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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에서 들려오는 낭보…평창올림픽도 탄력받아

김은미 기자 | 기사입력 2010/02/22 [11:45]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은 피겨·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봅슬레이·스켈리턴·루지·알파인·크로스컨트리 스키·스노보드·프리스타일 스키·스키점프·바이애슬론 등에 46명이 출전하여 전통적인 효자종목인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예상 밖의 금메달을 추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대회 후반부에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의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기다리고 있어 동계올림픽 열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이면서 두 차례 유치 실패의 아픔을 극복하고 삼수에 나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사이에서 올림픽 유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메달불모지로 손꼽혔던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메달 소식이 이어지자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노력해온 공식 조직은 물론 체육계, 삼성그룹 같은 재계도 힘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의 동계올림픽 유치전 실패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고 다양한 종목이 부각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 동계스포츠 저변 과시한 쾌거

한국은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편식증이 심했다.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따낸 31개의 메달 중 스피드스케이팅 2개를 제외한 29개가 쇼트트랙에서 쏟아졌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 김윤만의 1000m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이강석의 500m 동메달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나온 메달이다. 통산 17개의 금메달도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이 같은 쏠림 현상은 강원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치명적인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지구촌 겨울 스포츠 제전을 개최하기에 한국은 어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공동위원장 (현 강원도지사)은 “국제무대에서는 한국이 겨울스포츠를 하는 나라인지조차 잘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놓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의 금메달 행진이 이어지면서 평창의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 전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21세 동갑내기 모태범과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남녀 500m에서 세계 최초로 동반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겨울 스포츠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렸다.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평창은 쇼트트랙 말고는 내세울 게 없었으나 이번 쾌거를 통해 유치 경쟁에도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선전에 이어 피겨 여왕 김연아를 앞세워 평창을 알리는 데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달권은 아니더라도 봅슬레이, 스키점프, 모굴스키 등 다양한 종목에 한국 선수들이 고르게 출전한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발 벗고 나선 유치위 관계자들

밴쿠버에서 평창을 홍보하고 있는 김진선 유치위 공동위원장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있어서 올림픽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내느냐도 아주 중요한 척도다. 소치가 2014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동계스포츠 세계 최강국인데 올림픽을 한 번도 열지 못했다는 이유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며 “아주 고무적인 일이며 평창의 유치 과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분위기 조성은 경기장에서 선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과 더불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정부와 민간 등의 합동작전도 한몫 거들고 있다. 이미 ioc 위원으로 복귀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문대성 ioc 선수위원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 이전부터 ioc위원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친분을 다지고 있다.

또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박용성 대한체육회 회장 등도 잇따라 밴쿠버로 날아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정부차원에서도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과 김대기 차관 등이 동계올림픽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보폭을 넓혀 3수의 평창 숙원을 풀기 위한 행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연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특별사면 복권이 이뤄진 이건희 ioc 위원의 발걸음도 한층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건희 ioc 위원은 “이제 시작이다”라고 밝힐 정도로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비장한 각오를 드러내기도 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건희 ioc 위원은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함께 한국선수단을 방문해 격려하는가 하면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을 직접 찾아가 응원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에 동계올림픽 금메달 첫 낭보를 전한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장에는 이건희 ioc 위원이 부인 홍라희 여사와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한편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전도 이달 16일(한국시간)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밴쿠버 시내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평창의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독일 뮌헨과 프랑스 안시도 2018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팔을 걷었다.

ioc는 오는 7월 공식 후보도시를 발표하고 한 달 뒤인 8월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국가올림픽위원회 총연합회(anoc) 총회에서 또 한 차례 경쟁도시들과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선정을 위한 유치전을 벌이게 된다. 

이어 ioc는 내년 상반기 중에 후보도시 현지 실사를 진행한 뒤 7월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게 된다.

평창 동계올림픽 손익계산서는?

그러나 이와 같은 스포츠 메가 이벤트의 허와 실이 많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에서는 ‘국제대회 유치’를 마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시험대처럼 삼고 국제스포츠이벤트를 유치하고 있다. 아쉽게도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평창이 실패했지만,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했고, 인천은 2014년 하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동아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정희진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개최국에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준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시 브랜드의 경우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될 수는 있어도 절대 다수는 개최지를 잊어버린다며 국제 대회를 개최하며 정부나 지자체에서 선전하는 경제적 효과와 도시 브랜드 향상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1996년 애틀란타올림픽은 기존 시설을 활용해 대회 자체 흥행은 흑자를 기록했지만 16억 달러의 공공투자는 결국 시민 부담으로 남았다. 1992년 바로셀로나올림픽도 조직위는 300만 달러 흑자를 보았다고 밝혔으나, 바로셀로나는 21억 달러, 스페인 정부는 4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았다. 

1994년 미국월드컵도 단 하나의 경기장도 신축하지 않았음에도 40억 달러의 손해만 입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올림픽조직위원회나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중계권료ㆍ입장료ㆍ광고판매 등을 직접 협상하고 관리해 개최국의 경제적 이익은 더욱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정 교수는 “부산의 경우 2002년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2005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까지 치렀지만 2002년 이후 부산의 실업률은 전국 7대 도시 중 최고 수준이고, grdp(지역내총생산)는 전국 16개 시·도 중 14위로 내려가는 현상도 나타났다”면서, “스포츠 메가이벤트 행사의 효과는 전무함이 그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창 동계올림픽을 즐기는 인파로 북적이는 밴쿠버 시내 또한 개막 전부터 올림픽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는 등 올림픽의 실익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시위 참가자들은 세계인의 축제라는 올림픽이 빈곤을 더 확산시킨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기반 시설 투자와 선수 육성 등 모두 1억1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올림픽이 지속적으로 지역 경제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은 막대한 비용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밴쿠버 동계올림픽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적자가 발생하면 적자를 메우기 위한 세금 인상으로 이어져 소외 계층의 경우 각종 복지혜택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올림픽 준비로 인해 캐나다의 불우한 어린이와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예산이 제대로 쓰이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미숙한 운영과 각종 악재로 눈총을 사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아 평창유치위 관계자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 또한 발견되었다. 밴쿠버는 개막식부터 성화대의 기계 오작동으로 해프닝을 일으켰고 당일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에서 그루지야 루지 대표팀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가 연습경기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 경기장 안전문제에 대한 책임 추궁이 일어나기도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은 개막전부터 말썽을 일으켰다. 16일 울퉁불퉁한 노면 탓에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가 1시간 이상 지연됐고 노면을 정리하던 정빙기까지 고장 났다. 설상가상으로 기록측정시계까지 말썽을 일으켰고 각국 코치에게 전달해야 할 1차시기 기록표까지 늦어져 원성이 자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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