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대권 승계를 향한 정용진 부회장의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정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할인점과 백화점 양대 부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상황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기업형 슈퍼슈퍼마켓(ssm) 사업이 채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바로 지역의 소규모 상권 보호를 위해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발목을 잡힌 것.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대통을 이어받을 정 부회장으로서는 ssm 사업 진출을 통해 오너로서 입지를 강화할 절호의 기회가 심할 경우 무산될 지경에 놓이게 된 것이다. 정 부회장의 고뇌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난 4월, 신세계가 슈퍼마켓(ssm)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과 동작구 대방동, 송파구 가락동에 330㎡(100평) 안팎의 소형 점포 3곳 부지를 확보했고 올해 안에 ‘이마트 에브리데이’라는 이름으로 개장을 추진 중이다.
신세계, ssm 사업 본격진출 선언
더이상 대규모 점포만을 고집할 수 없어 부지 매입이 가능한 곳이라면 소형 점포라도 들어가게 됐다는게 출점의 변이라면 변. 신세계측은 “앞으로도 점포의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입지가 나오는 대로 소형 점포를 계속 오픈할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ssm사업 본궤도 오르기도 전에 당국 제동
슈퍼마켓 진출설 부인하던 신세계 대형마트 부지매입 어렵자 소형점포 시도
정부여당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추진…기업형 슈퍼마켓 시동도 못 걸고 발목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잠식 비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신세계측은 선을 그었다. 규모로만 따지면 슈퍼마켓과 비슷하지만 상품 구성(md)이나 매장운영 면에서 이마트의 노하우를 최대한 적용해 일반 슈퍼마켓과는 완전히 차별화한 점포를 선보일 계획으로 이마트의 소형 포맷이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개점이 추진 중인 상도점의 경우 동작구 상도동 브라운스톤 아파트 단지 상가 안에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며, 다른 두 곳의 경우에도 상가 일부 공간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점포를 열게 된다.
신세계는 그동안 평균 9900㎡(3000평) 이상 규모의 대형마트를 운영해 왔다. 이제는 100평도 채 안 되는 규모의 초소형 점포 개점을 앞두고 있는 것. 사실상 소형 슈퍼마켓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실제 신세계는 수도권에서 대형마트 출점에 필요한 부지 매입이 더이상 어려워지자 기존 점포에 비해 작은 규모의 점포를 시도해 왔다. 신월점(1999년 8월, 568평), 수서점(2001년 5월, 813평), 광명점(2007년 1월, 300평), 김포점(2007년 12월, 385평), 이문점(2009년 3월, 526평) 등이다.
사업성 없다던 ssm 진출한 까닭
할인점으로 급성장한 신세계는 기업형 슈퍼슈퍼마켓(ssm) 사업 진출과 관련해서 수년 전부터 입방아에 오르내린 게 사실이다. 롯데와 함께 유통명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편의점-홈쇼핑’으로 이어지는 유통채널의 다변화 및 구축이 반드시 수반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는 5가지 유통업태를 구축해 신세계의 독주 내지는 추월을 유효적절하게 견제하면서 유통명가로서 이름을 공고히 하고 있다.
할인점과 백화점밖에 없는 신세계로서는 조바심을 낼 만한 상황이다. 신세계의 슈퍼마켓 사업 진출설이 불거질 때마다 신세계측은 ssm은 이미 선발주자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다 시장이 협소해서 진출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혀왔다.
정 부회장 “연내 ssm 30∼40개 오픈” 큰소리…오판? 실기? 자충수 될 수도…
유통명가 거듭나려면 백화점·할인점만으론 불안…신세계 유통채널 다변화 불가피
공들이던 ssm 사업 표류할 경우 정용진 대권승계 행보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신세계가 이때 함께 거론했던 것이 바로 홈쇼핑 사업. 홈쇼핑이나 ssm, 즉 슈퍼마켓 사업 모두 선발주자가 공고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까닭에 신세계로서는 시장진출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세계는 할인점으로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유통명가로 발돋움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홈쇼핑이나 ssm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도 이유로 제시했다. 그 돈이면 수익성 높은 할인점에 투자하는 게 낫다는 것. 그리고 부지도 많이 확보했기 때문에 여유롭게 할인점 출점에 나설 수 있었다는 느긋함도 깔려 있었다.
하지만 유통환경이 급변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할인점 부지는 점차 사라지고, 출점이 가능한 상권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게 됐다. 반면에 지역 소규모 상권을 겨냥한 슈퍼마켓 사업을 확장추세를 보였던 것이다.
신세계가 할인점 이마트 122개 점포로 단연 업계 선두를 질주하고 있지만 한정된 상권은 더 이상의 할인점 출점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사업동력을 모색해야 했고, 대안으로 부각한 것이 바로 슈퍼마켓 사업 진출로 귀결된 것이다.
신세계는 오래전부터 ssm 형태 점포를 안테나 숍 형태로 운영해 오면서 사업진출 타당성을 모색해 왔다. 바로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언젠가는 분명히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고, 올 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신세계는 이마트 운영에 따른 탄탄한 구매력과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언제라도 슈퍼마켓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기초체력은 닦아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세계가 ssm 사업 진출을 가속화한 이유 중 하나는 사업성이 없는 것으로 여겼던 ssm 사업이 소리 없이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 ssm의 성장세는 놀랍다. 대형마트의 출점 경쟁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도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와 롯데쇼핑, gs리테일은 현재 소형 유통점포인 슈퍼마켓형 할인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슈퍼, gs슈퍼마켓을 브랜드로 골목 상권에까지 진출했으며 아파트 단지에도 출점해 있다.
지난 2006년 3월 21개였던 홈플러스의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올해 6월 현재 152개로 급증했다. 홈플러스는 여세를 몰아 내년 초까지 60개 가량의 추가점포를 오픈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보다 앞서 ssm 시장에서 터를 닦아온 업체들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 2001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롯데슈퍼는 13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고, gs슈퍼마켓은 117개로 뒤를 잇고 있다. 신세계가 수년에 걸쳐 진출설을 불식했던 ssm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유통산업법에 발목 잡힌 정용진
그러나 정용진 부회장이 야심차게 밀어붙인 ssm 사업은 시작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발목을 잡힐 처지가 된 것이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대규모 점포 3000㎡에만 적용되던 개설 등록제를 ‘대규모 점포 및 대규모 점포의 직영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이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그 동안 영업신고만으로 슈퍼마켓을 개점했던 유통업체들은 대형 할인점과 마찬가지로 등록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ssm 사업 후발주자인 신세계로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와 다를 것이 없다. 이미 포화국면에 접어든 대형할인점 사업에 연연치 않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ssm 사업에 진출하겠다던 정 부회장의 구상에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만 것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국회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등록제가 시행될 경우 계획했던 출점이 늦춰지는 것은 물론 오픈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킬 가능성이 다분한 슈퍼마켓 사업이 확대일로를 걷자 정부는 규제 방침을 분명히하며 대형 유통업체들의 지역상권 궤멸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이를 더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슈퍼마켓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대형 할인마트의 골목상권 진입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1996년 이래 폐점한 슈퍼마켓만 4만여 개에 달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같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조만간 처리할 방침. 개정안이 통과되면 영업신고만으로 슈퍼마켓 개점이 가능했던 유통업체들은 보다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가장 극심한 직격탄이 우려되는 것은 다름 아닌 신세계다. 그리고 이는 곧 정용진 부회장에게 치명적인 독화살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용진, 돌격 앞으로 외쳤지만….
경영 전면에 나선 정용진 부회장은 기실 구학서 부회장의 그늘에 가려, 오너 그 이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구학서 부회장은 이마트 성공신화를 일궈낸 장본인이자 전문경영인으로 언제나 이명희 회장의 아들 정용진 부회장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정 부회장이 구 부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전문 경영인이자 신세계 승계자로서의 역량을 보이기 위해서는 전공이 필요했다. 오너로서 최고경영자로서 능력을 보이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슈퍼마켓 사업(ssm)이다.
실제 정 부회장은 3년 전 이마트 김포점과 광명점 개점 당시 매장 규모가 300∼500평 규모에 불과해 ssm 진출의 전초전이라는 의혹을 샀다. 그러던 차에 올 들어서는 아예 공개적으로 ssm 진출을 공식화하기에 이른 것이다. ssm 사업에 대한 정 부회장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은 연내 30∼40개의 ssm을 오픈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집 밖에서도 이마트를 접할 수 있도록 해 대형 할인마트 시장 1위에 이어 ssm 시장에서도 이마트의 경쟁력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것이다.
할인점 포화를 우려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현재로선 슈퍼마켓 사업 진출이 자충수가 될 수도 있어 정 부회장이 오판 내지는 실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정부 규제로 인해 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총수가 직접 나서서 ssm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당에 불거져 나온 정부 규제. 신세계는 물론이고 총대를 멘 정 부회장 역시 두눈 앞이 깜깜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이 사업 확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등록제 전환으로 출점 계획은 업체들마다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일정부분 궤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했다.
ssm, 대권승계 악영향 미칠까
정 부회장은 최근 들어 부쩍 힘을 내고 있다. 이를 두고 신세계 내부는 물론 유통가에서는 정 부회장의 대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유럽에서 정 부회장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후 정 부회장이 전면에 부각되는 형국이다. 그동안 언론지상을 채웠던 구 부회장은 자연스럽게 후퇴한 모습이 역력하다.
이는 지난해까지 보였던 정 부회장의 행보와 비교할 때 확연히 구별된다. 즉, 그만큼 대권승계 행보를 가속화하면서 정 부회장에게 힘이 붙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정 부회장의 옆에는 항상 구학서 부회장이 있었다. 그림자와도 같았다. 어려운 질문은 구 부회장이 대신 대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 부회장은 달라졌다. 그룹 현안과 관련한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말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고서는 보일 수 없는 행보였다는 것이다.
신세계 내부에서도 수긍하고 있다. 안에서 실력을 쌓았으니 외부 접촉을 늘리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외부 활동을 늘리고 있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안팎의 정황상 정 부회장이 그룹 대권 이양을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은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경영승계가 순탄하게 이뤄질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모친인 이명희 회장과 구학서 부회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시험대를 통과했을지는 몰라도 외국인 주주들의 눈에 들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이 그동안 pl(자체상표) 제품이나 ssm 사업 진출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 온 것은 맞지만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과 신세계는 답답해하고 있다. 때문에 후계 승계가 어느 시점에 이뤄질 수 있을지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올 들어 의욕을 갖고 추진해 온 ssm 사업의 표류는 정 부회장의 대권승계 행보에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zizi@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