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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아트부산' 첫 참가 독일 에스더 쉬퍼 갤러리 이야기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05/13 [11:17]

 

 

▲ Ann Veronica Janssens, Blue Glass Roll 405, 2017-2018     © 이일영 칼럼니스트

 

올해로 제10회째 개최되는 ‘2021 아트부산 아트페어’(대표 손영희)가 오늘 13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4일부터 16일까지 부산 BEXCO 제1 전시관에서 열린다. 지난해 코로나19 재난 와중에서도 고가의 작품들이 팔려나가 미술계가 주목한 아트부산 아트페어는 올해 9개국 18개 해외 주요 갤러리와 국내 갤러리 92곳 등 총 110개 갤러리가 참가한다. 

 

올해 아트페어에는 독일 에스더 쉬퍼 갤러리(Esther Schipper)와 노이거림 슈나이더 갤러리(Neugerriem schneider), 그리고 영국 런던의 필라 코리아스(Pilar Corrias)와 미국 LA 커먼웰스앤카운실(CommonwealthCouncil)와 같은 세계적인 갤러리가 처음으로 참여하였다. 

 

그중 독일 베를린에 소재한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티스트 40여 명이 전속된 갤러리로 세계 미술계에 큰 영향력을 가진 갤러리이다. 거미줄을 첨단 과학이 빚어낸 신경망으로 대비시키거나 다양한 현상을 예술로 승화시켜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아르헨티나 태생 아티스트 토마스 사라세노(Tomás Saraceno)와 인간 사회의 다양한 환경과 삶에 대한 미학을 추구하는 영국 아티스트 리암 길릭(Liam Gillick) 이 전속작가이다. 

 

‘에스더 쉬퍼 갤러리’(A-20)는 이번 아트페어에서 15명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캐나다 태생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이 눈에 띈다. 지난 2007년 작가의 조형 작품이 안양 범계역에서 중앙공원 방향 사거리 공간에 설치되었다. 모란꽃과 무궁화꽃 수술의 접합을 통하여 분단된 역사에 바치는 뜻을 가진 명제 헌화(獻花)의 작품이다. 작가의 이번 아트페어 출품작은 (밤하늘)이라는 LED 영상 작품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을 통하여 우주의 생성에 대한 서사를 담고 있다.  

 

작품 사진을 기반으로 유화 이전의 고전 재료 템페라 기법으로 공간개념을 아우르는 극사실 작업으로 잘 알려진 영국 아티스트 앤드류 그라시(Andrew Grassie)의 작품도 전시된다. 영화배우 이정재가 영국 런던에서 촬영 중에 프리즈 아트페어를 관람하면서 작가의 작품 2점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 작가로 영화와 프리스탠딩 조각 등을 이용하여 사유의 감성을 드러내는 영국 아티스트 얀 베로니카 얀센스(Ann Veronica Janssens)의 체코에서 생산된 푸른빛 특수유리로 작업 된 작품이 전시된다. 이어 (새로운 것이 더는 하나의 기준이 되지 못할 때, 관계라는 기준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관계 미학을 추구하는 프랑스 여류 아티스트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의 작품과 역사성의 해체로 잘 알려진 에티엔 샴바우드의 다양한 재료의 산화로 역사의 신화를 해석하여온 (nameless)시리즈 작품 등이 선보인다. 

 

이외에도 세계 미술계에 익히 알려진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는 ‘에스더 쉬퍼 갤러리’ 부스는 현대미술의 다양한 흐름과 실체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 것으로 예상된다.   

 

▲ Nathan Carter, Rosa Rasaghetti the Red Anemones Garden at Rougemont Clestle 2021, 93.5x124cm     © 이일영 칼럼니스트

 

‘에스더 쉬퍼 갤러리’는 동양과 인연이 깊은 갤러리이다. 갤러리 대표인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의 아버지 크리스토퍼 쉬퍼(Kristofer Schipper) 박사는 1995년 네덜란드 왕립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에 선출되었던 저명한 동양학자로 필자가 역사의 바다를 유영하며 헤아렸던 인물이다, 박사의 딸이 ‘에스더 쉬퍼 갤러리’ 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이번 아트부산에 첫 참가 뉴스에 많은 이야기가 있는 글을 쓰게 된 배경이다.  

 

갤러리 대표 에스더 쉬퍼의 할아버지 아베 쉬퍼(Abe Schipper)는 신학자 출신 목사였으며 할머니 요한나 쉬퍼(Johanna Schipper)는 독실한 신자였다. 암스테르담 북부의 작은 마을 샤르담(Schardam)에서 목사로 활동하던 중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나치 독일군이 네덜란드를 점령하였을 때 부부는 목숨을 건 위험 속에 수많은 유대인을 보호하고 대피시켰다. 

 

당시 할아버지는 두 번이나 체포되어 가혹한 고문을 받았던 후유증으로 1949년 42세로 세상을 떠났으며 할머니 또한. 당시 유대인의 도피를 위한 위조여권을 구해오면서 교통사고를 당하여 그 후유증으로 1956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종전 이후 1953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나치에 의해 학살된 600만 명의 희생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라-Yad Vashem)는 뜻을 가진 추모박물관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뮤지엄)이 세워졌다. 이후 2차대전 당시 전 세계에서 유대인을 보호하고 구출한 업적을 정리하여 2005년 대규모로 확장된 오늘날의 박물관으로 재개관하였다. 이후 갤러리 대표 할아버지 아베 쉬퍼 부부의 업적을 기려 2015년 8월 이스라엘 정부 훈장이 후손에게 수여되었다. 

 

역사의 아픔을 가진 아베 쉬퍼 부부의 아들 크리스토퍼 쉬퍼 박사가 ‘에스더 쉬퍼 갤러리’ 대표의 아버지이다. 크리스토퍼 쉬퍼 박사는 1934년 스웨덴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뛰어난 언어능력을 가졌던 그는 네덜란드에서 고등학교 당시 고대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공부하였다. 

 

졸업 후 프랑스 파리대학교에 입학하여 동양미술사와 종교 인류학을 전공하였다. 당시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하여 고대 라틴어와 그리스어에서부터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영어에 이르는 8개 언어에 능숙한 학자였다. 그는 대학에서 훗날 구조주의를 창시한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게서 인류학을 함께 공부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파리고등연구원(EPHE PARIS) 교수이며 신학자로 중국학자였던 칼텐마르크(Max Kaltenmark) 교수에게 중국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였다. 당시 1962년 그의 박사학위 논문은 한무제내전연구(汉武帝内传研究)였다. 이는 중국 후한 초기의 역사가인 반고(班固)가 저술한 전기체 소설이다. 

 

이후 그는 더욱더 깊은 연구를 위하여 1962년 대만중앙연구원으로 건너가 7년 동안 도교에서부터 주요 경전과 전통 음악에까지 다양한 연구에 전력하였다. 이후 네덜란드로 돌아가 1976년 파리에서 유럽한학협회(AFEC)를 설립한 이후 1979년 다시 중국 본토로 건너와 중국 전역을 여행하며 중국 고대사에서부터 문화사 그리고 종교와 인류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이루었다.

 

이후 네덜란드로 돌아가 1993년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의 동양학 교수로 임명되어 1995년 네덜란드 왕립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에 선출되었다. 당시 교수로 재직 중에 대학에 유학중이던  중국 푸젠성(福建省) 출신의 위안 빙링(袁冰陵)을 만나 2000년 프랑스 파리에서 재혼하였다. 2001년 은퇴 후 중국 푸저우(福州)로 이주하여 2003년 푸저우대학(福州大學)에 세계 문명 연구 센터를 설립하였다. 2004년 박사는 중국에 뛰어난 공헌을 한 외국 전문가에게 중국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의 훈장 우의장(友谊奖)을 수여 받았으며 2005년 스저우런(施舟人)이라는 중국 이름으로 중국 영주권을 취득하였다.

 

쉬퍼 박사의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많은 저술 중 대표적인 저술은 2004년 시카고 대학에서 출판된 호주 태생의 중국학자 프란치스코 베렐렌과 공동 집필한 도장통고(道藏通考)이다. 중국의 역대 도교 경전은 물론 이에 대한 세계 주요한 모든 연구를 집대성하여 체계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1976년부터 시작되어 30여 년간의 연구 끝에 출판되었다.  

 

부인 위안 빙링(袁冰陵)은 푸저우 대학 인문사회학부 부학장을 지냈으며 1777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중국인들이 세웠던 난방공화국(蘭芳共和國) 연구전문가이다. 이는 중국의 근대사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이다.

 

1776년 중국 광동성 상인들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 서부지역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같은 성격인 난방(蘭芳)을 설립하였다. 다음 해 1777년 난방공화국(蘭芳共和國)으로 바꾸어 국가적인 체제를 갖추었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사실상의 식민지 정책을 펴면서 난방공화국의 복종을 요구하였으나 끝까지 저항하다가 1885년 2월 마침내 항복하고 말았다. 

 

이러한 역사에 가장 많은 연구를 펼친 위안 빙링(袁冰陵)이 네덜란드 레이던 대학에 유학 중에 2000년 발표한 논문이 중국 민주주의–보르네오 서부의 난방공화국 연구였으며 당시 지도교수가 크리스토퍼 쉬퍼 박사였다. 크리스토퍼 쉬퍼 박사는 올해 초 2021년 2월 18일 암스테르담 병원에서 투병 중 세상을 떠났다.

 

▲ 독일 에스더 쉬퍼 갤러리(Esther Schipper) 대표     © 이일영 칼럼니스트

 

많은 이야기를 가진 ‘에스더 쉬퍼 갤러리’ 대표의 아버지 쉬퍼 박사는 일생을 동양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한 삶을 살았다. 갤러리 대표 에스더 쉬퍼는 미술사를 전공한 네덜란드 태생 어머니와 아버지가 프랑스 유학 중에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자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미술사학자 어머니의 영향으로 미술계에 입문하였다. 

 

영국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 인턴십 등을 거쳐 1989년 20대 나이에 쾰른에 갤러리를 오픈하여 1995년 베를린으로 옮긴 후 2017년 포츠다머 스트라세의 옛 신문사 건물에 오늘의 갤러리를 개관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8년 영국 미술잡지 아트리뷰에서 선정한 '2018 파워 100'에서 52위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을 가진 대표는 특히 유능한 젊은 작가들과 동행하는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2017년 포츠다머 스트라세로 옮겨 개관한 첫 5인 그룹전에서 한국 아티스트 임흥순과 김민정이 초대된 사실에서 향후 한국 아티스트 전시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의 여러 인터뷰에서 동양학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저명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이는 대표의 소중한 성장기에 아버지가 대만과 중국에서 오랜 연구 생활을 보낸 사실과 재혼의 삶을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들추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학문이라는 관점에서 아버지 쉬퍼 박사의 삶은 치열하였으며 동양의 문화와 역사를 유럽과 세계에 정통하게 알린 역사적 인물이었다. 

 

이번 아트부산 아트페어 첫 참가를 통하여 ‘에스더 쉬퍼 갤러리’가 제시하는 주요한 작가들의 작품에 담긴 승화된 예술성이 동양의 역사와 문화를 유럽에 전한 아버지의 삶에 대한 응답처럼 널리 전해지기를 기대한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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