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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시선종(善始善終)

김덕권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3/12/31 [09:01]
오늘이 계사년(癸巳年) 마지막 날이네요! 올 한 해 계획하신 일들이 잘 끝나셨나요? 연초 훌륭한 목표를 세우시고 연말에 그 목표를 무리 없이 마무리 하시면 아마 그 일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 말을『선시선종(善始善終)』이라 하지요. 이 말은 《장자(莊子)》<제6 대종사편(大宗師編)>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결 같이 잘 한다’는 뜻이지요. 비슷한 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힘을 다 한다’는 뜻의「시종불해(始終不懈)」‘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다’는「시종여일(始終如一)」「시종일관(始終一貫)」등의 말이 있습니다.

젊었을 때 쓰던 말로 ‘쟁개비사랑’이라는 표현이 있었죠. 빨리 끓고 빨리 식는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 성격이 본래 불같아서 언제나 금방 끓고 금방 그만 두기를 밥 먹듯이 했습니다. 그 결과 한 가지 사업이라도 크게 성공해 본 적이 없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죠. 그러나 천우신조(天佑神助)! 일원대도(一圓大道)에 귀의(歸依) 하고나서 사람 살아가는 도리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저는『지성여불(至誠如佛)』이라는 심계(心戒)를 세우고 그야말로 일직 심으로 달려 왔습니다. 30년간 법회를 빠져 본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30년 간《원불교 전서(全書)》를 1년에 열 번씩 300회를 봉독(奉讀)했습니다. 또한 30년간 진리와 하나 되는 지름길인 기도생활에 온갖 정성을 다 쏟았습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열과 정성으로 저는 [원불교 청운회(靑耘會)] [원불교 모려회(慕麗會)] [원불교 문인협회] 등, 여러 단체들의 책임을 맡아 나름대로 꽤 성공을 거두었다는 생각입니다. 또한 졸작(拙作)이지만 ‘진흙 속에 피는 꽃’을 비롯하여 일곱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또 현직에서 물러나고 제가 이만큼이라도 세상을 위해 일 할 수 있게 하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저는「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을 위한『덕화만발(德華滿發)』의 글을 써 전 세계로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우리들의 카페 [덕화만발]도 마찬 가지이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처음 발심(發心)을 한 그날부터 정말 한 결 같이 달려 왔습니다. 지성여불의 정신에 과히 부끄럼 없이 달려 왔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 세상에 남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떠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선시선종’으로 장식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성인은 하늘을 본뜨고 하늘은 도를 본뜨며 도는 자연을 본뜬다.’ 장자의 대종사 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어쩌다가 사람의 모양을 얻게 된 것을 몹시 기뻐한다. 그러나 사람의 모양은 수 없이 변해서 끝이 없는 것이니, 그때그때의 기쁨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성인은 아무것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곳에서 노닐며 모든 것을 그대로 둔다. 그는 일찍 죽는 것도 오래 사는 것도 좋다고 하고, 태어나는 것도 죽는 것도 좋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런 성인을 존경하는데, 더구나 만물이 다 그에게 매이고 큰 조화가 다 그를 기다리는 사람을 어찌 본받으려 하지 않겠는가!」

「特犯人之形 而猶喜之 若人之形者 萬化而未始有極也 其爲樂可勝計邪! 故聖人將遊於物之所 不得遯而皆存 善夭善老 善始善終 人猶效之 又況萬物之所係 而一化之所待乎!」

우리들이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일을 진행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시작한 일도 중도에 수많은 걸림돌을 만나 목적한 결실을 보지 못하기 십상이죠.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많은 문제를 안고 시작한 일들이 대부분 결실을 맺기는커녕 닥쳐오는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찹니다. 이러한 관점은 시작과 끝이 없는 우리의 삶 자체에도 그대로 적용되죠.

그러나 우리 삶의 모습이 이런 비관론으로 뒤덮인다고 해서 삶의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 삶 중에 성공률이 열중에서 한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다행인 가요! 우리 삶의 대부분이 늘 이러한 십중팔구 실패의 반복입니다. 그래서 성공하는 ‘한둘’의 가치보다 실패하는 팔구가 있어 살아갈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닌지요? 

우리에겐 당장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당장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우리는 너무 쉽게 절망하죠. 그것은 지금 당장 이루어 낼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당장 할 수 없는 일 중 대부분의 일들이 시일을 두고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 나간다면 거의 할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닐까요?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할 수 없다는 절망은 바로 우리 마음의 성급함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금 할 수 없는 것을 당장 하려하는 성급함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게으름이 있습니다. 결국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다고 믿는 부정적 사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목표와 계획조차 세워보지 못합니다. 그 소극적 태도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기는 것들 때문에 일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한 것들이 현재의 안일함 속에서 스스로 할 수 없음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누군가가 ‘일이 즐거우면 세상은 낙원이요, 일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은 축복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이죠. 일하는 자에게는 힘이 있으며 게으른 자에게는 힘이 없습니다. 세상을 지배하는 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니까요. 

사람이 무슨 일을 시작하여 한 가지도 그르침이 없을 때에는 그 일을 잘 해보려는 정성이 계속되지요. 그러나 중간에 한두 번 실수를 하고 보면 그만 본래 마음을 다 풀어버리고 되는대로 하는 수가 허다합니다. 철저한 생각과 큰 경륜(經綸)을 가진 사람은 무슨 일을 하다가 어떠한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을 교훈삼아 미래를 더욱 개척할지언정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계사년은 흘러간 과거입니다. 밝아오는 새 해에는 가장 의미(意味) 있는 일을 찾아 계획을 세우시죠. 그렇게 ‘선시(善始)’를 하는 것입니다. 그럼 내년 세모(歲暮)에는 모두 ‘선종(善終)’을 거둘 수 있겠죠. 선시선종! 갑오년 새 해 더욱 복 많이 지으시고, 여러분의 가정 가정과 하시는 일일마다 건강과 화평이 함께 하시기를 진리 전에 축원 올리네요! duksan4037@daum.net

*필자/김덕권. 시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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