 의식은 전시 구성에서 쉽게 살펴진다. 먼저 한지의 역사와 제조과정을 담은 전시가 지하층 전시공간에서 영상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한지의 역사와 함께 그 가치를 재인식하게 되는 전시공간이다. 이어 미술관 각 공간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종이예술 작품들이 저마다의 독창적인 예술성을 효율적으로 보여 질 수 있도록 배려한 설치가 돋보인다. 이는 모든 작품을 분석하여 한지와 종이의 질감에서부터 각 작품의 이미지와 형태를 분류하여 전시의 깊이를 추구한 흔적이 뚜렷하였다.
![]() ▲ 신호윤 作 Archipelago-Island 006-1, 1500x500x250cm, paper.2017 출처- 양평군립미술관 © 브레이크뉴스 |
종이 충격전에 출품된 현대미술 예술작품들은 작가들이 그동안 제작해 온 수백 종류의 종이를 내구성을 높여 특수한 기법을 동원한 작품들이다. 작품들은 다양한 공정을 거치면서 생산된 종이를 작가들의 손에 의해 자르고 둘둘 말아 올리고 또는 꼬아서 그 견고성을 다져 예술작품으로 탄생되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두꺼운 책 한 권의 무게에 놀라게 되는 것처럼 작가들의 특수 기법을 거친 종이 작품들은 가볍게 느껴지지만, 그 강도가 실로 견고하다는 사실은 다양한 전시 작품을 통하여 쉽게 확인된다. 이와 같은 이번 전시는 우리한지와 종이의 우수성과 진가는 물론 종이로 빚어낸 승화된 예술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이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이번 종이 충격전에 담긴 감동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도록 영상작품과 평면드로잉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하고 있었다. 미술관로비에 현대인들의 우상인 조명이 들어 있는 캐릭터작품을 설치하여 관객들이 다양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어 15m 크기의 초대형 인체 형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는 종이를 잘라 조립한 작품으로 현대인들이 다난한 삶의 여정을 넘어 희망으로 들어서는 미래를 향한 상상의 힘과 새로운 비상을 제시하려는 의미이다.
이렇게 시작되는 양평군립미술관 2019 여름프로젝트 종이충격 전시는 (지하층)에 마련된 종이의 꿈-The dream of paper 전시 공간과 만나게 된다. 이곳은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와 껍질을 설치하고 다양한 자료들을 배치하여 우리의 전통 한지가 만들어져 사용되기까지의 과정을 한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한지는 종이의 본 고장 중국에서도 그 우수한 품질을 인정할 정도로 신라의 백추지(白硾紙)와 고려의 만지(蠻紙) 그리고 조선의 태장지(苔壯紙) 와 같은 각 시대마다 고유한 양질의 종이를 개발하여 사용하여 왔다. 이에 고구려 승려 담징(曇徵)이 일본에 건너가 우리의 종이 제조기술을 일본에 전한 기록이 그들이 자랑하는 일본서기(日本書紀)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굴된 최고의 목판 인쇄물인 국보126호 무구정광다라니경에서 살펴지듯이 한지를 보편적으로 사용한 오랜 역사가 확인된다.
이와 같은 소중한 역사를 헤아리며 이번 종이충격전에 초대된 전통한지명장 장응열 작가의 작품이 더욱 눈길을 끈다. 작가는 한지가 천년의 세월을 견뎌낼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난 재료임을 강조해 왔다. 작가의 손으로 직접 제조한 수제 한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역사성을 품고 전시공간에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어 (미디어 영상관)에서는 이와 같은 한지의 모든 제조과정을 영상으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미디어 영상관을 지나 메인 전시 공간으로 연결되는 (슬로프공간)에서는 종이의 무한함을 펼쳐 보이는 설치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종이의 가공방식과 조형감각이 창작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발한 작품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몰입하게 한다. 신호윤작가의 작품은 마법과 같은 신비함이 충격과 함께 드러난다. 이 작품은 2차원과 3차원 사이에 위치하는 형태 속에서 특정한 각도에서 조각의 형상이 감지되는 기발한 설계로 이루어져있다. 이렇게 드러나는 형상에 담긴 메시지는 현상과 본질을 추구하는 비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유재현 작가의 작품은 외국의 신문들, 특히 강대국들의 신문들을 사용한 작품이다. 이는 종이가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듯 그 어떠한 힘의 논리도 자연의 신성한 섭리를 비켜 갈수 없음을 일깨우고 있다.
박광렬의 작품 잊혀져가는 사랑(연꽃의 꽃말)은 연잎을 석고로 틀을 뜨고, 연잎 및 다양한 식물을 가공한 수제종이로 빚어낸 작품이다. 이는 현실과 비현실사이의 간극에 담긴 정신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도경 작가는 자연을 매개로한 생태문화의 다양성을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다양한 곤충과 동물의 상관관계인 다양한 식물을 종이로 만들어 낸다. 이는 자연에 담긴 신성한 생명의 숨결을 의식한 작가의 메시지이이다.
(2층 전시공간)은 종이를 이용해서 평면 또는 오브제를 조합한 신 개념의 종이조형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이와 같은 종이조형(Paper molding)의 작품들은 단순한 드로잉에서부터 종이부조 작품과꼴라쥬에 이르는 다양한 조형언어들이 평면과 부조로 오버랩 되면서 입체조형과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이 공간에서 만나는 서양화가 권순철 작가의 작품은 다양한 얼굴들(Visages Pluriels)을 통해서 물감을 덧칠해 두꺼운 질감 을 드러내는 특유의 기법으로 인간의 고통과 깊이를 표현하고 있다. 비밀스러우면서도 가끔은 유머러스한 느낌까지 주는 작품이다.
김춘옥 작가는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자연과 자연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인과의 정신성을 한지를 뜯어 겹겹이 붙여 조형화시켜가면서 소중한 실체로 담아내었다. 전정선 작가는 오랜 세월을 통해 내려온 수묵화 전통에 담긴 사유의 정신성으로 고독하고 메마른 도시사람들에게 창문을 통한 메시지의 감성을 제시하고 있다. 전병현작가는 전통 한지를 이용해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표현하는데 천착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신작 '어피어링 시리즈(Appearing Series)'를 선보인다. 한지를 여러 겹 배접하면서 그린 그림을 손으로 찢어서 완성한 작품을 통하여 한국적 감성의 이미지을 보여주고 있다. 박철작가는 우리의 농경문화에서 소중하게 사용되어 왔던 멍석을 Canvas에 옮겨 멍석에 담긴 정신성을 추상성으로 담아내고 있다.
권봄이 작가는 반복적 행위를 통한 심리적 순환과 자아치유를 나타내는 시각적 묘법을 추구한다. 작가의 작품은 평면적 사물을 종이말기 작업을 통하여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심리적인 행간을 담아내고 있다. 류봉희 작가의 작품 (나․너․우리)는 찢어진 한지창호로 표현된 전통의 가치관과, 빠르게 변모하는 물질문명 속에서, 상처받고 소외당한 사람들을 매만지고 있다. 이종승작가의 (흔적)은 Chaos의 정신성을 바탕으로 한지위에 드로핑한 착색과정을 통하여 2차원적인 사유의 내면을 그려내었다. 이귀임 작가의 작품은 한지의 원료인 닥종이를 물에 풀어 두드리고 짓이겨 원하는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작가가 의도한 형태를 구상하고,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색을 표현하기 위해 커피 추출액(에스프레소)으로 색을 입힌다. 이는 모든 생명에 담긴 시간의 유한성을 영원한 흔적으로 남겨두려는 작가의 내면이 빚어낸 빛깔과 형태이다. 차종순 작가의 “휴” 시리즈는 한지를 매개체로 동양적 사유에 선율을 해방시켜, 마치 조선 백자의 은은한 빛과 향기를 한지로 품고 있다. 순백색의 한지 작업은 색이 없는 종신의 무게와 침묵이 내재한 영원성 같은 빛이 빚어내는 자연의 호흡을 느끼게 한다.
양상훈 작가는 자연과 자유 속에서 삶을 다채로운 사회적 경험과 여러 장르에 걸친 회화적 표현을 추구하고 있다. 작가는 풍부한 재료의 언어를 구사하면서 폭넓은 주제와 참신한 소재의 채집, 다양한 재료의 언어적 사역, 다양한 양식의 변화 등이 작가의 면면과 상상력의 진폭을 확인시켜준다. 안현주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단위(unit)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으로, 종이(paperboard) 위에 시각적인 밀도를 형성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시각적인 층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회화적 기법과 재료를 사용하여 미처 자각하지 못한 잠재와 우연의 관계에 담긴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혜영 작가의 작품은 삶의 여정에서 남겨진 의상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엄마의 색 바래고 낡아빠진 하늘색 지지미 이거나 바느질도 얌전한 모시치마와 같은 기억 속의 감성들을 현대문명의 고독한 시회의 현실과 비교시키는 의식이 돋보인다. 최필규 작가는 흰 종이를 찢어가면서 유년의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 유년시절에 접했던 한국 문화의 원형에 대한 탐구의식이 모더니즘회화의 확장된 방법론을 통하여 고유한 감성이 투영된 흥미를 접하게 한다. 최정윤 작가는 회화에 대한 고정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적 감성을 담을 수 있는 한지 입체회화작품 즉, ‘돋을 그림’을 추구하는 작가이다. 기법과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 실험적인 바탕에서 한국적인 정서와 감성을 담아내는 작가의 작품은 반복적으로 붙여 각각의 독립적인 형을 이룬 조화로운 리듬이 인상적이다.
![]() ▲ 이승오 작품을 관람 하는 관람객들 출처: 양평군립미술관 © 브레이크뉴스 |
(2층 제 2전시실)에서 만나는 (상상하는 종-Imaginary paper)들은 기존 종이 예술을 넘어 종이의 한계가 어디인가를 실감하게 하는 전시공간이다. 종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망라된 국내의 대표적인 현대미술작가들 중 종이예술의 신기원을 마련한 작가들의 예술작품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부르는 전시공간이다. 김희경 작가의 작품 ‘Bloom’ 연작은 전통적인 한국의 종이, 즉 한지를 재료로 자연미의 상징인 꽃의 이미지를 부조화시켜 보여준다. 작가는 단순한 꽃의 아름다운 형상이 아닌 자연의 생명력을 깊은 울림으로 빚어내고 있다.
김 은 작가는 종이나 천을 직접 찢고, 태우고, 죽이 될 때까지 으깨어 종이죽을 흘러내리는 다양한 실험에서 형성된 흔적의 우연성과 비정형적인 형태들을 조합하여 오묘한 형태미를 발산한다. 이어 무채색으로 드러나는 빛깔은 작가의 깊은 의식으로 여과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차계남 작가는 붓글씨를 쓰듯 흰색의 공간여백에 검정색의 예술세계를 추구한다. 이는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의식적인 행위로 붙여가기기를 반복하면서 그리려하는 단순성을 통제한다. 무작위적인 반복과 행위의 겹겹으로 이루어지는 작가의 작품에 담긴 신성한 의식이 느껴진다.
한기주 작가의 작업은 나무의 원 목판을 파내어 찢기고 긁힌 자국의 파편들을 한지로 20겹 두들겨 그 흔적들을 전사(傳寫)한다. 이는 흔적이란 원상의 은닉과 은폐를 통해 드러나는 사람의 야이기를 빗댄 의식이다. 이와 같은 기호의 범주에도 이미지의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이중적 의미가 교차하는 흔적의 속내를 통하여 한국적 미를 끌어내려는 작가의 내면이 신성하게 느껴진다.
이승오 작가는 시사적이거나 사회의 이슈거리가 될 만한 여러 이미지를 차용하여 마치 감성을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몰아가듯 내면을 독특한 조형으로 표현하여 보여준다. 여기에는 붓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붓으로 그리는 이상의 효과를 보여주는 붓이 아닌 손에 의존하여 가장 근원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작품의 지층 내지는 물결 모양과 같은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자연적인 형태들은 단순히 고흐의 정물이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과 시대의 잔상이 아닌 역사의 숨결과 같은 파동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다.
이종한 작가는 집을 모티브로 하는 대표적인 작가이다. 굴뚝의 연기, 불 켜진 집마다 소곤거리는 소리, 아기를 재우는 자장가 소리와 같은 서정으로 녹아내린 감성들이 집안의 불빛을 창문으로 흘러나오게 하는 발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지현 작가는 책을 읽는다 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책의 내용을 시각적 오브제로 전환하여 상징적인 예술성으로 보여준다. 이는 소통이 멈춰버린 지나간 책에 담긴 의식을 전달하려는 작가의 승화된 감성의 발상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전관영 작가의 근작은 평면이라는 바탕에서 이루어지지만, 일종의 부조적 표현수단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입체적인 평면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전의 작품이 보여주던 미묘한 뉘앙스의 감성은 희미하지만, 구성적 패턴에서 의식을 이루고 있는 사실은 분명하다. 반복되는 띠 모양의 얼룩들은 삐죽삐죽 솟아오른 입체적인 표면의 반복되는 구조를 통하여 페인팅적인 미니멀리즘을 연상시키면서도 독특한 빛의 연출은 고유한 정감의 결정체로 드러난다. 우리들을 끝없는 명상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작가의 작품은 현대회화에서 승화된 정신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있다.
김도명 작가는 문명과 자연, 소통, 생명 등을 주제로 정밀하게 제도하고, 자르고 다시 쌓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설치작업 작가이다. 그의 작업과정은 수천 장의 골판지나 신문지, 책, 종이 등의 두께를 정교하게 계산한 후, 같은 중심점을 기준으로 각기 다른 크기의 원들을 제도해서 오려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와 같은 의식 자체가 창조적인 노동의 예술성을 인식하게 한다. 김일근 작가의 작품에서 두꺼운 종이 재질로 통일시켜 제작한 정교한 일상의 사물들은 일차적으로 작업이라는 장인적 의식이 빚어낸 산물이다. 이와 같은 작품은 작가의 승화된 예술성이 작가적 상상력과 융합되어 관객들에게 볼거리와 재미를 앞세우면서 의식적인 감성을 여운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김현하 작가는 인류사에서 가장 오랜 물질의 소통수단으로 존재한 동전을 모티브로 작은 형태에 담긴 무한한 가치의 인식을 담아내고 있다. 동양적인 기법으로 설치와 접목한 (다른 시선-행복의 조건)의 작품은 100명의 세계재벌을 동전 안에 그려낸 작품이다, 물질의 풍요에 담긴 공허한 허상을 단순한 나열이 아닌 메시지로 빚어낸 의식의 울림이 깊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 ▲ 김현하 작가 작품을 관람 하는 관람객들 출처: 양평군립미술관 © 브레이크뉴스 |
송영욱 작가는 전통 한지를 이용하여 생활의 통로를 연결하는 문(門)의 모습을 떠내듯이 캐스팅한 설치 작업으로 관람객을 사유의 장으로 초대한다. 작가가 자주 다루어 온 한지 캐스팅 방식의 작품은 분명한 형태를 갖는 반면 그 속은 비어있다. 이처럼 속은 비었으나 여러 겹으로 쌓인 한지의 지층으로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은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일면이 있다. 작가는 층층이 포개어진 한지 속에서 존재하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차이에서 오는 의식을 매만지고 있다. 이재호 작가의 “기도하는 아이“는 순수한 숨결로 추구하는 훼손될 수 없는 순결한 것들의 원형에 대한 추구이다. 이는 성장하면서 상실하게 되는 순수한 심성에 대한 회귀의 수단이 곧 예술이라는 소명을 인식한 작가의 명상적인 작품이다.
장형순 작가는 국내의 대표적인 종이모형 제작으로 명성이 높다. 작가는 하늘을 날기 위한 날개를 얻기 위해 소원들 들어준다는 신을 찾아간 이드 이야기를 하고자했다. 그토록 바라던 소원을 이뤘으나 생각지 않게 찾아온 정신적 고통을 표현한 작품이다. 또한 이와 함께 출품한 신윤복 그림 여속도첩 중 전모를 쓴 여인을 종이모형으로 제작한 작품은 종이예술에 담긴 승화된 감성이 돋보인다. 조은경 작가는 섬세하고 부드러우며 다루기가 쉬운 한지를 이용하여 자아와 주변의 것들의 껍데기를 허물처럼 벗겨낸다. 일상을 함께 채우고 있는 사물들을 조형적 변주를 통해 새롭게 지어낸다. 색채를 가미하지 않은 깨끗한 한지의 형체 속에서 작가의 깊은 의식이 투영되어 있다.
(2층 3 전시공간)은 종이 충격전의 절정을 이루는 종이의 판타지아(Paper fantasy)가 연출되어 있다. 종이설치미술을 보여주는 전시공간에는 종이예술이 보여주는 판타지아가 연출되어 종이충격 그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공간에 전시된 작가 중 한국 여성주의 작가의 대모라 불리는 윤석남(1939~)작가는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을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개관 특별전에 출품한 설치작품 (어머니의 이야기 1995)에 이르는 어머니 소재의 작품으로 대표되는 작가이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 없는 모성과 함께 페미니즘(feminism) 적인 감성까지 망라한 작가 스스로 한국 여성주의 운동의 주요한 모임인 시월모임을 비롯하여 한국 최초의 여성동인지 'IF' 등을 창립하였다.
박성태 작가는 섭씨 800도 정도의 온도에서 구워내는 동류화(일종의 칠보기법), 테라코타 설치작업 등을 주로 해왔다. 이번 전시작품은 수직과 수평 혹은 음과 양을 상징하는 십자가 구조물에 종이로 제작된 근, 현대사에서 기억되어지는 무명인들의 희생을 접목하여 신성한 삶에 담긴 의미와 역사성을 담아내고 있다. 김정순 작가는 연잎이라는 대상을 통하여 정화와 치유에 담긴 의식을 작품화했다. 인간의 삶을 연잎으로 표상한 작가의 내밀한 의식이 평온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인송자 작가의 작품 ‘나비숲’은 나비 무리를 통한 상상의 공간을 추구한다. 이는 현실의 삶에서 다양한 인과관계를 통하여 빚어지는 그릇된 것들에 짓눌린 마음의 비상을 의미한다.
김상연 작가는 작품 ‘공존-샘’에서 한지로 오려 그린 원숭이 5,000여 마리를 넝쿨수풀처럼 엮어 설치하였다. 이는 인간사회를 비유적으로 풍자하고 있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기형적인 의자들과 천진무구한 원숭이 무리들로 둘러싸인 넝쿨사이를 거닐며 인간 실존과 공존에 대한 내적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유도하는 작품이다. 강용민 작가의 작품은 사진이나 인쇄물이 예리한 칼날에 잘리면서 환영과 실재 사이의 혼란을 생성한다. 그것은 아름다운 파괴이자 숨겨진 의문들이 새어나오는 흠집이 생기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매체의 진실, 강박, 죽음 등으로 번져가면서 또 다른 환상과 서사를 만들어낸다.
로즈박 작가는 한지를 이용하여 생명의 탄생에 담긴 비밀을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한다. 출품작품에서 한지는 물속에서 태어난 물의 종이이다, 이는 생명에 대한 본성을 의미한다. 이처럼 작품에서 빛어낸 생명의 탄생은 어둠에서 빛으로 향하는 새로운 통로이다. 태아가 마주하는 최초의 빛은 완전한 생명체로 탄생하는 순간 지상의 존재로 인식이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특히 작품에서 사운드는 눈으로 보는 소리의 생명력과 아름다움이다. 미디어와 설치로 이루어진 공간에서 보는 것과 보이는 것에 결속된 경계를 무너뜨리고, 감정을 확장시키고 있다.
백창호 작가의 작품은 미술관로비에 설치되어 있다. 전통한지로 제작된 작가의 작품은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만한 미키마우스-미니 Mickey Mouse - Mini, R2P2-C3PO, 올라프-엘사 Olaf-Elsa 이다. 작가는 국내외에 우리의 전통문화에 담긴 메시지를 창작 등(登)으로 제작해왔다. 특히 서울시 빛 초롱축제에서 외국인의 탄성을 연발하게 하였던 전통문화 청사초롱을 비롯하여 전래동화, 산업사회의 캐릭터 등을 창작하여 온 작가이다.
![]() ▲ 이귀님 作 '시간의 흐름' 출처: 양평군립미술관 © 브레이크뉴스 |
종이충격전은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인 종이를 가지고 다양한 접근방식으로 예술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양평군립 미술관 이형옥 실장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금속활자 인쇄를 발명하여 “직지심경”을 펴낸 소중한 민족의 지혜를 예술로 담아보고 싶었다는 기획에 담긴 뜻을 설명하였다. 이어 이와 같은 종이를 소재로 예술세계를 펴는 세계적인 작가들을 설명하였다. 종이를 사용한 3D 입체 종이아트 작품작업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의 니콜라이 톨스토이(Nikolai Tolstyh)와 프랑스 예술가 모 방투르(Maud Vantours)이야기 였다. 이어 책을 소재로 예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펴가는 리사 코킨(Lisa Kokin)과 기하학적인 패턴을 중심으로 북아트를 추구하는 영국 스코틀랜드 태생의 아티스트 폴리 베리티(Polly Verity)를 설명하였다.
이어 세계적으로 중국과 함께 선구적으로 종이를 사용한 우리 민족의 오랜 전통에서 빚어진 생활 속의 미감으로 녹아내린 우리의 멋 우리의 예술을 제시하고 싶었다는 기획에 담긴 의식을 피력하였다. 이와 같은 깊은 의식을 담은 기획에서 제시된 이번전시는 예술가들의 독창적인 발상을 통한 승화된 예술작품에서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양평군립미술관의 여름프로젝트 미술여행 종이충격전의 관람을 통하여 우리의 것에 담긴 아름다움의 충격에 빠져보기를 권하고 싶다.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artwww@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