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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생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한국사회”

어린이 교통안전, 이대로 좋은가

브레이크뉴스 | 기사입력 2009/03/26 [09:56]
운전면허를 취득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차를 갖는다는 것은 남에게 불편을 주는 것이고 운전을 하면 남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야.”라고 답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지 않은 운전자들이 “매우 한가한 사람”이라며 조소를 보낼 것이다.
 
그러는 한편, “왜? 아이들이 길을 건널 때 손을 들고 건너야 하지?” “보호와 배려는커녕 규칙조차 지키지 않는 어른들을 공경하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저들 조소를 보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일찍이, 학교주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라는 ▷고육지책을 정부 측에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필자는 사람이 다닐 공간이 따로 설치돼 있지 아니하는 이면도로에 중앙선을 그어놓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행정당국과 값비싼 블록으로 치장해 놓은 보도마저 점령해버린 자동차 때문에 질주하는 차량들 사이를 외줄을 타듯 요리조리 피해가며 보행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방치해 온 우리가, 인구감소를 우려하고 어린이의 안전을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다시금 자문하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운전을 하고 길을 가다보면, 운전자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성인이 유아를 안고 있다거나 뒷좌석에 방치된 어린이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민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어른들의 무책임과 안전 불감증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유아를 동승시킬 때에는 반드시 뒷좌석에 유아용보호장구(카시트)를 설치하고 착석시켜야 하는데, 모든 교통법규와 안전수칙이 그러하듯이 이것 역시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교통안전수칙은 선택이 아닌 의무”
 
“당연히 멈춰서 살펴야할 횡단보도를 지나는 어린이에게 손을 들라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잘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손을 들어야 차가 설 수 있다는 것인가. 너희 나라에는 손을 들어야만 차를 세우는 법규라도 있는 것인가. 차의 특성을 모르는 어린이에게는 위험을 더욱 증대시킬 수 있는 잘못된 교육이 아닌가?”라는 등등의 질문공세에,
 
“법규를 지키지 않는 문화 때문에 어쩔 수 없는...,”이라는 사실이지만 뒤끝을 흐릴 수밖에 없는 답변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던 필자는, 주ㆍ정차 금지구역에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 보도 위를 점령해버린 차량들과 이를 방치하는 공무원 들. 보도를 점령해버린 몰염치한 상인들과 차주들의 눈치 살피기에 급급한 지자체 수장들의 모습에서 무책임한 우리들의 자화상과 위정자의 가식을 새삼 발견한다.
 
“거울에 비친 일그러진 자화상”
 
사랑받고 존중받고 보호받으며 구김살 없이 성장해야할 어린이에게 오늘을 사는 우리 어른들은 마땅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그 해답을 구해야 한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의 노인공경은 어린이의 몫이 아닌 다리 튼튼한 어른들의 몫이다. 배차시간을 이유로 급가속, 급제동, 급차로 변경을 거리낌 없이 수시로 행하는 버스 안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어린이를 위하여 좌석을 따로 마련하고 승차구의 높이를 낮추라는 요구에 귀 기우리는 사람이 없다.
 
또, 시속 30km 이하의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 차도와 보도를 가로막은 울타리와,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가 왜 필요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스쿨존은 그야말로 무자비한 자동차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고자 마련한 최소한의 ‘양심구역’이지 어린이의 행동을 제약하여 교통관계 공무원과 학원관계자들의 치적을 높이기 위해서 마련된 생색내기용이 아니다.
 
어린이의 교통학습을 위한 장소는 스쿨존 외의 지역에 널려있는 신호등과 횡단보도로 충분하다. 정작 울타리가 필요한 곳은 시속 30km 이하로만 통행할 수 있는 스쿨존이 아니라, 어린이가 도로변에 있든 없든 차를 세워주기를 기다리는 어린이가 있든 없든 과속으로 내달려도 무방한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는 스쿨존 외의 도로가 아니겠는가.
 
“어린이보호구역은 양심구역”

 
어린이통학버스는 더욱 위태롭다. 얼마 전, 관계당국이 발표한 어린이통학버스 안전대책은 필자를 당혹케 한다. 지난해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어린이통학차량 신고제 제고방안’의 핵심은 전세버스를 통학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령을 개정하는 것으로써 통학버스 지입제를 양성화 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향의 정부정책은 전세버스(관광버스)의 사고율이 높다는 사실관계를 도외시한 정책으로써 즉각 철회함이 마땅하다.
 
“어린이를 포함한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다가서거나 대기하고 있을 때 정지선에 차를 정지시키고 보행자가 보행을 마쳤음을 확인하고 차를 출발시켜야 한다.(▷2007.10월 제안)”라는 규칙이 담고 있는 의미와 그 필요성조차 이해를 못하는 공직자들께서 왜? 무엇 때문에 스쿨버스운전자 자격제도(▷2005.11월 제안)를 도입해야만 하는지를 이해할 리가 만무하다.
 
일반적으로 관광버스라 대칭되는 전세버스 운전자들 대부분은 초보운전자이다. △ 12분의 장내기능시험을 끝으로 제1종 대형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가 전문직 버스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형버스를 실제로 운전한 경력이 필요한데, 대다수 대형버스 운전자들이 실무경험과 경력을 쌓을 목적으로 머무는 곳이 전세버스회사이고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의 운전기사를 채용해 보다 많은 이득을 얻으려는 업체 측의 이해타산 때문에 승객의 안전이 무시되고 있는 등의 구조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외면한 관계당국의 통학버스 관련 정책은 빈대를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과 다름 아니다.
 
“생명을 운에 맡겨야 하는 한국사회”
 
어디 이 뿐인가. 이미 존재하는 어린이통학버스 특별보호에 관한 규칙(별첨자료 참조)을 새롭게 제정하라며 다그치는 언론의 뒷북치기. 스쿨존으로 할 일을 다했다는 듯,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 교통관련 단체. 자녀와 동승한 채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어른들의 모습에서 신뢰와 존중을 찾기 힘들다.
 
분명 오늘의 한국은 선진국이 아니다. 따라서 어린이를 홀로 방치하거나 이동 시 픽업을 하지 못하는 부모에게 패널티를 부과하는 선진외국의 제도도입이 아직은 이르다 말할 수 있겠으나, 현존하는 어린이보호에 관한 규칙만이라도 준수할 수 있는 환경조성과 운전자들의 책임의식만큼은 무엇보다 우선하여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녹색자동차문화교실/녹색교통정책연구소 정강>
 

 어린이통학버스의 특별보호에 관한 규칙

 
모든 차의 운전자는 어린이나 유아를 태우고 있다는 표시를 하고 있는 어린이통학버스를 앞지를 수 없습니다.
 
어린이통학버스가 적색등을 깜빡거리며 도로변에 정차하고 있을 때에는 통학버스가 정차한 차로와 그 바로 옆 차로를 통행하는 모든 차량은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에 서행으로 지나가야 합니다.
 
또한, 중앙선이 설치돼 있지 아니한 도로나 편도1차선 도로에서 어린이통학버스가 적색등을 점멸하고 멈춰있을 때에는 통학버스의 주행방향 뿐만 아니라, 반대편 차로를 통행 중인 차의 운전자도 통학버스에 이르기 전 지점에서 일시 정지하여 안전을 확인한 후, 서행으로 지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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