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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역린(逆鱗)건드리면 대가 치를수있어

독재자의 모습에서 항룡유회의 눈물이 보이지 않으시는지요!

김덕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12/22 [21:57]
요즘 전 세계가 떠들썩합니다. 북한이 지난 12월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숙청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전 부위원장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는 소식 때문이죠.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장성택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이 전일(12일)에 진행됐다”며 “공화국 형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했고 판결은 즉시 집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어찌하여 근 40여 년 간 북한의 제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이 그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을까요? 그건 백두혈통(白頭血統)이라 자처하는 조카 김정은의 역린(逆鱗)을 건드렸기 때문이랍니다. 역린이 무엇이기에 근친(近親)도 공로(功勞)도 일순에 사라지게 하는 위력(威力)을 발휘하는 것인지요. 참으로 무서운 것이 역린인가 봅니다.
▲ 김덕권     ©브레이크뉴스

역린이 무엇인지 한 번 알아보았습니다. ‘거슬릴 逆, 비늘 鱗’, 거꾸로 박힌 비늘, 즉 용의 턱 아래에 거슬러 난 비늘로 ①임금의 노여움. ②절대자의 치명적인 약점이나 허물을 건드림을 뜻하는 것입니다.

《한비자(韓非子》〈세난편(說難篇)〉에 보면, 용(龍)은 순한 동물이어서 길만 잘 들이면 사람이 타고 다닐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용은 그 턱 밑에 직경이 한 자 정도 되는 거꾸로 박힌 비늘, 곧 역린이 한 개 있지요. 만약 그것을 잘못 건드리면 용은 노하여 틀림없이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인용(人龍)인 군주에게도 이 역린이 있으므로 의견을 말할 때는 그것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이지요.
 
여의주(如意珠)를 물고 하늘을 나는 신비스러운 상상(想像)의 거대한 동물인 용은 온순하고 사람과 친근한 동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이 용에 올라타는 일도 가능했었지요. 그런데 잘못해서 용의 턱 아래 거슬러 난 비늘을 건드리면 용이 노해서 사람을 해칩니다. 이것이 바로 역린, 즉 ‘거슬러 난 비늘’로 군주의 노여움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어 온 것입니다. 
 
요즘에는 역린을 대통령의 노여움으로도 볼 수도 있습니다. 상관을 용에 비유하는 것이 시대적 정서에 부합된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오히려 순리(順理)를 거역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함이 무난한 것이 아닌가요? 민주주의 시대의 역린은 바로 국민의 노여움입니다. 왕이나 대통령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는 것이죠.
 
중국 사람들이 끔찍이 섬기는 동물에 ‘사령(四靈)’이란 것이 있습니다. 용(龍) · 봉황(鳳凰) · 기린(麒麟) · 거북(龜)이죠. 각기 상징성을 부여했는데 용은 황제, 봉황은 길상(吉祥)의 상징입니다. 그리고 기린은 자손과 행복, 거북은 건강과 장수의 상징이라고 하네요. 사령 중 으뜸인 용은 그 생김새가 호랑이의 머리에 뱀의 몸뚱이, 독수리의 발톱, 사슴뿔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가공의 동물임에도 중국 사람들이 용에 대한 기대는 대단합니다. 그리고 그들만큼 용을 좋아하는 민족도 드물 것입니다. 이렇게 용을 숭상하는 까닭은 용이 지닌 무한한 능력 때문이죠. 용은 작아지려고 하면 작은 터럭 속에도 들어갈 수 있고, 커지려고 하면 천하를 뒤덮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래로는 깊은 연못에 잠길 수도 있는 반면 위로는 구만리 창천(蒼天)을 솟구칠 수도 있습니다. 또 비구름도 마음대로 부립니다. 거기에다가 여의주(如意珠)라도 입에 무는 날이면 온갖 조화(造化)를 다 부릴 수 있죠. 한마디로 용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인 것입니다.
 
이 용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중국 첫 황제인 ‘황제(黃帝)’의 상징인 황룡(黃龍), 나이가 8백세라는 청룡(靑龍), 적룡(赤龍), 흑룡(黑龍) 등 오색용은 천지를 이룩하고 있는 용들의 모습입니다.《회남자(淮南子)》에 보면 날개 달린 비룡(飛龍)이 뭇 날짐승을 낳았고, 네발이 달린 응룡(應龍)이 뭇짐승을 낳았으며, 교룡(蛟龍)이 뭇 고기를 낳았다 했습니다.
 
그리고 임금이 앉는 의자를 용상(龍床)이라 하고, 임금이 타고 다니는 가마를 용가(龍駕)라고 합니다. 또한 임금이 타고 다니는 말을 용기(龍騎), 임금을 상징하는 깃발을 용기(龍旗), 임금의 얼굴을 용안(龍顔)이라 하죠. 또 임금의 자손을 용종(龍種)이라 함을 미루어 봐도 용이 최고 통치권자를 상징함을 알 수 있습니다.
 
주역(周易)의 건괘(乾掛)에서는 용(龍)이 승천하는 기세는 왕성한 기운이 넘치는 남성적 기운을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운세(運勢)를 단계별로 용(龍)에 비유하고 있지요. 곧 연못 깊이 잠복해 있는 잠용(潛龍)은 덕(德)을 쌓으면서 때를 기다립니다. 그런 다음 땅위로 올라와 자신을 드러내는 견용(見龍)이 되면 비로소 덕을 만천하에 펴 훌륭한 군주(君主)의 신임을 받게 되죠. 그 다음 단계는 하늘을 힘차게 나는 비룡(飛龍)입니다. 이것이 본 괘(掛)의 극치로서 제왕의 지위에 오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물론 큰 덕(德)을 갖추었으므로 훌륭한 신하가 구름처럼 몰려들어 보필하지요.
 
이렇게 절정의 경지에 이른 용이 항룡(亢龍)입니다. 승천(昇天)한 용인 셈이죠. 하지만 만물이 극(極)에 다다르면 변하는 법입니다. 달도 차면 기우는 것이죠. ‘항용유회(亢龍有悔)’란 말이 있습니다. 이는《역경(易經)》의 <건위천(乾爲天)>에 나오는 말인데 하늘 높이 올라가서 내려올 줄 모르는 용은 반드시 후회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곧 너무 높이 올라갔기 때문에 존귀하나 지위가 없고, 너무 교만하여 민심을 잃게 되며, 남을 무시하므로 보필도 받을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항룡에 이르면 후회(後悔)하기 십상입니다. 물론 ‘항룡유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교만과 폭정(暴政), 불통보다는 덕을 쌓고 처신을 바르게 함으로써 잃었던 민심(民心)을 회복하는 길 뿐일 것입니다. 요컨대 건괘는 우리에게 변화에 순응할 것과 겸손을 잃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역린을 거슬렸다고 처형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그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한 김정은은 교만과 공포정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는 독재자의 모습에서 항룡유회의 눈물이 보이지 않으시는지요!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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