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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칠석제에서 생각하게 된 신기(신성)와 인기(대중성)의 조화

노중평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2/06/22 [21:12]

祭의 의미를 살펴 볼 때, 祭자에 제사라는 의미가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제의 고전적인 의미는 북방 하늘에 계신 삼신에게 공양물을 올린다는 의미가 있다. 이때 삼신은 별인 경우에 해와 달과 칠성이고, 인신人神인 경우에 마고삼신이 된다. 마고삼신은 마고, 궁희, 소희 세 분이다. 이분들에게 공양물을 올리기 위하여 제를 지낸다.

 

 후로 제사의 대상이 자꾸 생겨나면서 제사가 격식을 차리는 제사가 되었고, 번거로운 제사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제사를 소사小祀, 중사中祀, 대사大祀로 구분하여 지냈다.

칠석제 무당같은 춤꾼.jpg

사진 설명 : 왼쪽이 이귀선 춤꾼이고, 오른쪽이 신이나 소리꾼이다. 이분들은 대단한 신기를 타고난 분들이라 7월7일 비가 억수로 퍼붇는데도 춤으로 노래로 우리를 감동시키고 즐겁게 하였다. <강희자전>에 보면 춤은 팔풍八風에서 시작한다고 하였다. 팔풍은 8방위에서 부는 바람이다. 팔은 마고가 태어난 팔여의 음, 풍은 우리의 조상 풍이족風夷族이다. 팔풍으로 춤을 추니 이 안에 마고와 풍이족의 신명이 다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래는 팔여의 음에서 시작되고, 음악의 기본이 되는 오음이 다 팔려 안에 있으니 노래 안에 마고삼신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춤 잘 추고 노래 잘하는 데에 어찌 신기가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당대의 종묘에서 제사지낼 때는 대사라 하였고, 역사의 뒤로 사라진 왕조에게 올리는 제사는 명산대천에서 지내며 중사라 하였다. 그래서 산에서 제사를 지내드리는 임금이나 장군들은 산신으로 호칭하였고, 바다에서 제사지내 드리는 임금이나 장군은 용신이라 호칭하였다.

 

 특별히 구월산에서 한인, 한웅, 단군왕검을 함께 제사지내면서 삼성제三聖祭라 하였다.

공양물에는 인간의 몸을 희생해서 바칠 수 있는 희생제물犧牲祭物이 있다. 아득한 고대에는 인간을 산채로 혹은 죽여서 제물로 삼았다. 인신공양이 바로 그것이다. 마야족의 인신공희人身供犧는 역사적으로 유명하다.

 

 다음엔 인신을 대신하여 짐승을 공양물로 바치기도 하였다. 지금도 이러한 희생제물을 바치는 굿이 대수대명代壽代命이는 이름으로 굿당에서 행해지고 있다.

 

 이렇게 인신이나 짐승을 죽이지 않고서도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 신에게 인간이 타고난 신기神氣를 바치는 것이다. 그러나 신기를 타고난 재능으로 가공하지 않고서 신에게 바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므로 신을 받은 선생이 제자를 가르쳤고, 이들 중에서 신병을 앓은 사람들이 무당이 되어 재주를 익혀 신에게 바치는 굿을 해 왔다.
칠석제 시낭송.jpg

사진 설명 : 숭례문이 어떤 광인의 방화로 불타버렸을 때, 이귀선씨가 내게 숭례문제례를 지내야 하는데 제문을 써달라고 하여 제문을 지어 주었더니, 제사 때 신이나씨가 제문을 읽었는데 울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한다. 그때 나는 무슨 일로 지방에 가 있어 울음제사에 동참하지 못한 것이 못내 한이 되었더니, 신이나씨가 이귀선씨를 통하여 내가 써주는 글이 자기에게 맞으니 글하나 써 달라고 하여 써 주었더니, 이 글을 너무나 멋지게 읽었다. 하늘이 감동하신 때문인가? 갑자기 부슬거리던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글은 다음과 같이 시작되었다. "간 밤엔 직녀님 눈물로 이 세상을 씻어내시더니 오늘은 아침부터 견우님이 이 세상을 눈물로 씻어 내십니다. (다음 귀절은 생각이 잘 안남. 하여간 기억을 되살려....) 오랜 예날부터 이 일을 해 오신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습니다. 춤을 추는 이는 춤으로 울고 노래하는 이는 노래로 울고 말을 하는 이는 말로 웁니다. 눈물을 그치실 때까지 이 비를 그치지 말게 하여 주십시오. 그치지 말게 하여 주십시오....직녀님, 견우님.

 

 그러나 신병을 앓지 않고서도 무당의 재질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이 신기를 발휘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가령 신기를 타고 난 사람이 노래를 잘 한다면 그가 하는 노래는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제물이 될 수 있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신기를 타고났다면 그가 추는 춤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제물이 될 수 있다. 또한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신기를 타고났다면 그가 하는 말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제물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신기를 타고난 모든 예술가들이 다 자신이 타고난 재주를 신에게 제물로 바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칠석제 지경다지기.jpg

사진설명 : 김기중씨는 칠석제 때마다 솟대를 만들어 세우는 분이다. 굵은 솟대, 가는 솟대, 작은 솟대 등 여러 종류의 솟대가 칠석제를 지낼 때 생겨난다. 금년에는 특별히 의미가 있는 칠석제가 되게 하기 위하여 솟대를 청계천 광장 한 복판에 세웠다. 솟대는 여기에 소도가 있음을 알리기 위하여 세우는 표시물이다. 항상 솟대 꼭데기에 마고를 상징하는 오리를 앉힌다. 말하자면 오리가 직녀조織女鳥가 되는 것이다. 김기중씨는 솟대를 세운 다음에 또 항상 봉술춤을 춘다. 사람들이 봉술춤이라 하는 바람에 그렇게 굿어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봉술춤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는 춤이다. 그는 타조가 사막의 모래를 밟는 걸음걸이처럼 겅정겅정 뛰는 춤을 춘다. 그의 춤은 발춤이다. 옛날에 장자가 말했다. 동이족은 발인發人이라고. 發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칠지止자가 들어 있는 족足이 된다. 발이 뛰면 발해를 의미하는 발渤이 된다. 우리 조상은 발해만에 살았다. 봉래, 청도, 연태를 묶어서 조선의 국도인 평양이라 하였다. 김기중씨는 옛날에 우리 조상이 봉래의 소도에 세웠던 솟대를 만들어 세우고 발해를 뛰어다니는 춤을 추고 있다. 이걸 누가 알아주나. 나나 알아주지....그런데 이번 칠석제에서 기묘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김기중씨가 "비야 쏟아져라!"하고 외치니까 신이나씨가 <견우와 직녀의 눈물> 시를 읽었을 때처럼 비가 억수로 쏟아지면서 우르렁 쾅쾅하고 천둥이 친 것이었다. 이 말은 절대로 믿거나 말거나가 아니다.

  

 신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하는 행위를 보면 그가 신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게 되는데, 그가 발산하는 신기로 우리를 초월적인 경지로 이끌어 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신기를 타고나지 못했는데 탁월한 대중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대중성이 흥미를 유발하고 감동을 줄 수 있다면 이를 신기가 아닌 인기人氣라 말할 수 있다. 세상엔 인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칠석제 율려춤.jpg

사진설명 : 백제 대향로 오른쪽에 김기중씨가 만든 솟대가 서있고, 춤꾼 이귀선씨가 김기중씨가 여래개를 만들어 꽂은 솟대다발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비에 젖어 대단히 무거울 텐데 힘이 장사인 모양이다. 앞에는 쑥향 태우기 할때 솥을 받쳐주었던 쇠받침대가 서 있다. 솟대다발을 여기에 올려놓을 모양이다. 임금님이 두르시던 앞치마를 비에 다 적셔가며 전진중인데 여전히 비는 억수이다.

 

 이번에 청계천 광장에서 벌인 2011년도 칠석제에서도 신기를 가진 사람과 인기를 가진 사람들이 와서 마음껏 기량을 발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11년 7월 5, 6, 7일 3일 동안의 칠석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춤을 춘 이귀선, 노래를 한 신이나, 아리랑 춘향이, 장승을 깎고 춤을 춘 김경호, 솟대를 만들고 봉술춤을 춘 김기중, 오마쥬를 한 박동 등 여러분들이다.
칠석제 용그리기.jpg

사진설명 : 박동화백이 펼쳐진 광목에 용머리를 그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이라면 그가 광목에 칠하는 먹물이 견우와 직녀님의 눈물이 되어서 흘러내리지 않으련만 드디어 용님이 우시기 시작했다. 인간으로서 용님이 우시는 것을 막기란 불가항력이다. 사실은 청계광장을 다 덮을 만큰 거대한 용을 그리고 오가는 사람에게 그림이든 글이들 쓰기를 부탁하여 유네스코로 보내어 우리 칠석제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로 그리기를 시작했는데 어떻게 손질을 해야 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시간에 이들이 보여준 신기와 인기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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