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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의정서를 채택하지 못하고 폐막된 6자회담"

북한의 시료채취 거부로 인하여 6자회담 결렬

박관우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08/12/11 [23:17]
                                                                            
 
북핵 문제를 한반도 주변국들이 해결하기 위해서 2003년 8월 6자회담이 처음으로 개최된 이래 그동안 여러차례 회담이 개최되었으나, 특히 이번 회담은 검증의정서의 채택과 비핵화 2단계 마무리를 위한 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만큼 매우 중요한 회담이었다.
 
그러나 나흘에 걸쳐서 진행된 결과 결정적으로 북한의 시료채취 수용거부로 인하여 끝내 구체적인 문서에 합의를 못한 채 중국의 의장성명을 끝으로 폐막된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회담의 결과가 결코 순탄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면서도 지난 8일 원래 예정대로 회담이 개최되는 것을 보면서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실 수 있었는데, 우리측 수석대표인 김숙 본부장이 검증의정서 채택 문제와 대북 에너지 지원을 별개로 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연계할 것이라는 발표가 있은 이후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우리 정부가 북미 중재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확실히 우리의 태도가 어느 정도 강경한 입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북한이 시료채취를 거부한 상황에서 우리측의 이런 입장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9일 중국이 여러 의견을 취합하여 검증의정서 초안을 각국에 회람하면서 본격적으로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사실 이때 까지만 하더라도 시료채취 수용여부가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그 문제는 시료채취라는 직접적인 용어에 대하여는 각국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여 시료채취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하는 것을 합의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시료채취 문제가 쉽게 풀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뜻밖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핵검증의 주체와 대상에 관한 문제였다.
 
북한이외의 나라들은 핵검증을 하는데 있어서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역할을 강조한 반면에 북한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며, 또한 대상에 있어서도 북한은 핵신고 시설만 검증받겠다는 입장인데 반하여, 5자국들은 미신고 시설도 검증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서 결국은 이 문제도 합의를 보지 못하였다.
 
여기에다가 미국이 북한의 npt(핵무기비확산조약)의 복귀를 제안하는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양상이 점점 복잡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원래 예정은 10일에 회의를 종료할려고 하였으나, 구체적인 합의가 이루어 지지 않아서 하루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인데, 사실 오늘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이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하여 시료채취에 대하여 좀더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이 전해져서 혹시나 극적인 타결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였으나, 결국은 검증의정서 채택도 공식적으로 하지 못한 상황에서 의장성명을 끝으로 종료되어서 착잡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런데 차후에 열릴 회담의 시기에 관한 문제인데, 물론 중국은 의장성명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회담재개를 하기로 하였다고 발표는 하였으나, 내년 1월중순에 오바마 정부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다음 회담이 언제 열릴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번 회담에서 보았듯이 북한은 작심한 것처럼 초지일관 시료채취거부라는 초강수를 고집하면서 결정적으로 회담을 파국으로 이끄는 원인을 제공하였는데, 이런 것을 미루어 볼때 북한은 더 이상 부시 행정부를 대상으로 협상하기 보다는 새로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를 상대로 북핵협상을 할려는 의도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거의 끝나가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지난 평양협상에서 북한이 구두로 시료채취를 수용한 것으로 믿고 이를 6자회담에서 정식 문서로 채택할 구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데, 그야말로 믿었던 북한에게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특히 미국의 수석대표로서 어려운 고비마다 특유의 뛰어난 협상력으로 북핵문제를 순탄하게 풀어 나갔던 힐차관보가 과연 오바마 정부에서도 계속 역할을 수행할지 여부가 유동적이기는 하나 이번에 워싱턴으로 귀국하면서도 발걸음이 매우 무거웠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근본적으로 이번에 실패로 끝난 6자회담의 존립문제 여부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 더 이상 6자회담에 구애받지 않고 아예 북핵문제를 미국과 양자구도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실 지난 평양협상에서 보았듯이 중요한 내용은 북미 양자가 협상하고 결국 6자회담은 이를 단지 공식적으로 추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소리도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공식적인 문서도 채택하지 못한 상황이니 정말 앞으로 6자회담의 미래에 대하여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은 자국인 납북자 문제로 인하여 원래 지원하기로 하였던 대북 에너지 지원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여기에 불만을 품은 북한이 이번 6자회담에서도 일본과 양자회동이 없는 것을 보면서 과연 앞으로 6자회담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그 점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번 6자회담의 결과를 지켜 보면서 북핵문제에 있어서 김정일 위원장과 필요하면 대화할 수 있다고 언급한 오바마 당선자가 과연 6자회담에 대하여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 6자회담도 어느 덧 진행된지 5년째가 되고 있는데, 이렇게 어느 한 나라가 일방적으로 거부하면 이번같이 파국으로 종결되는 것을 보면서 필자 또한 6자회담이 과연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서 최상의 방안인지에 대하여 원점으로 돌아가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 필자/박관우 북핵칼럼니스트  pgu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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