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우리의 음악에 담긴 승화된 감성을 세계 속에 심고 있는 K-뮤직 페스티벌의 공연이 거듭 될수록 현지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6회째 열리고 있는 K-뮤직 페스티벌은 주영한국문화원(원장 김경화)과 영국 현지 프로덕션 시리어스(Serious)가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지난 10월 3일 포스트 록 밴드‘잠비나이’공연이 전석 매진되는 인기 속에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퍼셀룸에서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이후 10월 6일 페스티벌의 두 번째 무대로 한국판소리보존회의 판소리 다섯 마당 하이라이트 공연이 현지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이어 지난 10월 17일 런던 쇼디치 리치믹스홀에서 피리, 생황, 양금 연주자 박지하 공연이 세 번째 무대를 장식하면서 한국의 전통악기인 피리와 생황 그리고 양금과 같은 다양한 연주를 접한 현지 언론과 평론가들은 한국 전통 음악의 국경이 없는 세계화의 소통이라는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이와 같은 우리 음악에 대한 큰 관심 속에 지난 10월 29일 런던 유명 공연장 사우스뱅크센터에서 열린 재즈와 국악이 어우러진 아트밴드 신박서클(SB Circle)과 가야금 트리오 신예 그룹 헤이스트링(Hey String)의 공연이 현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 ▲ 영국 데뷔 무대를 갖은 헤이스트링 연주 장면 사진제공- 주영한국문화원 ©이일영 칼럼니스트 |
가야금 트리오 헤이스트링(Hey String)이 사로잡은 영국
주영한국문화원이 배포한 자료에 의하면 이날 공연의 첫 무대를 장식한 가야금 트리오 그룹 헤이스트링은 영국에서의 데뷔 무대라 할 수 있는 공연을 앞두고 영국의 음악 잡지 더와이어(The Wire)가 인터뷰를 통하여 헤이스트링의 수준 높은 음악 세계를 소개하여 화제를 가져왔다. 음악 잡지 더와이어는 헤이스트링의 음악 중에서 무한한 상태를 뜻하는 제목의 음악 ‘어 바텀리스 피트’(A Bottomless Pit)를 11월호 커버 CD(The Wire tapper 51)에 수록하여 영국과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에까지 알려진 것이다.
헤이스트링의 음악 ‘어 바텀리스 피트’는 심연의 바다를 일렁이는 파도와 심해의 바다 사이에 놓인 무한의 공간을 사유적인 상상으로 매만진 음악이다. 음악은 가야금을 바탕으로 실로폰과 여러 개의 유리잔 테두리를 젖은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튕기며 두드리는 글래스 하프(Glass harp)까지 활용하면서 깊고 넓은 바다의 감성을 격조 높은 음악으로 승화시켰다.
이와 같은 헤이스트링은 2017년 서울대 국악과 출신 20대 초반의 김지효, 박지현, 오지현이 결성한 신예 연주그룹으로 25현 개량 가야금이 지닌 폭넓은 선율을 바탕으로 동양과 서양의 음악에 담긴 변화의 감성들을 매만지며 깊은 울림으로 추슬러가는 연주그룹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연주법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다양한 악기의 주법을 차용한 켜고 뜯고 두드리는 실험적인 연주법으로 소리에 담긴 변화의 다양성을 선보여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룹이 결성된 이후 2018년 서울남산국악당의 청년국악육성프로젝트‘젊은 국악,‘단장(丹粧)’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한 헤이스트링은 이후 서울뮤직위크, 저니투코리안뮤직 등에 이르는 주요한 아트마켓 및 페스티벌을 통하여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헤이스트링은 이번 영국 무대에서 그룹이 추구하는 실험적인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헤이스트링은 이번 무대에서 2018년 발매된 스페인어로 도약의 뜻을 품은 정규 1집 앨범‘Salto’에 수록된 4곡의 음악을 선보였다. 이들은 첫 연주곡으로 ‘켜켜이 쌓인 발자국’(The piled up footprints)을 선보이면서 가슴을 딛고 오는 서정의 감성이 녹아내린 연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어진 음악 무한(Infinity)의 연주에서는 관객들의 숨죽인 집중력이 연주와 어우러졌다. 이는 보편적으로 무한으로 해석되는 음악의 제목에 담긴 시작과 종말을 초월하는 존재의 수학적인 무한수(無限數)와 같은 의미를 품은 연주의 전개가 주는 느낌이 실로 승화된 예술로 느껴진 까닭이었다,
이와 같은 헤이스트링의 무한(Infinity)의 연주는 김지효 아티스트의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따라 천상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와 같은 맑은 음색의 악기 음이 신비의 음악을 열었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원형적인 시초의 악기로 평가받는 엄지손가락으로 얇은 금속판을 튕겨내는 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일명 엄지 피아노(Thumb piano)로도 부르는 아프리카 체명악기 칼림바(Kalimba)의 등장이었다. 이어 가야금 연주와 어우러지면서 가야금을 활로 켜는 변주의 음색들이 무한의 늪을 빠져드는 수렁의 불안을 드러내고 무한한 공간을 유영하는 다양한 삶의 숨결들을 표현한 아티스트들의 음성까지 어우러지면서 동양의 젊은 3인의 연주자가 펼쳐내는 음악에 넋을 놓았다.
헤이스트링은 이어서 앞서 언급한 무한한 상태를 뜻하는 음악 ‘어 바텀리스 피트’(A Bottomless Pit)를 연주하였다. 이어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한 스페인어로 힘과 역량을 뜻하는 포텐시아(Potencia) 연주에서 관객들의 감탄이 수시로 쏟아졌다. 이들은 플라멩코 리듬을 어우른 악기의 한계를 넘어선 다양한 주법의 변주로 역동적인 선율을 쏟아내어 관객들은 탄성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이 음악에서 연주자들이 또 다른 악기로 활용한 손뼉의 하모니는 음악의 다양성을 확장한 신선한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 ▲ 가야금 솔로 무대를 선보인 박경소 사진제공- 주영한국문화원 ©이일영 칼럼니스트 |
사유의 감성으로 세계인을 거머쥔 가야금 박경소
이어진 무대는‘이것은 가야금이 아니다’라는 외침과 활동으로 전통의 한계를 일깨운 가야금 연주자 박경소의 독주 무대였다. 앞서 공연한 신예 가야금 그룹 헤이스트링의 무대가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진 실험적인 연주의 소통이었다면, 박경소의 가야금 독주 무대는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실험적인 연주의 선구적 지평을 열었던 경력이 선연하게 드러난 완숙한 기량의 감성이 돋보인 무대였다.
박경소 연주자의 첫 연주곡은 자신의 창작곡인 세드나(Sedna)였다. 이는 200년대에 미국 팔로마 천문대에 의하여 발견된 태양계에서 가장 먼 곳에서 존재하는 행성의 이름으로 에스키모 이누이트 족이 모든 해양생물의 창조신으로 신봉하는 바다신의 이름으로부터 유래된 신화의 뜻을 가진 명칭이다. 이는 인류가 사는 행성 지구보다 태양에 더 멀리 그리고 더 가깝게 존재하는 외로운 행성의 존재에 인간의 삶을 비추어낸 의식의 음악이다. 박경소 아티스트는 이와 같은 곡의 연주에서 동서의 감성을 관통한 다양한 빛깔의 가야금 선율을 선보였다. 특히 선율 사이의 여백을 흐르는 침묵을 음악으로 연결하는 절묘한 기량의 즉흥성은 관객들의 감탄을 끌어냈다.
이어진 연주곡은 2015년 발표된 정규 앨범 ‘가장 아름다운 관계’의 수록곡 중 하나인 ‘두 개의 그림자’(Rubin’s Vase)였다. 이는 덴마크의 형태 심리학자이며 현상학자인 에드가 루빈(Edgar Rubin. 1886-1951)이 제시한 바탕을 검은색으로 보면 흰색 꽃병이지만, 바탕을 흰색으로 보면 두 사람의 얼굴이 보이는 효과를 그려낸 루빈의 꽃병(Rubin’s Vase)을 승화시킨 제목이다.
이와 같은 의식의 활동과 지각(知覺)의 전체성을 강조한 형태심리학은 단순성의 구성이 전체가 된다는 구조주의 심리학이 주장하는 논지와 달리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라는 게슈탈트 심리학으로 발전한 근원이다. 결국 사물의 인식을 통한 일깨움의 지각(知覺)은 사물을 단순하게 느끼는 감각(感覺)으로 분석될 수 없다는 형태심리학의 논지에 담긴 일깨움(지각-知覺)을 음악으로 그려낸 박경소의‘두 개의 그림자’연주는 동양의 아티스트가 펼쳐내는 깊은 사유의 감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 신박서클의 무대 (좌로부터 박경소, 베이시스트 서영도. 드럼 아티스트 크리스티안 모란(Chistian Moran). 색스포니스트 신현필) 사진제공- 주영한국문화원 ©이일영 칼럼니스트 |
세계의 감성을 관통한‘신박서클(SB Circle)’공연
박경소의 가야금 솔로 연주 이후 공연은 박경소와 함께하는 재즈와 국악이 녹아내린 밴드‘신박서클(SB Circle)’의 무대가 피날레를 장식하였다. 즉흥의 간극을 쥐고 펴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과‘이것은 가야금이 아니다’라는 외침으로 음악의 경계를 유영하는 가야금 아티스트 박경소가 주축이 되어 출발한 신박서클 밴드는 독창적인 선율의 베이시스트 서영도와 버클리대학에서 작곡과 연주를 공부한 영국 출신 드럼 아티스트 크리스티안 모란(Chistian Moran)이 가세한 동과 서를 아우른 4인조 밴드이다.
이들은 지난 4월 발표한 자신들의 정규 1집 음반 ‘토폴로지(Topology)에 수록된 음악 중에서 9곡을 무대에 올렸다. 첫 곡은 자연의 현상이 주는 고르지 않은 날씨의 여건을 극복해야 하는 삶의 노력에 담긴 아름다움을 매만진 박경소의 작곡인 ‘잿빛 비(Rain, Grey)’가 연주되었다. 이어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작곡한 다양한 리듬들이 끝없이 이어지며 동양적이라는 보편적인 의식을 걷어내는 장엄한 스케일의 ‘동방의 노래(Eastern Song)’가 흘렀다.
3번째 연주곡은 삶의 시작과 끝이 맞물려가는 순환의 감성을 리듬의 역동적인 변화로 추슬러가며 금속 타악기 심벌즈 소리를 통하여 영혼을 포용하는 전통 무속 씻김굿을 상징한 박경소 작곡의 음악 ‘다시 끝(Re/End)’이 연주되었다. 이어진 음악은 신현필이 작곡한 ‘황혼(Twilight)’이었다. 이는 작곡자가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섬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스 기간에 만들었던 음악이다. 천혜의 경관에 드러난 황혼에 대한 감성을 음악적 빛깔로 품은 의식이 담긴 곡으로 박경소 가야금 연주자의 독창적인 연주 기법이 서영도 베이스의 노련한 화음으로 어우러지면서 한 폭의 그림을 관객들의 가슴에 그려 넣었다.
이어 베이시스트 서영도가 작곡한 음악 ‘갈림길(Crossroad)’이 연주되면서 음악에 흐르는 민속적인 멜로디의 반복적인 리듬에 관객들의 흥얼거림이 쏟아졌다. 세상의 다양한 갈림길에서 동행의 소중함을 일깨우듯 색소폰과 가야금 그리고 베이스와 드럼 악기가 조화의 균형으로 어우러진 동행을 담아낸 음악이었다. 이어진 연주 음악은 다정한 대화 속에 목적지를 향하여 고속도로를 달리는 감성을 가야금과 색소폰이 대화하듯 정겹게 이끌어간 박경소 작곡의 ‘고속도로(Highway)’였다. 이와 같은 소소한 분위기를 타고 이어진 연주는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작곡한 일상적인 삶이 주는 정감을 담담하게 담아낸 음악 ‘아름다움은 우리 곁에(Beauty Is Just Around Us)’로 이어지면서 잔잔한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이와 같은 소박한 서정으로 이어진 음악의 절정은 베이시스트 서영도가 작곡한 ‘바라는 마음(Longing for)’에서 깊은 감성을 드러냈다. 세상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소망을 매만진 음악에 걸맞게 베이시스트의 극히 안정적인 연주를 품고 흐르는 가야금의 능숙한 기량이 돋보인 연주에 관객들은 동양과 서양의 악기가 어우러진 균형과 조화의 절묘함에 끝없이 빠져들었다.
신박서클 밴드의 공연 피날레 곡은 밴드의 데뷔곡 정규음반 ‘토플로지’의 마지막 트랙 박경소의 작곡 '헬로우(Hello)'였다. 이 음악은 작곡자 자신이 신박서클의 멤버들을 만난 마음을 담은 것으로 알려진 곡이다. 즉 오랜 공연 시간을 함께한 관객들을 지구의 끝과 끝에서 만나게 된 소중함을 승화시켜 혼신의 열정으로 연주한 곡이었다.
동서의 경계를 넘나드는 가야금의 현란한 연주 기법은 세계를 품은 박경소 아티스트의 진가를 확인하게 하였으며 화선지에 배어드는 먹물처럼 다가온 신현필의 색소폰은 공감의 가슴을 움켜쥐게 하였다. 가야금과 색소폰 그리고 드럼과 베이스의 저마다 빛나는 각 솔리스트 연주자의 조화와 균형으로 어우러진 무대가 끝나면서 관객들은 기립하여 끝없는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공연을 관람한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지의 기고가 존 러스크(Jon Lusk)는 “첫 무대를 펼친 헤이스트링의 강렬한 무대도 인상적이었으며, 신박서클의 새로운 무대를 통해 한국 전통악기 가야금의 가능성과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정말 아름다운 공연이었다”는 찬사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였다.
이와 같은 공연에 대한 현지 언론의 평가는 뜨거웠다. 영국의 국영방송 BBC 라디오는 월드 서비스 '월드 업데이트' 편에 박경소 아티스트를 초대하여 BBC 저널리스트 댄 데이먼(Dan damon)과의 인터뷰 내용을 방송하였다. 또한, 영국의 재즈 전문방송 Jazz FM의 주요 프로그램 재즈 여행(Jazz Travel)에서는 박경소 아티스트와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을 초청하여 특집을 방송하였다.
![]() ▲ 공연 후 관객의 갈채를 받고 있는 신박서클 사진제공- 주영한국문화원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글을 마치며
올해로 6회째 열리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대한민국 음악 축제로 자리한 K-뮤직 페스티벌은 오는 11월 11일 런던 재즈클럽 피자익스프레스에서의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밴드의 공연과 11월 18일 사우스뱅크센터, 퍼셀룸에서의 국악 크로스오버 그룹 블랙스트링 공연을 마지막으로 그 막을 내리게 된다. 이와 같은 결실을 얻기까지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나라 영국에서 우리의 음악과 예술에 대하여 이처럼 많은 관심과 평가를 얻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현장에서 활동하는 관계자들은 절감할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의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세계 속에 당당한 위상을 펴는 젊은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세계 속에 인정받고 주목받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와 격려는 너무나 중요한 우리의 몫이다.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정치인들의 실로 입에 담기 부끄러운 행동과 말들은 지면과 화면을 도배하면서도 이와 같은 자랑스러운 젊은 예술인들의 활동이 상세하게 소개되지 못하는 사실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 이일영(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artwww@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