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d-데이는 7일 밤이었다. 여론역풍에 몰린 첨예사안들이 사전수순을 밟은 듯 이날 밤을 기해 모두 전광석화처럼 전개됐다. 한나라당의 천수법 기습상정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전격구속이 동시에 이뤄졌다. 또 8일 방영예정이던 kbs의 ‘추적60분, 4대강 편’이 돌연 불방조치 됐다.
모든 게 동시다발적이다. 여권이 4대강 등 여론역풍사안에 대해 ‘정공법’보단 사전수순에 의한 ‘측면 돌파’를 택해 비난여론이 증폭중이다. 국민들이 모두 잠들거나 휴식을 취하던 7일 밤 대체 무슨 일이 전개된 걸까. 국회는 이날 어김없이 ‘ok목장혈투’를 연출하면서 ‘폭력국회’로 거듭났다. 여야 간 혈투의 메인테마는 ‘4대강사업비’다. 회기마감(9일)을 하루 앞둔 현재 한나라당은 정부예산안을, 민주당 등 야당은 감액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선 채 공전을 거듭 중이다. 아직 비록 ‘해머’는 등장 않았지만 동원될 공산도 배제 못할 일촉즉발 상황이다.
빌미는 한나라당이 먼저 제공했다. 한나라당이 이날 밤 예산안 대치를 틈타 국토해양위의 ‘4대강주변 개발법’인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친수법)’을 기습 상정한 것이다. 날치기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이 법안은 4대강개발 주변지 2km내에 골프장, 콘도 등 위락시설과 아파트 건설 허용 등을 주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4대강 전도사’ 이재오 특임장관이 밀어붙이는 대표적 악법이라며 이틀간에 걸쳐 국토해양위원장 석을 점거하며 저지해온 문제 법안이다.
이날 밤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은 9시30분께 예고에 없던 상임위 개회 통보를 야당에 일방 통보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 의원들은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국토해양위회의장으로 내달렸으나 헛물만 켜야 했다. 송 위원장이 야당 의원 전원을 배제한 채 예정된 시간보다 5분 앞선 밤 9시25분께 회의소집 후 한나라당 단독으로 회의를 강행해 친수법을 기습 상정 후 곧바로 산회시킨 것이다. 법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로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친수법 통과 직전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한나라당 조원진 의원과 다수보좌진들이 앞을 가로막아 양측 간 격렬한 몸싸움이 전개됐다. 유리창 등 기물도 일부 파손되고,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부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는 등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돌변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의사봉을 날린 탓으로 주장중이나 민주당 측은 ‘허위 날조’라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 국토해양위원들은 ‘기습 날치기 상정’이라며 친수법 상정자체의 무효를 주장한 동시에 송 위원장을 국회윤리위에 제소할 방침이다.
또 이와 함께 mb지기인 천신일(67) 세중나모 회장이 이날 밤 전격 구속 수감됐다.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영장발부 사유다. 천 회장은 그간 검찰의 잇따른 소환 출두명령을 비웃듯 석 달여간 해외도피 생활을 해오다 최근 귀국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이 핵심의혹인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을 기소하지 않았다며 ‘꼬리 자르기’ 의혹을 풀지 않아 ‘몸통보호’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국회에서의 여야 간 ‘4대강예산안’ 갈등 와중에 kbs가 8일 방영예정이던 ‘추적60분, 사업권 회수논란 4대강의 쟁점은?’ 편을 돌연 방송 보류했다. 당장 ‘권력눈치 보기’란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kbs는 불방 사유로 오는 10일 예정된 국민소송인단의 국토해양부장관을 상대로 한 ‘4대강 낙동강사업 하천공사 시행계획 취소 소송’ 선고공판에 대한 영향을 내걸었다.
또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11조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을 해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kbs가 방송심의규정마저 교묘히 왜곡해 마치 방송전체를 해선 안 되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국토해양부와 경남도등 지방자치단체가 갈등을 빚고 있는 4대강 사업권 회수 문제와 공사의 속도 논란, 불법폐기물 및 농경지 침수 등 전반적 4대강 문제를 조명한다고 예고까지 내보낸 상황이다. 그런데 불과 하루 전 불방결정을 내린데다 제작진들과 논의조차 하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때문에 현재 kbs가 국민 알권리 및 언론자유·공영방송의 존재이유 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거세다.
한편 정기국회 마감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현재 국회 본회의장 앞 여야 간 대치상태는 지속되면서 일촉즉발의 전운이 흐르고 있다. 야당 의원과 보좌진 수십 명이 국회 3층 본회의장 출입구를 막고 농성을 전개 중이다. 또 의원 출입문과 방청객 출입구가 책걸상 등 집기로 모두 봉쇄된 상태다. 현재 본회의장 내엔 한나라당 의원 70여 명과 민주당 의원 50여 명 등 120여 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장석과 단상은 민주당 의원들이 봉쇄한 가운데 주변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에워싼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희태 국회의장은 예산 부수법안을 국회 법사위가 8일 오전 10시까지 심사해 달라고 시한을 정했다. 만약 넘길 경우 국회법을 적용해 본회의에 직권상정 하겠단 뜻을 분명히 한 것. 이는 박 의장이 결국 새해 예산안을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단 한나라당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예산안처리 시도 후 9일 본회의 처리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강력 저지하겠다는 방침으로 맞서고 있어 예산안 및 법안 처리가 시도될 경우 여야 간 한판 격돌은 재차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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