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한때 정치-사회권에 회자됐던 “잃어버린 10년”이란 유행어를 창안(創案)한 당사자이다. 원래 이 “잃어버린 10년”이란 글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간에 걸쳐 경상도 사람들의 권력 금단현상을 설명하면서 붙인 제목이었다. 김대중-노무현 집권 10년간, 경상도 사람들의 소외감은 대단했었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들이 줄곧 우리나라 권력을 지배해 왔었다. 이 기간에 경상도 사람들은 어깨를 펴고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진보정권 하에선 경상도 출신들이 대체로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런데 2007년 12월 대선 당시, 한나라당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대북 펴주기 정권'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때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이슈화 함으로써, 필자가 원래 사용했던 의미와 전혀 다른 개념으로 바뀌었다. 필자의 글로 봐선 본말이 전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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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잃어버린 10년”에 버금가는 말이 탄생(?)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OK TIMES(http://www.oktimes.co.kr) 10월호에 쓴 “말아먹은 7년, 잃어버린 주권”이라는 글에서 “말아먹은...”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집권행태를 평하는 글이니만큼 현 정권이 정치를 잘못하면 집권이 끝나는 시점에선 “말아먹은 10년”이라고 써야할 입장이리라.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이명박 정부가 가장 강조했던 표현이 ‘잃어버린 10년’이었으며, 이는 선거 과정부터 집권 이후까지 정치적 효과를 톡톡히 봤던 말이었다. 그런데 연속적인 보수정부가 7년을 향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3년이 남았기는 하지만 ‘말아먹은’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제하고 “불안한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다는 저잣거리의 지혜가 떠올라 기어코 10년을 완성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이 글에서 “잃어버리는 행위와 말아먹는 행위는 엄연히 의미가 다르다. 백번 양보해서 이명박 정부의 수사가 맞다 해도 잃어버리는 행위는 말아먹는 행위보다는 의도성과 책임의 측면에서 참작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말아먹는다는 것은 송두리째 망친다는 의미인데, 훨씬 더 적극적인 의도성과 함께 심대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하게 10년간 권력을 잃은 보수기득권 세력은 권력복귀에는 성공했지만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전제는 물론이고, 대내외적으로 실정을 거듭해왔다. 이를 인지한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의 실정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공약에 모두 담았다”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마치 공약 파기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복지, 경제민주화, 개헌 약속까지 차례로 파기했다. 잘한다고 자평하는 외교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 선핵폐기론의 대북강경책을 전환해 보다 유연한 접근을 약속했지만 공수표임이 드러나고 있다. 신뢰 프로세스에 프로세스가 없고, 균형외교에는 균형이 없고, 외교에는 외교부가 없고, 대북정책에는 통일부가 없다. 물론 북한의 핵개발과 도발이 시발점이지만 남한 역시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가 그런 제목을 붙인 이유는 “남북한 간 평화체제 건설” 쪽에 무게를 둔듯하다.
그는 “드디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까지 재연기함으로써 공약 파기의 정점을 찍었다. '전환 의지가 확고하니 믿어달라'는 국방부와 '공약 이행보다 국가 안위가 중요하다'는 청와대의 변명은 너무도 궁색하다. 안보 포퓰리즘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냉전적 사고에 함몰된 안보장사꾼이 주도하는 정부의 정책으로 평화담론은 자취를 감췄고, 통일론은 특정 목적을 위해 제한적이고 독점적으로만 사용된다. 국가적 비전을 위한 노력은 없어진 지 오래며, 사적 권력과 지위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피력하면서 “전작권 환수 재연기의 함의를 한마디로 안보에 전부를 걸고,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한반도를 맡기고, 이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이 되게 만든 행위였다.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는 최소한의 목표일 뿐 한반도의 바람직한 미래는 될 수 없다. 우리의 목표는 분단의 대결구조를 방치 또는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건설하는 것에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은 3년마저 말아먹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불안한 예감은 빗나간 적이 없다는 말이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고, 전작권 환수 재연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의 “말아먹은 7년”론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유일하게 10년간 권력을 잃은 보수기득권 세력은 권력복귀에는 성공했지만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전제는 물론이고, 대내외적으로 실정을 거듭해왔다”고 따지고 “이를 인지한 박근혜 정부는 '전임 정부의 실정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공약에 모두 담았다'고 설명하면서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마치 공약 파기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복지, 경제민주화, 개헌 약속까지 차례로 파기했다. 잘한다고 자평하는 외교도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 선핵폐기론의 대북강경책을 전환해 보다 유연한 접근을 약속했지만 공수표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가 처음 쓴 “잃어버린 10년”은 그때 썼던 의도가 뒤바뀌긴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김준형 한동대 교수가 쓴 “말아먹은 10년”이란 말이 새롭게 유행할 수 있는 시점에 도달한 듯 하다. “잃어버린 10년”이든 “말아먹은 10년”이든, 표현 상 위정자들이 정치를 잘못했다는 것을 함의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은 지금부터 남은 3년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말아먹었다”는 말을 듣지 않기를 바란다. moonilsuk@naver.com
*필자/문일석. 시인. 본지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