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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모든 생명들을 위한 참회와 기도

산사(山寺)에서<1>

오정인 소설가 | 기사입력 2013/10/15 [11:07]
참 진리의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궁극인 듯하다.
山寺의 난간너머 펼쳐진 새벽 구름은 장엄하기조차 했다.
어젯밤 태풍이 스쳐간 뒤다
 
아, 새벽이구나  그제야 나는 동굴의 어둠을 벗어났다는 평안을 느꼈다.

▲ 오정인 소설가     ©브레이크뉴스
모든 환타지는 이미 현실이다.
동굴은 전설이나 영화만이 아닌 삶의 곳곳에 이미 복병처럼 숨어있다.
더욱 간결하게 짚어보면 
결국 자아의 기저, 누구 때문도 아닌 바로 자신 속에.

문수산 법륜사
산사의 새벽은 그대로 경외로운 진리이고 아름다움이다.
이 젊고 에너지 넘치는 푸른 산사가 바로 심연의 동굴을 빠져나와 만나는 새벽 그 자체다.

나는 아직 법경과 사람들이 낯설다.
그래서 하루 한번 혼자 법당엘 든다.

살아오신 게 그대로 법경이지요.
아직도 파르라니 젊은 비구니스님의 맑은 미소에서 가없는 넓이와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본다

나는 아직 절하는 법조차 서툴러 곧잘 비틀거린다.
더 넓은 법당 가득히 계시는 돌부처가 산처럼 높다.
그러나 나는 감히 마주해 자리한다.

문수산 법륜사 대웅전의 본존불은 석굴암부처님처럼 금박 입히지 않은 돌부처시다.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아득한 높이의 돌부처님과 맞장 뜨듯 고집스레 앉아있다.
아니다.
그냥 그대로가 한없이 평화롭다. 실로 수년 만에 처음으로 느끼는 평안이다.
그래도 머릿속에, 가슴아래 명치가 가끔 결려오며  마음의 뿌리 그 심연의 더 아래에서부터 질문은 한이 없다
왜입니까?
기품 있고도 간결한 질문이 아닌 아직도 어리석고도 어지러운 응석일까?
왜 저를 ?
지난 1년 내내 버리고 싶었던 육신이었다. 이 말을 부디 용서 하시길.

여드레째 되는 날
겨우 부처님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평시에 부처님 두 눈은 아래를 향해 계신다.  모든 영겁의 시간과 공간을 한 눈에 모두 다 품어 보신다.

그러나 이 순간 참으로 신비하게도 부처님의 눈동자가 서서히 둥글게 열리고 그 부드러운 가운데 힘찬 눈동자는 분명히 나를 보고 계셨다.
아, 부처님이 온전히 내 두 눈을 正視해 주셨다.
온 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아, 나를 받아 안아 주시는 거구나
그제야 한줄기 빛처럼 생각 하나가 아름다운 향기같은 미소 속에 실려 넓은 법당 안을 감돌았다.
아, 그렇게 어렵게 돌아돌아 나를 이곳까지 기어코 오게 만드셨구나
아, 수 십 여년 삶 동안 그렇게 무엇이든 망설임 없이 펄펄뛰게 잘난 척하고 허명과 허영으로 철없이 살도록 던져주고 매번 은밀히, 그리고 철저히 보호해 주신 분이 결국 부처님이셨구나.

몇 년 전인가?  미소가 아직도 아이처럼 해맑은 문수산 법륜사 주지스님이 소박한 핸드폰 걸이 하나 주신 것,  매달아 나도 모르게 수년간 지니고 다녔다.
그 고리 하나가 나를 찬란한 허명도 사치도 누렸지만  죽음같은 불구덩이 달구어 온몸에 던지시며  연단한 비장의 연금술 가마였던가?
내 삶의 하얀 범선, 그 영욕의 여정에서 이윽고 다다르게 한 방향타가 그 하찮아 보이던 법경 새긴 나무구슬 하나를 실로 매듭지어 엮은 바로 그 작은 고리였던가?

그리고 이제 몇 개의 깨달음과 부끄럽고 아픈 성찰과 죽음같은 동굴을 거쳐 이렇게 기어코 살려내시어 용인 처인구 문수산 법륜사 대웅전에 나를  꿇어앉게 만드셨구나 .
그리고 여드레 , 이제 그윽한 눈동자를 친히 열어 보여 주시는구나
그래도 저는 아직 의미를 찾지 못합니다.
매순간 지치지 않고 반짝이던 삶에의 열정은 이미 빙벽처럼 얼어붙었고 저는 이제 아무 힘도 없습니다.
철저히 혼자입니다. 정녕코 아무도 없습니다.
피부는 주름지기 시작했고  그림같이 매끄러웠던 저의 손은 심줄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힘이 빠졌습니다.  탈진 상태입니다.
제가 저 자신을 설득할 명분조차 없습니다.

응석은 계속되었다.
은연중 지극히 고요한 바람과 같이  법당 안 가득 향기로운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부처님께서 분명 웃고 계셨다. 여전히 눈동자와 입술 가득 넘치는 미소엔 어린아이같이 단순하고도 청정한 장난끼조차 잠시 스쳐가는듯 했다.
그러냐? 예,
자칫 적막할 고요.
그리고 응축된 무언의 대화와 오랜 시선
산 같은 부처님의 온몸에서 온기 같은 부드러움이 미소와 함께 느껴지기 시작했다.
순간 오묘한 긴장감이 정수리에서 등줄을 타고 쏴아 내리꽂는다.
완벽한 합일
침묵 .
그리고 은밀한 파도의 절정감
모든 세포의 되살아남,  해일같은 영혼의 새로운 피돌림이 일어난다.
아, 부처님
살아계신 부처님
아, 내가 살아있음을 깨닫는다.
다시 살아난 생명

문수산 법륜사의 부처님 눈동자가 둥글게 보이는 순간, 살아감의 의미를 다시 얻고 깨닫게 되는 것. 은근하지만 가장 힘찬 젊은 생명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찰나였다.
해야 할 일들이 태산으로 밀려온다.
나로 인해 티끌만큼이라도 상처를 입은 모든 생명들을 위한 참회와 기도

아득한 심연에서 정신과 영혼의 수직비상
뼈만 남은 육신의 손으로 손에 닿는 바위를 잡았다.
현암, 서로 잊은 듯  모르는 듯  거기 그 자리에 언제나 있는 참 지혜의 원천일 영적 바위였다.

그리고
나는 살아났다.
이미 죽었고 , 그리고 새로이 태어난 것
법륜사 성품 급한 부처님의 무한조화다.
그리고 곧바로 인감 서명 날인을 마쳤다. 정인화, 定印華,

모든 것은 어쩌면 꿈일까?

정녕 내가 있었던가?
나는 .....

연화를 닮은 분홍빛과 보랏빛이 엷은 새벽의 여명위로 생동의 아침은 다가오고 있는가?
<계속> inioh@naver.com   

*필자/오정인. 소설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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