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사에서 “나와 생각과 뜻이 다를지언정 인간을 소중히 하고, 함께 행복을 누리는 세상의 기틀을 만드는 것만이 진정 이 나라와 그 구성원들이 승리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멀고, 가는 길이 험하더라도 그 큰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추도사 전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3주기 추도사
2012년 5월23일에 저는 1945년 8월15일이 떠오릅니다.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를 넘어 해방의 기쁨을 이기지 못해 거리로 쏟아져나온 우리의 부모, 선조들…그 날만큼은 우리에게 남녀노소와 빈부귀천의 구별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한가지의 꿈, 서로 돕고 함께 잘 사는, 행복한 새 나라의 기대만이 그득했습니다.
그러나 이후의 현실은 어땠습니까. 좌우로 나뉘고, 남북으로 갈라졌고, 이어 전쟁의 참화를 겪고 독재가 들어서 빈부를 만들고 동서로 골을 파놓았습니다.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기만과 갈등이 그득한 상황이 오늘 이날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날의 꿈과 다짐을 잊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사람들이 되었고, 내 것만을 붙잡고 부풀리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만같은 두려움에 떨며, 이 두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탐욕의 덫에 빠져버렸습니다. 이 사회와 미디어는 이를 부풀리고 그릇된 부를 미화하여,
우리 모두를 초조함과 공허함 속으로 던져 넣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충분히 행복하지 못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소박하지만 당연했던 60년 전의 꿈을 잊지 않은 분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애써 외면하고 살던 삶의 진실을 기억하고 일깨운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을 보낸 후 우리들은 회한과 후회에 마음 아파했습니다. 저도 예외가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 죄송함마저 더해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3년이 지나, 탈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는 고인의 꿈, 60여년 전 우리 선조들의 꿈을 우리 삶의 현실로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 내 아이와 자손이 대대로 인격과 존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 그러나 내일은 저절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그릇된 흐름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소중히 대하지 않고, 도구와 비용으로 치부하며 쓰고 버리는 못된 흐름입니다. 시를 좋아하는 어머니와, 바둑에 일가견이 있는 아버지의 딸인 한 아이가, 자기의 꿈을 펼치기 위해, 혹은 한 사람으로 어엿하게 우뚝서기 위해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월급 얼마,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누구누구의 자식이 시급 얼마짜리 알바를 하러 돌아다닌다는 식의 설명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의 부모와 함께 손을 잡고 해방의 기쁨을 만끽하러 거리로 달려나왔던 또 다른 부모의 자식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용산에서, 쌍용에서, 한진에서, 강정에서… 또 우리 일상 속의 학교와 일터, 가정에서도 그 눈물 자욱이 보입니다. 이제 바로 잡아야 합니다. 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순리이듯,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 기준이 인간이라는 큰 가치를 향해 흘러 모이도록 큰 줄기를 돌려놓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많은 역경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앞으로 더한 어려움들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드러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직 이기기 위한, 혹은 고인을 대리해 단죄하기 위한 승리로는 충분하지도 않을뿐더러 미래에 대한 대안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의 잘못된 세상에 대한 책임을 모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만 물어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승리하면 이 사회가 바로잡힐 것 같은 그릇된 환상을 공유해선 안됩니다. 진보와 보수, 중도와 외곽… 모두 대한민국의 구성원이며 역경의 역사를 함께 해온 공동체인 것입니다.
나와 생각과 뜻이 다를지언정 인간을 소중히 하고, 함께 행복을 누리는 세상의 기틀을 만드는 것만이 진정 이 나라와 그 구성원들이 승리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멀고, 가는 길이 험하더라도 그 큰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그 곳에 도달하면, 그때서야 우리는 순박했던 우리의 선조와 친근했던 고인께 웃는 얼굴을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회한과 죄송함이 아닌 기쁨과 자랑스러움으로 말입니다. 그 때까지 우리 멈추지 맙시다. 고 노무현 대통령님의 명복을 빕니다.
2012년 5월23일 정동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