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빅4’ 인사를 통해 강력한 국정드라이버 의지를 드러냈다. 유임이 예상됐던 경찰청장을 포함 4대 권력기권장 모두를 교체한데서 엿본다. 그러나 당초 내건 대 탕평카드를 접어 신뢰 부문에서 일정 타격은 불가피해졌다.
얽히고설킨 국내외 난국돌파를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내정한 남재준 국정원장 후보자(서울)를 포함 15일 경찰청장(이성한-서울)·검찰총장(채동욱-서울)·국세청장(김덕중-대전) 등 4대 권력기관장 인선을 마무리했다. 새 정부 출범 18일만이다.
현재 장기표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북(北)의 3차 핵실험 등 정권 초반 불안요소 돌파를 위해 대 탕평카드를 접는 대신 ‘전문성-신뢰’ 중심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향후 국정운영에 강력 드라이버를 걸겠다는 의도를 표출했다.
직전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정원장(김성호)만 교체된 대신 검찰총장(임채진)과 국세청장(한상률), 경찰청장(어청수) 등은 유임된 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수장교체를 통해 현 한반도 위기상황 극복 및 복지공약실천, 사정조직정비 등에 나설 전망이다.
주목됐던 4대 권력기권장 인선에서 눈에 띄는 건 영·호남 출신이 전무한 점이다. 김덕중 국세청장 후보자를 제외한 남재준 국정원장, 채동욱 검찰총장, 이성한 경찰청장 후보자 모두 서울출신이다. 영남우대도 없고, 호남배려 역시 없다.
이명박 정부 경우 영남 3-충청 1명이었다. 때문에 호남 출신이 권력기관장 인선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대대선 당시 호남에서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대 탕평 인사부터 펼칠 것”이라며 “호남인재, 여러분 아들과 딸들이 마음껏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런 배경 탓에 새 정부 4대 권력기관장에 호남출신이 중용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었다. 전남순천 출신 소병철 대구고검장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막판까지 흘러나온 배경이다. 또 앞서 호남총리론도 나온 데다 국정원장 인선에서 김관진 현 국방장관(전북전주)이 거론되기도 했다.
비록 영남우대는 없지만 호남민심이 냉랭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4대 권력기관장 출신대학이 모두 다른데다 지난 정부의 특정지역 및 대학편중(고려대·소망교회·영남)은 피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평가는 반반의 형국이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채 후보자 선산이 전북임실에 있고 아버지는 5대 종손”이라며 “매년 선산에 다니는 그 지역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고 범(凡)호남임을 애써 강조했으나 무리한 해석이란 지적이다. 덩달아 호남민심을 추스르긴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러나 뭣보다 이번 ‘빅4’인선을 통해 공약파기(경찰청장 임기보장) 논란에 휩싸이면서 신뢰부문 역시 일정 부문 금이 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정치여정을 통해 ‘신뢰-원칙’의 기율로 자신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매김 해온 탓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지역안배 보단 평소 중시하는 전문성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애초 지난 대선 기간 호남민심을 겨냥해 ‘대통합-대 탕평’을 강조했었다. 당선이후 ‘호남총리론’까지 부상하면서 호남의 기대를 부풀린 걸 감안하면 이번 인선은 대 탕평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