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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숙 화가에게 거는 기대-(시작이 결론이다-le Commencement est le ConclusIon)

스승 최욱경의 회화세계와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치열한 삶과 열정을 쏟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열어온 홍영숙 아티스트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1/06/28 [06:27]

 

▲ 홍영숙 作, 뒤집어지는 태극 106 x 106cm , oil & tempera on canvas, 2021     ©이일영 칼럼니스트

 

6월 24일부터 7월 14일까지 서울 평창동에 소재한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퀄리아에서 홍영숙 아티스트의 초대전 (변형: 물ㆍ불ㆍ바람의 형상-내면의 소리)이 열리고 있다.

 

존재하는 사물에 대하여 사실적 경험을 통하여 그 형태와 성질을 분별하게 하는 실제적이며 세밀한 구상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관념에서 분리하여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는 현상을 추상으로 정의한다. 이를 회화의 관점에서 관계와 상태의 의미가 더해지는 추상적이라는 사실에 접근하면 구체적의 반대라는 단순한 개념에 국한하지 않고, 더욱더 절제된 사유의 감성을 관통한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이는 홍영숙 작가의 작품에서 감지되는 주요한 작가 의식이다.

 

작가의 작품은 그가 추구하는 점과 선과 면의 변형에서 살펴지듯이 물과 불과 바람과 같은 근원적인 형상이 내면의 소리로 변화된 의식을 담고 있다. 이는 특정한 사물이거나 상징적인 대상의 공통된 속성에서 어떤 물체의 형태가 물리적으로 변형된 개념과는 구분되는 것이다. 

 

필자가 홍영숙 아티스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SNS 페이스북이었다. 작가의 작품을 보아오면서 먼저 재료의 특성이 살펴졌다. 작가는 템페라 재료와 유화 재료를 함께 사용한다. 나아가 톱밥과 같은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작품의 입체적 질감을 추구한다. 

 

보편적으로 유화 재료는 건조하면서 색이 어두워진다. 이와 달리 고전적인 재료 템페라는 반대로 점차 색이 더 밝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를 더욱더 세세하게 헤아리면 원색의 고유한 빛깔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템페라 재료는 빠른 건조의 속성으로 면이 아닌 겹겹의 선을 통하여 빛깔을 쌓아가는 점에서 작가의 유화와 어우러진 작품에 한층 깊은 울림이 존재하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에 담긴 정제된 빛깔의 울림에서 필자는 생명이라는 신성한 숨결을 헤아렸다. 이는 표면적으로 쉽게 관찰될 수 없는 추상회화의 관점에서 보면 작가의 치열한 의식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미술 양식의 구분에서 비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대한 흐름으로 등장하는 문명에 의한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헤아린 모더니즘이거나 내면의 감정을 중시한 표현주의적 의식까지 아우른 승화된 의식이 고스란히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 홍영숙 作, 다시 부르는 노래, 265 x 160, Oil & Tempera, 2021  © 이일영 칼럼니스트


홍영숙 작가의 작품의 헤아림은 쉽지 않다. 이는 단순하게 추상이라는 회화적 관점이 아닌 작가의 내면을 관통한 이야기의 해체가 쉽지 않음을 뜻한다. 이에 작가 스스로 규정한 (내면의 소리)라는 부제를 주시하게 한다. 빛깔과 형태로 드러난 작품을 내면의 소리로 인식하게 하는 사유가 바로 단순한 시각적 관조가 아닌 빛깔과 소리의 승화된 의식에서 복합적 소통을 추구하였음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헤아림에서 홍영숙 작가의 정신세계가 이루어진 삶의 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덕성여대 재학 중에 스승이었던 최욱경(1940-1985) 교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맞았다. 작가는 당시 많은 방황이 있었음을 여러 기록을 통하여 토로하였다. 다음 해 1986년 미국에 유학하였다. 여기서 살펴지는 내용은 작가의 젊은(어린) 나이에 스승 최욱경의 존재는 단순하게 사제 간이라는 상징적 관계가 아닌 정신세계의 절대적 존재였음을 의미한다.    

 

이는 작가가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컴퓨터그래픽과 ​미디어 상호 작용의 구조적 실체를 의미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 전공 석사과정을 공부하면서 뉴욕시립대학 브루클린컬러지에서 페인팅을 함께 공부한 사실에서 깊게 살펴지는 내용이다. 

 

바로 작가의 스승인 최욱경은 한국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대학원 재학 중에 1963년 미국에 유학하여 미시간주에 소재한 크랜부룩 미술 아카데미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조각과 도자기를 부전공으로 공부하였다. 이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미술관 미술학교와 메인주에 소재한 스코히건 미술학교 등에서 공부하였다. (참고로 미시간주에 소재한 크랜부룩 미술 아카데미는 미술 전문 어린이집에서부터 미술대학원까지 구성된 오랜 전통의 사립 기숙학교이다)

 

여기서 주지할 사실은 이렇듯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승 최욱경의 분신이 되어 삶의 여정을 고스란히 쫓아간 아티스트 홍영숙의 작품세계는 스승의 정신적인 그림자가 겹겹으로 드리워져 있으면서도 작가 자신의 특성적인 회화의 영역을 일구어 온 사실이다.       

 

스승 최욱경은 미국에서 유학하던 때에 당대의 추상표현주의 대가들의 작품 연구에 주력하였다. 특히 네덜란드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화가 윌렘 드 쿠닝의 즉흥과 유연한 긴장감이 어우러진 인체 드로잉을 깊숙하게 탐닉하였다. 이러한 바탕에서 귀국 후 우리의 자연에 담긴 빛깔을 사유의 심연에서 건져 올려 색채 추상화의 선구적인 지평을 열었다. 

 

홍영숙 아티스트 또한, 드 쿠닝에 깊은 헤아림을 가진 작가이다. 이는 드 쿠닝의 초기 추상화에서부터 구상과 추상 그리고 드로잉과 색과 선에 이르는 모든 회화 양식이 종합된 후기 작품에 이르기까지 깊은 소통과 인식이 존재하였음을 말한다. 

 

더욱 스쳐 가는 대목이 있다. 고 최욱경 작가가 미국에서 귀국하여 다시 미국으로 떠나기 전 해였던 1973년 미도파 화랑에서 열었던 온갖 재료로 가정된 경계를 넘나들었던 전시 (재료의 실험전)이다. 바로 서양회화의 선구적 재료인 템페라와 주역인 유화를 함께 사용하는 홍영숙 작가의 내밀한 의식을 헤아리게 하는 대목이다. 

 

고 최욱경 작가는 서예와 민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것에 대한 깊은 인식과 연구로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문 색채 추상화의 지평을 열었다. 지난 5월 5일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았던 퐁피두센터 수석 큐레이터 크리스틴 마셀이 모든 열정을 쏟아 기획한 전시가 개막되었다. 

 

세계의 대표적인 추상주의 여성 작가 106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Women in Abstraction) 전시이다. 우리 미술사를 관통한 작가 최욱경(1940-1985)의 주요 작품 3점이 전시되었다. 이 전시는 퐁피두 전시 이후 오는 10월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 전시로 이어진다. 

 

▲ 홍영숙 作, (不許看畫) 赶出鼠公 (그림 구경을 허락하지 않고) 쥐를 쫓아내다. 97x97cm, oil& Tempera, 2020  © 이일영 칼럼니스트


스승 최욱경의 회화세계와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그 누구보다 치열한 삶과 열정을 쏟아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열어온 홍영숙 아티스트의 초대전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전시를 시작으로 향후 시대의 어둠에 일그러진 세상을 품는 치유와 정화의 메시지가 녹아내리는 작품이 분명하게 기대되는 까닭이다. 고 최욱경 화가의 프랑스어 작품 명제가 생각난다. (시작이 결론이다-le Commencement est le Conclusion) artwww@naver.com

 

이일영(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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