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일가왕전의 과제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4/04/05 [18:04]

▲ 한일가왕전 일본대표 톱7 우타고코로 리에  /  자료 출처: MBN  © 이일영 칼럼니스트

 

MBN 한일가왕전이 2일 첫 방영에서 전국 시청률 11.9%를 기록하며 역대 첫 방송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일 대중가요사에서 한국과 일본 가수 14명이 함께 공연하는 여태껏 보지 못한 최초의 프로그램에 대한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것이다.       

 

한일가왕전 첫 방송은 본 경연에 앞서 상대 팀 전력을 살피는 자체 탐색전으로 역사적인 문을 열었다. 한국 대표 톱7 중 마이진(진성-안동역에서), 마리아(배호-누가 울어), 김다현(홍진영-따르릉), 전유진(패티김-사랑은 생명의 꽃)이 노래하였다. 

 

일본 대표는 스미다 아이코(야마구치 모모에-사랑이 물든 다리(愛染橋), 카노우 미유-(Judy And Mary-Over Drive), 아즈마 아키-류 테츠야-오쿠히다 모정(奧飛驛 慕情), 후쿠다 미라이-마츠자키 시게루-나의 노래(My love song), 우타고코로 리에(류-처음부터 지금까지(最初から今まで)를 노래하였다. 

 

한국 대표 가수들은 모두가 트롯 장르의 노래를 불렀으며 일본 대표 가수 중에서는 아즈마 아키가 유일하게 정통 엔카를 노래하였다. 소녀는 노래에 앞서 (일본 대표 중에서 엔카가 특기인 건 저뿐입니다-日本代表の中でエンカが特技なのは私だけで)라고 인사하였다. 

 

짚고 갈 대목이 있다. 한일가왕전 한국 대표를 선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현역가왕은 본디 트롯 장르의 대표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으로 출발하였다. 이에 발라드의 여왕 린이 트롯을 부른다는 사실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일본 대표를 선발한 오디션 “트롯걸스재팬”은 명칭에서부터 트롯 오디션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현역가왕을 진행하면서 향후 한일 트롯가왕전이 열린다는 홍보가 계속되었다. 마침내 2월 13일 현역가왕 톱7이 선발된 후 2월 23일 일본 트롯걸스재팬도 일본 대표 톱7을 선발하였다. 이후 2월 26일 한국 대표 톱7의 한일 트롯 가왕전 출전 각오와 소감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도 열렸다. 당시 이에 대한 많은 보도가 있었다. 

 

▲ 한일가왕전(韓日歌王戰) / 자료출처: MBN  © 이일영 칼럼니스트

 

이와 같은 한일 트롯 가왕전이 어떤 해명과 공지도 없이 갑자기 “한일가왕전”으로 바뀌었다. 이는 주제에 따라 글의 수준을 겨루는 글짓기 대회인 백일장에서 시조백일장을 공지하였다가 말없이 일반 백일장으로 바뀐 것과 같은 중요한 내용이었지만, 이러한 사실을 살핀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이를 정리하면 첫 방영 일본 대표들의 노래에서 살펴지듯 일본 오디션 “트롯걸스재팬”이 다양한 대중가요로 톱7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을 짐작하게 한다. 

 

이는 일본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예견된 내용이었다. 한국에서의 트롯 인기와 열풍에 반하여 트롯과 맞닿은 일본의 엔카(演歌)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너무나 저조한 현실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일본 음반 산업협회 조사에서 분명하게 살펴진다. 내용을 보면 60대-18.3%, 50대-19.4%, 40대-21.3%, 30대-16.4%, 20대-14.2%, 10대- 10.5%가 엔카 또는 가요를 즐겨 듣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듯 일본의 10대 20대 젊은이들은 대표적인 히트곡과 유명 가수를 제외하고는 엔카 가수 존재조차 모르는 상황이 현실이다. 

 

나아가 다음 내용은 더욱더 극명한 현실을 확인하게 한다. 우리나라 주요 포털에서 한일가왕전을 검색하면 1천여 개의 뉴스 보도가 쉽게 검색된다. 그러나 일본 주요 언론의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군 이래 가장 화끈한 대결”과 “전무후무한 음악 국가대항전”이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뜨겁지만, 정작 일본 현지에서는 무관심한 외로운 잔치 한일가왕전이다.  

 

온도 차가 큰 일본 열도에 우리 트롯의 열기를 옮겨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이에 우리만의 외로운 박수가 아닌 일본의 공감과 동행은 너무나 중요하다. 어렵게 열린 역사적인 소중함에서 교류와 화합을 통한 신명과 공감을 펼쳐야 할 막중한 소명을 깊게 새겨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경이 없는 문화인 대중가요 공연을 축구와 야구 경기와 같은 한일 대결이라는 국민적 감정을 연관시키는 자극적인 홍보와 경연 방식을 경계한다. 

 

한일가왕전은 이미 녹화가 종료되었으며 향후 3차전 경연을 펼치는 것으로 예고되었다. 몇 차례 방송 후 어떤 내용이든 최종 결과를 만나게 된다. 향후 진행을 지켜보아야겠지만, 외로운 잔치의 소중함을 매만지며 최종 결과를 발표할 때 두 나라 국민에게 깊은 울림의 메시지를 전하는 사회자 음성을 상상해 본다.   

  

(국경이 없는 문화의 숨결인 한일가왕전 두 나라 대표 가수 노래에 대한 최종 평가와 결과는 공연을 지켜본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품은 평가와 결과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였습니다)

 

음악이 품은 정신은 대결이 아닌 국경이 없는 가장 아름다운 마음이기 때문이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