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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4월 3일자로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가 매우 괴이하게 분석되고 있다. 국민모임 정동영 전 장관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있는 야권 표심을 새정련 후보에게로 일정 부분 분산될 수 있도록 유인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읽히고 있어서다. 이는 야권 표의 적정한 분산을 통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을 도우려는 얄팍한 술수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사정은 이렇다. 정동영 전 장관의 ‘서울 관악을’ 출마 자체가 거의 거론되지 않던 시점인 지난 3월 15일~16일 시민일보의뢰로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는 새누리당 오신환 33.5%, 국민모임 정동영 18.2%, 새정련 정태호 31.2%, 정의당 이동영 3.0%, 무소속 이상규 3.8%, 무응답 10.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ARS 조사 성∙연령∙지역별 할당 유선 임의걸기(RDD) 방식을 통해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다.
그런 이후 정동영 전 장관의 ‘서울 관악을’ 출마 여부가 각종 언론을 비롯한 정치권 안팎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지난 3월 21~22일 사이에 집계된 여론조사 수치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된다. 휴먼 리서치가 서울시 관악구(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702명을 대상으로 ARS조사 성,연령,지역별 할당 유선 RDD 방식을 통해 집계한 가상 다자대결 결과, 새누리당 오신환 34.0%, 국민모임 정동영 21.3%, 새정련 정태호 19.0%, 정의당 이동영 10.7%, 무소속 이상규 8.3%, 무응답 6.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
불과 1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전 장관의 지지율이 여러 야권 후보 가운데 1위로 치고 올라선 점이 확연히 눈에 띈다. 그것도 아직 출마 발표가 있기도 전에 나타난 현상이니 그 파괴력을 능히 가늠하게 된다. 이는 ‘서울 관악을‘ 지역민 사이에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야권 표심이 그에게로 쏠림현상을 낳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사실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의 지지율은 별반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대폭 상승하고 있다. 한편 새정련 정태호 후보는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음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호남 출신 유권자가 40% 가량 거주하고 있고 또 개혁 성향을 띄는 지역임을 감안하면, 정동영 전 장관의 우세가 점쳐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게 관측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3일 보도된 중앙일보의 여론조사 수치는 실로 민망스런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다. 중앙일보 조사팀은 3월 31일부터 4월1일까지 관악을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 성·연령·지역 기준할당 추출법에 의한 유선 전화(RDD)방식을 통해 조사했다. 가상 다자대결 결과,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34.3%, 새정련 정태호 후보 15.9%,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 13.3%, 무소속 이상규 후보 2.0%, 정의당 이동영 1.8%, 노동당 나경채 1.2%, 무소속 홍정식 1.1%, 무소속 변희재 0.7%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
여기서 집계된 야권 후보의 표를 모두 합해도 31.2% 밖에 되지 않는다. 리얼미터와 휴먼 리서치가 조사한 야권 합산 표 56.2%와 59.3%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은 수치다.
실제 ‘서울 관악을’ 선거구는 지난 1987년 소선구제 이후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부터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까지 야권 진영의 대표성 있는 후보에게 표가 결집된 지역이다. 이는 2012년 치러진 19대 총선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당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온 진보당 이상규 후보가 38,24%,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온 김희철 후보가 28.47%였다. 이들 야권 표를 모두 합하면 무려 66.71%에 달한다. 반면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는 33.28%에 그쳤다.
그런데 중앙일보 보도는 야권 표를 모두 합해도 31.2%밖에 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를 내놓고 있다. 도대체 이를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 언론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고 ‘관악을’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여긴다면 큰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재벌 언론사인 중앙일보의 신뢰도만 더욱 추락하게 되는 꼴이다. 이는 ‘관악을’ 유권자를 우습게 여기는 보도 행태임도 유념할 수 있어야 한다.
* 필자/정성태(시인. 칼럼니스트) : 1963년 전남 무안 출생. 1991년 시 '상실과 반전' 등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작가회의 회원,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 외. 정치칼럼집 "창녀정치 봇짐정치" 등이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