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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앞두고 지역구 예산 챙기려는 의원들 경쟁 치열 정부 예산안 포함된 항목 살아남을 가능성 높아 조기 ‘작업’ 지역예산 목숨 건 의원, 중앙에선 비난받지만 지역에선 인정
2016년 예산 전쟁의 막이 올랐다. 내년 4월 치러질 20대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내년도 예산 확보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보통 주말과 휴일에 지역구를 방문하던 의원들이 이제는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지역행 열차를 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현안을 논의해 내년도 예산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지난 6월5일 마감된 각 부처별 예산 요구안 집계가 마무리되고 기획재정부가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지역구 예산을 미리 확보하려는 국회의원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어 현직 국회의원과 총선 출마 희망자들의 예산을 따내기 위한 경쟁이 예년에 비해 훨씬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 ▲ 새누리당으로 호남에서 선출된 이정현(왼쪽) 의원과 김관영(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올 상반기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예산현안을 논의하는 등 지역예산 따내기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 사건의내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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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들이나 힘있는 정치인들 중심으로 정부 예산안에 신경을 썼지만 요즘은 초·재선 의원도 적극적이다.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을 추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은 375조4000원에 달했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늘어난 예산은 1%도 되지 않는 3조원 정도였다. 그나마 정부안에서 감액된 3조6000억원 안에서 증액이 이뤄졌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으로 예산 협상의 무게 중심은 정부로 더 기울었다는게 중론이다. 12월2일 전까지 예산안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정부안이 그대로 본회의에 부의된다. 기재부를 설득하기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 예산전쟁 후끈후끈 백태 부처예산안에서 잘리면 국회에서 아무리 힘을 쓰려고 해도 중간에 끼어들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부처예산안 편성단계부터 국회의원들의 압력과 회유가 들어오고 꼭 넣어야 할 부처예산은 각 부처에서 국회의원에게 역으로 부탁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무조건 열심히만 뛴다고 예산을 따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산편성의 길목을 알아야 하고 인맥도 두터워야 한다. 뒤탈이 없도록 하는 ‘힘’도 있어야 한다. 예산편성 과정에선 국회의원들이 ‘갑’이 아니라 ‘을’이다. 장·차관과 같은 고위직뿐 아니라 5급 상당 과장 등 해당부서 실무자도 갑이 된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확보전쟁은 6월이면 4단계 중 1단계가 끝난다. 연말 예산정국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이리 뛰고 저리 뛰어봐야 이미 늦다는 게 국회 불문율이다. 국회의원들이 부처를 상대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은 장관을 설득해 실무자에게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것과, 반대로 처음부터 실무자를 집요하게 설득해 아래에서 위로 결제가 올라가게 하는 것이 있다. 장관을 설득하는 방식은 단기간에 이뤄지지만, 실무자를 설득하는 방식은 연중 장기간 펼쳐진다. 지역에 필요한 예산을 도저히 확보할 수 없을 때는 지역구와 상관없지만 관련 공기업이나 정부부처가 희망하는 예산을 따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신 의원이 필요한 예산에 해당 부처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다.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0년 7월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집무실을 무작정 찾아가 침낭에 몸을 넣고 밤을 지샜다. 지역구의 도로확장 사업이 없던 일이 됐다는 소식 때문이다. 새벽녘 장관실 청소를 위해 무심코 문을 연 여성 미화원이 인기척에 깜짝 놀랐다. 이 의원은 황급히 “놀라지 마세요. 저 국회의원입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윤석 의원은 정종환 장관을 설득, 목표를 이뤘다.
진짜 선수는 1단계에 승부수 국회의원들의 ‘예산전쟁’은 크게 4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연초부터 매년 6월 초까지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이 예산 가편성을 위해 각 부처에서 요구예산안을 접수하는 마감이 6월 초다. 부처별 예산 요구는 원래 6월30일까지였지만 정부안 국회 제출 시점을 당기기 위해 2014년부터 3년간 열흘씩 당기고 있다. 올해는 6월10일까지인데 기재부는 시한보다 닷새 빠른 6월5일 접수를 마감했다. 상당수 국회의원들은 1단계 기간 중 자치단체·정부부처별 예산에 지역구 사업을 끼워 넣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1단계는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막판에 예산을 확보하려 ‘쪽지예산’ ‘카톡(카카오톡) 예산’을 밀어넣는 것보다는 낫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정부의 예산안에 포함된 항목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추가되는 것보다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며 “진짜 ‘선수’들은 1단계에 움직인다”고 말했다.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9월 초까지가 2단계다. 기재부는 취합한 예산요구안을 바탕으로 장기 재정전략에 비춰 가편성안을 검토하고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한다. 1단계에 포함된 예산도 2단계에서 빠지거나 조정될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 3단계는 9월부터 대략 11월 초중반까지다. 각 상임위가 예산안 예비심사,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본심사를 진행한다. 4단계는 예산안 심사가 정점을 찍고 국회통과가 완료되는 11월~12월2일까지다. 이 기간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 주변엔 긴장된 표정의 관계자들이 수십명씩 운집한다. 이 가운데 의원 보좌진도 상당수다. 1년 공들여 확보한 예산이 예결특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 심사 도중 ‘슥슥’ 볼펜줄 몇 번으로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게 이때다. “졸면 죽는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법정시한을 넘기기 일쑤였던 2013년(2014년도 예산안)까지만 해도 4단계는 다음 해 1월1일 첫 일출을 보고서야 끝났다. 국회선진화법 시행 등 국회운영 개선 여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결과 지난해엔 시한 내 예산안을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24시간 신경이 곤두서는 기간이 줄긴 했지만 예산전쟁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국회의원들의 예산확보 전쟁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상반된다. 특정 국회의원이 지역구 예산에 ‘올인’하면 비난받기 일쑤다. 이런 노력은 자칫 부당한 청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의 정서는 다르다. 비난을 받더라도 의원들이 물과 불을 가리지 않고 ‘전쟁’에 뛰어들어야 지역 주민들에게 박수를 받는다는 얘기다. 지역구 정서가 불리하거나 초재선 의원일수록 예산전쟁도 치열하다. 새누리당으로 호남에서 선출된 이정현 의원, 김관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도 올 상반기 세종시를 직접 방문해 예산현안을 논의했다. 서울 양천을의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연말에 언론은 자기 지역예산 타내기에 혈안이 된 국회의원 랭킹을 발표하지 않느냐”며 “랭킹 톱10에 든 국회의원들은 이날 밤 이불 뒤집어쓰고 웃는다”고 말했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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