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회장 김승현)이 비장한 태세를 다지고 있다.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맞아 임원 급여와 성과급을 자진 반납하고 사업/조직의 구조조정 및 예산감축을 시행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great challenge 2011'을 내세워 내부 혁신 운동을 주창했으며, 스스로 한화석유화학 대표이사에 취임하여 다시금 일선에 나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경제 불황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하여 산업은행에 몰취된 이행보증금 3150억원도 한화에는 뼈아픈 타격이다. 다행히 태평양 건너에서 희소식이 들려왔다. wbc에서 김인식 감독 이하 한국대표팀이 이룩한 위대한 성과는 한화그룹에도 큰 보탬이 되었다는 평가이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새로운 각오로, 백지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대체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난달 사업 구상차 일본 출장을 다녀온 직후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주문한 말이다.
한화그룹의 현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위기이다. 안 그래도 전 세계를 덮친 경제 불황의 여파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틀어지면서 산업은행에 이행보증금 3150억원이 몰취되었다. 현금 3150억원이면 어지간한 대기업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막대한 손실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 한화그룹은 주변을 정돈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세부 시행안을 마련하는 등 비상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great challenge 2011’ 프로젝트는 현재의 어려운 경제적 비상시국에 맞서 전사적으로 생존전략을 수립하고,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들보다 앞서는 경쟁력을 구비해 이를 바탕으로 향후 2011년에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환골탈태 하자는 비상경영 계획이다.
한화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김 회장 이하 임직원들 모두가 현 상황을 과거 imf를 능가하는 전대미문의 위기로 파악하고 있다”며 “현 위기에서는 일단 ‘생존’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무사히 살아남은 후 새로운 도약을 노릴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
한화는 우선 2009년 사업 계획부터 매출 및 당기순이익에 초점을 맞췄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향후 경영은 현금흐름 개선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 전 계열사는 각종 통제성 경비를 30~40%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각 사별로 비용 감축과 운전자금 감축, 자산유동화 계획 수립 등을 골자로 사업계획을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환율과 유가 그리고 현금흐름을 고려한 시나리오 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상상황에 대비한 contingency plan(긴급상황 대책)을 마련했다.
복리후생 제도도 일부 축소됐다. 임원 해외출장 시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 이용(6시간 미만 시), 전무급 이상 특화검진을 종합검진으로 대체, 골프 및 회식 자제, 불요불급한 출장 자제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비상상황에 발맞춰 한화그룹 계열사 상무보 이상 전 임원은 솔선수범의 의미로 급여 및 성과급 자진 반납을 결의했다. 이들은 2009년 급여 10%와 성과급 전액을 자진 반납함으로써 고통 분담에 앞장서기로 했다.
아울러 조직, 사업 구조조정 및 인력운영 효율화도 병행 실시할 예정이다. 우선 지원부서 인원 30%를 고객접점 영업현장으로 전진 배치하기로 했으며, 직원들의 연차 사용을 촉진하고, 사업단위별 수익성에 따른 인건비 한도를 책정 운영함으로써 인건비를 절감하기로 했다.
그밖에 비핵심사업 및 한계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사업지원 등 지원부서도 통폐합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18일, 서울시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 28층 대회의실에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및 계열사 대표이사, 경영기획실 임원 등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9년 경영전략회의’가 열렸다.
이 경영전략회의에서는 갑작스러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외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는 등 경영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2009년은 cash flow(현금흐름)에 최대의 주안점을 두고 상황변화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을 시행키로 하였다. 아울러 신성장 동력 발굴 방안과 globalization에 대비한 조직 및 기업문화 혁신 방안 등이 논의되었다.
회의를 주관한 김승연 회장은 “단순히 당면한 위기를 극복한다는 차원을 넘어, 오늘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내일을 연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여 3년 후인 2011년까지는 반드시 한화가 세계적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는 향후 3년 간 기존사업의 성과를 극대화 하고 재무구조를 강화함으로써 그룹의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고 투자재원을 마련하여 이를 기반으로 각종 미래형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여 그룹의 지속발전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4대 혁신과제
이를 위해 한화그룹은 ▲사업구조 혁신 ▲조직구조 혁신 ▲수익구조 혁신 ▲기업문화 혁신의 ‘신성장동력 확보 4대 혁신과제’를 수립하고 본격적인 경영혁신에 나섰다.
지속발전기반 구축을 위한 핵심과제인 사업구조 혁신은 계열사 간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비핵심사업 정리 및 독립사업분리 등 기존사업부문 혁신과 그린에너지 및 자원개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신사업 확보 등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조직구조 혁신은 간접부서 통폐합을 중심으로 하는 조직효율화와 실적에 따른 보상시스템 도입, 글로벌화에 대비한 해외 우수인력채용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인력효율화 두 방향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아울러 수익구조 혁신을 위해 한화는 각 계열사의 비영업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생산 공정 개선 및 극한의 원가절감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고 대한생명 등 비상장 계열사 ipo를 통해 신규 사업의 재원 확보를 꾀하고 있다.
또한 4대 혁신과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기업문화 혁신으로는 최근의 경기침체로 취업시장이 축소되어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됨에 따라, 수익성 개선을 통해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 일자리를 최대한 유지하는 동시에 신성장 부문 투자를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서기로 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하였다. 동시에 그룹의 globalization에 대비하여 창업 이후 그룹의 고유문화로 이어져온 그룹의 경영이념인 ‘신용과 의리’를 국제적 경영트렌드와 융합하여 글로벌시대에 맞게 확대 발전시켜나갈 예정이다.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금춘수 사장은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내외 경기침체로 인해 불가피하게 기존의 중장기 전략에 수정이 있었지만, 오히려 이번 경제위기를 그룹의 사업구조 혁신을 위한 터닝 포인트로 삼아 향후 3년간 ‘신성장 동략 확보 4대 혁신과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함으로써 수익성, 발전성 등 모든 부문에서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기업 혁신과 경영 능력 향상을 위해 김승연 그룹 회장이 직접 일선에 나섰다. 한화석유화학은 지난 20일 주총에서 김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한화석유화학은 김 회장과 홍기준 사장의 2인 대표 체제가 되었다. 김 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한화석유화학의 대표를 맡은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7년 만이다.
김 회장은 당시 막 인수된 대한생명의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면서 금융사 대표는 다른 업종의 대표를 겸직할 수 없다는 금융업법 조항에 따라 한화석유화학 대표에서 물러났었다.
한화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한화석유화학은 그룹의 주력계열사로 특히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을 다루는 회사“라며 ”김 회장 스스로 일선에 서서 신성장동력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번에 대표를 맡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에는 다행스럽게도 'great challenge 2011'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리자마자 태평양 건너에서 낭보가 날아 들어왔다. wbc(world baseball classic)에서 한국대표팀이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올렸는데 여기에 한화그룹이 생각지도 않았던 홍보효과까지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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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홍보 효과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한화그룹 소속 야구단 한화 이글스의 감독이자 이번 국가대표팀을 맡은 김인식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1회 wbc에서도 감독을 맡아 4강에 올려놓았는데 이번에는 준우승까지 해냄으로써 그 뛰어난 지도력을 또 한 번 검증했다.
특히 이번 국가대표팀 감독 선인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때문에 김 감독의 업적은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본래 지난 05년, 한화 이글스에서 김인식 감독을 선임할 때부터 김 감독이 추구하는 ‘믿음의 야구’가 한화그룹의 경영이념인 ‘신용과 의리’와 통하는 면이 있는 것을 높이 평가했었는데 이번 케이스도 바로 그 ‘의리’가 작용한 경우였다.
흔히 국가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로 불린다. 잘하면 높은 명예를 얻지만, 못하면 욕만 먹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프 시즌 기간에 국가대표팀에 열중하다 보면, 아무래도 자신의 팀에 소홀해지기 마련이라 팀 성적도 나빠지고, 감독 자신의 커리어에도 흠집이 가게 된다.
과거 ‘도하 참패’ 이후 국내 프로야구 8개 구단 감독들은 서로 눈치만 보면서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미루기 일쑤였다. 이번에도 지난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두산 베어스의 김경문 감독을 추대하려다 본인이 고사하자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을 추대했다. 그러나 이 역시 건강을 이유로 김성근 감독이 고사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결국 김인식 감독이 맡게 된 것이었다.
김 감독은 “나라가 있어야 야구도 있지 않겠느냐”며 차마 의리를 저버리지 못해서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수락했는데, 몇 년 전 뇌졸중 발작을 겪어 아직도 신체 일부분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나선 점이 많은 칭송을 받았다.
김 감독뿐 아니라 국가대표 4번 타자로 타점 1위를 차지한 김태균 선수도, 결승전 9회말에 극적인 동점타를 날린 이범호 선수도, 좌완불펜으로 소금 같은 역할을 한 류현진 선수도 모두 한화이글스 소속이다.
한화그룹에게 더욱 고무적인 부분은 김 감독이 준결승이 벌어지기 전에 언급한 ‘위대한 도전’이다. 김 감독은 라인업에 메이저리거들이 즐비한 베네주엘라와의 일전을 앞두고 ‘위대한 도전’을 말하면서 비장한 각오를 다졌으며, 10:2의 대승을 거둬 우리나라 야구의 위상을 마음껏 뽐냈다. 또한 결승전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비록 지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선전을 벌였다.
그 덕에 ‘위대한 도전’이란 표어는 온 나라를 뒤덮는 최고의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것이 한화그룹의 올해 슬로건인 ‘great challenge 2011’과 연결되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한화그룹 홍보팀 관계자는 “아마 김인식 감독님께서 중요한 순간에 나름의 각오를 다지면서 ‘위대한 도전’을 언급한 듯 한데 우리로서는 당연히 잘된 일이다. 이제 ‘위대한 도전’을 모르면 간첩 아니냐”면서 흡족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지난 24일에는 mbc에서 wbc 특집 다큐 ‘위대한 도전’을 방영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입이 귀까지 걸렸다.
한편 지난 25일부터 장교동 한화빌딩과 여의도 한화증권빌딩, 시청 앞 한화손해보험 빌딩 외벽에는 김 감독의 사진과 함께 `자랑스럽습니다. 위대한 도전, great challenge'라는 문구가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려 축제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화 경영기획실 장일형 부사장은 "지난 1회 wbc 때에도 김인식 감독님 이하 한화이글스 소속의 대표팀 선수들을 위한 환영 만찬을 베풀었었다“며 ”김 감독과 선수들을 초청해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을 김승연 회장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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