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강산 단풍 자료제공:한국아트센터 © 이일영 칼럼니스트 |
산야에 단풍이든 나뭇잎은 세상 이야기를 아롱다롱 물고 숙명의 낙하를 시작하고 있다. 머지않아 북쪽에 드센 바람이 차가운 눈발을 안고 오는 북풍한설(北風寒雪)이 몰아쳐 올 것이다. 지천에 낙엽은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이 있지만, 세상에는 돌아올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언제 어디서나 변함없는 얼굴 소시민들이 세상을 뒤흔드는 외침 “검찰개혁”이 무엇을 말하는지 손에 잡히고 살갗에 와 닿는 것 없지만,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계량하는 저울일 것이라는 기대 속에 상식과 보편성의 기준을 넘어선 많은 의혹을 접하면서도 설마 하는 믿음 속에서 오롯이 품고 단단하게 보듬은 사람 조국이 있었다.
온갖 의혹을 외쳐대는 아우성 속에서 분명한 죄가 되는 불법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의 매도와 휩쓸림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마침내 너도, 나도 민의의 외침이 녹아내리는 광장에 맑은 촛불을 켜 들었다.
그러나 오촌 조카의 구속과 남동생의 불구속 이후 부인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뉴스를 접하며 오직 허탈하다. 보편성의 기준을 넘어선 도덕의 부재를 강하게 느끼면서도 품고 보듬은 수많은 마음들이 온통 금이 간 유리창이 되어 흐릿하게 부서져 내리고 있다. 거창한 무죄 추정의 법리가 아니더라도 아니 굳이 본인의 연관에 대한 확인과 구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공감하는 최소한의 덕목이 부재한 그렇고 그런 세상의 굴레를 끝내 벗어나지 못한 사실이 오직 아프고 아픈 것이다.
그 어느 세상에도 이슬처럼 순수하고 바람처럼 매끈한 사람은 없다. 요한복음서의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돌로 쳐라”의 구절처럼 미완성이 기본인 인간에게서 세속의 잡티를 버린 빼어난 난초 잎이거나 사시사철 푸르게 살아있는 솔잎의 정신으로 덩어리진 사람을 바라는 소망이 부질없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하여 익히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직분에 적합한 도덕성과 삶의 자세는 직능적인 전문성을 넘어서는 가장 소중한 잣대로 동서고금을 통하여 중시되는 덕목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조국 전 장관의 파장은 가장 먼저 본인 스스로 너무나 깊게 성찰해야 할 부분이 분명하다.
민의가 무엇인가? 절대다수의 보편적인 소시민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생각이다. 이에 조국 전 장관이 그동안 보여준 의식과 자세를 기억하며 그에게 쏟아진 온갖 의혹에 대하여 법 이전에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문제라면 우리는 모두 이를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 넘쳐났다.
결론적으로 검찰은 상상할 수 없는 전 방위적인 수사를 통하여 본연의 직분대로 불법이라는 실체를 제시하였다. 이는 엄밀하게 검찰은 검찰의 길을 간 것이다. 이에 대한 최종적인 결과는 재판과정에서 판명되겠지만, 향후 검찰은 모든 사건에 이와 같은 균형이 유지되어야 하는 검찰 스스로 가야할 길을 제시한 것으로 국민은 이를 지켜볼 것이다.
인간적인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무책임한 뉴스의 남발과 선동으로 무참하게 찢어지고 발라진 참담함이야 분명 이해되지만,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 8월 탈북자 여인이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서울 어느 아파트에서 굶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이어 가난한 젊은 여인이 젖먹이 어린아이의 우유를 훔치다 발각되어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뉴스도 간혹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보면 도둑질이라는 불법의 죄를 더 두려워하여 굶어 죽은 여인과 자신은 죄를 지어도 어린아이의 목숨을 소중하게 생각한 어쩔 수 없는 가난한 여인과 사회의 입시제도가 낳은 불공정의 틈새를 꽉 채운 여인의 행동에서 우리는 실로 많은 것을 일깨우게 된다.
이와 같은 사실에서 분명하게 짚고 가야 하는 점은 인사 검증의 문제이다. 역대 그 어느 정권에서도 이루지 못한 개혁을 책임질 인물이라면 이에 대한 실로 철저한 검증과 절차가 더욱 막중하게 필요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인사 검증을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부처는 민정수석실이다. 결국 이와 같은 수장이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생겨난 문제이다. 이는 결국 인사 검증의 최종 책임자인 당사자 본인의 검증에서 간과한 도덕성의 부재를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국 장관의 사퇴 이후 민주당 초선의원 이철희 의원에 이어 표창원 의원이 내년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이철희 의원은 정연한 논리와 설득력이 있는 소통의 논객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국 얘기로 하루를 시작하고 조국 얘기로 하루를 마감하는 국면이 67일 만에 끝났다”면서 막말과 선동은 난무하지만, 숙의와 타협이 사라진 모질고 매정한 정치 현실을 거론하면서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그가 검찰에 대하여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이는 검찰이 가진 칼을 천지사방 마음껏 휘두르면서 검찰 자신의 문제는 외면하고 다른 이의 티끌엔 저승사자처럼 달려들면서 급기야 검찰이 정치적 이슈의 심판까지 자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무기력에 길들고 절망에 익숙해졌음을 토로하며 국회의원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음을 토로하며 다음 총선의 불출마를 선언하고 말았다.
이어 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표 의원은 범죄 심리학자인 프로파일러 활동으로 잘 알려진 인물로 그는 불출마 선언문에서 20대 국회가 “정쟁에 매몰되어 민생을 외면하고 본분을 망각했다”라면서 20대 국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반성과 참회를 해야 한다며 이에 자신이 질 수 있는 만큼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의 방식으로 참회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두 의원 모두 조국 사태 이후 제기된 내로남불, 공정성 시비에 대한 힘들었던 심경을 토로하면서 자신들의 몫에 대한 책임으로 불출마를 선언하였다. 이에 대하여 한마디 하고 싶다. 본인들이 힘들었던 만큼 가슴을 쓸어내리며 힘들었던 이 나라 온 지역에 실로 수많은 국민들이 많았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릇된 국정농단의 수렁에서 온 국민이 합심하여 건져낸 나라이다. 연일 온 세계의 뉴스에 전쟁을 도배하던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평화의 힘을 보여준 정권이다. 강대국의 첨예한 이해 득실은 나라의 앞날을 위태롭게 하고 간악한 일본은 독점소재 규제라는 자유경제 근간을 흔드는 경제 침략으로 우리의 발목을 거머잡았다. 또한, 강력한 유엔제재를 받는 북한의 현실에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을 익히 알면서도 북한의 태도는 날로 강경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엄중한 시기에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우리를 더욱더 아프게 한다. 이에 한마디 덧붙이고 싶다. 자신의 성찰과 책임을 토로한 불출마 선언은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신선하고 소중하지만, 작금의 엄중한 상황에서 소중한 경륜과 의식을 가진 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회, 누구나 평등하게 서는 세상을 열망하는 수많은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는 것이라는 사실도 깊게 인식하여 개인의 심경으로 선언된 불출마 선언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이에 그간의 의원 생활에서 겪어내고 절감한 일들을 바탕으로 더욱더 전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정활동을 펴 나라다운 나라를 열망하는 수많은 국민의 희망을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
정작 떠나야 할 의원들은 많다. 민의의 대변자인 의원직을 직업으로 삼아 마치 계급처럼 당선 수를 늘려온 일말의 책임 의식과 국민에게 기억되는 의정활동이 없는 의원들은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물러나야 할 것이다.
불출마를 선언한 두 의원에게 말하고 싶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세상다운 세상을 열망하는 국민들은 떠날 곳이 없다.” 필자: 이일영(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artwww@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