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2024 세실풍류: 근 현대춤 백년의 여정-(조선의 마음에서 태어난 춤)

이일영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4/04/13 [12:59]

▲ (좌) 김선정 무용가-배구자의 신민요춤 / (우) 노해진 무용가-배구자의 타령춤 / 사진 제공: 국립정동극장(옥상훈 사진작가)   © 이일영 칼럼니스트

 

격동의 세월을 관통하며 우리 땅에 선 몸짓을 거머쥐고 우리의 춤판을 이끌어 온 근대의 신 무용에서부터 동시대 현대춤까지 한국 춤의 역사가 품은 정수의 몸짓이 펼쳐지고 있다. 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 정성숙)의 지난해 2023년 전통 국가무형문화재와 시도무형문화재 보유자 춤을 집대성한 ‘2023 세실풍류'에 이은 2024 세실풍류의 “법고창신, 근 현대춤 백년의 여정”이다. 

 

지난 4월 4일(목)부터 4월 30일까지 한국 창작 춤이라는 뿌리의 나무에서 자란 시대별 총 50개 작품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8회차 공연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4월 4일 첫 공연은 1920년대 이후 신 무용 등장을 알린 “조선의 마음에서 태어난 춤”이었다. 민족의 애환이 굽이친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을 통하여 서양 문화와 서구의 무용이 전해진 역사에서 선구의 신 무용 삼인방으로 평가받는 배구자(1905~2003), 최승희(1911~1967), 조택원(1907~1976) 무용가의 작품 공연이었다.     

 

공연에 앞서 작곡가이며 아코디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미미가 시대의 감성을 소환하는 노래들을 연주하였다. 1926년 우리나라 최초의 가요를 남긴 비련의 가수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와 민족의 애환이 깃든 홍난파 작곡의 가곡 봉선화에 이어 전설의 무용가 최승희가 1936년에 취입한 탱고 리듬의 노래 이태리의 정원을 연주하였다.     

 

해박한 식견을 바탕으로 공연 주요 내용을 깊숙하게 짚어주는 윤중강 국악 평론가의 해설과 함께 막이 오른 첫 공연은 1928년 신민요 아리랑에 맞추어 민족의 정신을 품은 우리의 춤 아리랑을 창작하여 신민요춤을 세상에 알린 한국 근대무용의 선구자인 배구자(1905~2003)의 신민요춤과 타령춤이었다. 

 

배구자의 신민요춤은 단국대 무용과 김선정 교수가 재현하였다. 국가무형유산 태평무 이수자와 서울시 무형유산 살풀이춤 이수자이며 무용역사기록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무용가는 ‘근대의 춤유산-신민요춤의 재발견’ 재현공연에서 안무자로 참여한 연구를 바탕으로 신민요춤 ‘에여라 노아라’를 선보인 것이다. 

 

한국춤문화자료원 최해리 이사장이 제공한 자료 영상화면으로 배구자 무용가 생전의 춤사위 장면들이 펼쳐지면서 김선정 무용가는 한복에 앞치마를 두른 일상에서의 신명을 앞세워 역사를 일깨운 신민요춤에 담긴 정신을 소중하게 재현하였다. 

 

이어진 무대 배구자 무용가의 신무용 타령춤은 국수호 디딤무용단 상임 안무자 노해진 무용가 공연이었다. 2023년 국립정동극장 기획 공연 ‘한여름 밤의 춤’에서 국수호 명인이 안무한 배구자 타령춤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구적인 감성의 호흡을 고스란히 재현한 춤을 선보였다.

 

▲ 안나경 무용가-최승희의 초립동과 최승희(안무 김백봉)의 검무(劍舞)-격(格) 사진 제공: 국립정동극장(옥상훈 사진작가)  © 이일영 칼럼니스트

 

다음 무대는 전설의 무용가 최승희(1911~1967) 춤이었다. 신 무용의 창시자인 최승희는 질곡의 시대 상황에서 최초의 한류스타로 세계에 우리 춤의 아름다움을 알린 무용가였다. 작품 초립동과 검무는 1939년 1월 파리 살 플레옐 극장 공연과 6월 프랑스 샤요궁전에서의 최승희 공연에서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던 작품이다. 

 

센강(Seine) 북쪽 강변에 자리한 샤요궁은 에펠탑 뷰가 가장 환상적인 곳으로 1937년 파리 세계 예술 & 기술박람회 장소로 건축된 공간이었다. 당시 사요궁 공연에 프랑스 국민시인 장 콕토와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가 관람하였다. 오랜 역사를 품은 나이 어린 새신랑의 장가가는 풍습에 담긴 마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초립동은 당시 공연에 썼던 관모 초립(草笠)이 파리에 유행하는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 작품은 최승희의 원작을 바탕으로 1995년 제자 김백봉(1927~2023)이 새롭게 안무한 작품이다. 김백봉춤보전회 회장과 김백봉춤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우리춤협회 부이사장인 안나경 무용가에 의하여 재현되었다. 

 

최승희 김백봉으로 이어지는 우리의 춤 맥락에서 최승희 무용의 보전과 현대적 계승이라는 승화된 숨결을 품어온 김백봉 무용가의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난 추모의 정신까지 품은 까닭으로 안나경 춤꾼의 맺고 풀어 어르는 춤사위 손끝 마디에서 잔걸음에 이르기까지 절절한 감성이 돋보였다.

 

안나경 춤꾼의 연속된 공연 작품 검무(劍舞)는 1934년 창작된 최승희의 대표 작품 중 하나로 1995년 제자 김백봉이 격(格)이라는 부제를 달아 안무 발표한 작품이었다. 이는 오랜 역사를 품은 검무가 본래의 깊은 정신을 비켜선 채 검의 움직임에 주력하는 춤으로 변모한 문제를 중시하여 무사도와 검술의 심중한 정신을 중시한 동작으로 창작한 작품이었다. 

 

제자 김백봉은 이러한 바탕에서 무예를 닦는 무인의 기백에 깃든 기운과 정신을 격(格)의 경지로 표현하여 더욱 승화된 경지로 끌어올렸다. 안나경 춤꾼은 이와 같은 흐름에 담긴 정신과 격조가 녹아내린 춤을 선보였다.    

 

▲ (좌) 2024 세실풍류 포스터 / (우) 최신아 무용가-최승희의 쟁강춤 사진 제공: 국립정동극장(옥상훈 사진작가)   © 이일영 칼럼니스트

 

이어진 공연은 최승희 무용가의 쟁강춤이었다. 굴절된 민족 분단 역사를 관통한 대표적 예술가인 최승희 무용가의 북한 활동에서 창작한 쟁강춤은 손목의 쇠 팔찌가 부딪쳐 울릴 때 나는 쟁강 소리에서 유래된 군무로 무희춤 바탕에서 탄생하였다. 최신아예술단과 무용연구소를 이끌고 있으며 동북아경제협력위원회 무용단장을 맡고 있는 북한 출신 최신아 춤꾼의 공연이었다.   

 

청진예술전문학교에서 공부한 최신아 춤꾼은 최승희 무용가 제자인 김응범 선생으로부터 쟁강춤을 배웠다. 군무 쟁강춤을 현대적 미감에 맞게 재형상화한 독무였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굽혔다가 다시 편 상태로 돌아오는 굴신 주기의 균형미가 돋보인 춤은 주요한 동작에서 나오는 쟁강 소리에 흥취와 신명의 호흡이 흥건하게 녹아있었다. 

 

마지막 공연은 최승희와 함께 조선 신무용의 역사를 써 내린 최초의 남성 무용가 조택원(1907~1976)의 춤이었다. 먼저 전통 승무를 현대무용 기법으로 안무한 가사호접(袈娑胡蝶)을 중앙대 무용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국립무용단 단장을 지낸 국수호 명인이 재현하였다. 

 

‘승무의 인상’으로 초연되었다가 향수 시인 정지용의 제안으로 가사호접(袈娑胡蝶)으로 바뀐 제목의 춤은 전통 승무를 바탕으로 불교의 경건한 내면세계를 한층 중시한 춤이다. 속세를 동경한 승려가 새벽녘에 사바세계로 내려가 파계 후 불교를 동경하면서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고뇌하는 내용의 춤이 국수호 명인의 완숙한 기량과 경륜에서 심오한 정신성이 몸짓에 흥건하게 젖어 들었다. 

 

특히 승려의 옷 가사에 담긴 육신과 나비의 몸짓이 품은 정신성을 기린 제목 가사호접(袈娑胡蝶)을 헤아려간 정중동의 몸짓은 조택원 무용가의 선구적인 몸짓에 담긴 정신을 혼의 예술로 승화시킨 춤이었다. 

 

▲ (좌) 국수호 명인-조택원의 가사호접(袈娑胡蝶) / (우) 김호은-김형남 무용가-조택원의 만종 / 사진 제공: 국립정동극장(옥상훈 사진작가)   © 이일영 칼럼니스트

 

마지막 공연은 조택원 무용가의 만종 작품이었다. 노동의 신성함과 신앙의 경건함을 사랑으로 그려낸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명작 만종과 피아노의 시인 프레데리크 쇼팽의 서정적인 선율 속에 아름다운 사랑과 애절한 삶의 숨결이 녹아있는 녹턴(야상곡)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회화 예술의 감성까지 아우른 2인무다. 

 

한국 현대무용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세종대학교 무용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형남 무용가와 이북5도 무형유산 김백봉 부채춤 이수자이며 카시아무용단 예술감독과 계원예고 교사로 재직 중인 김호은 무용가가 공연하였다.   

 

지난해 2023년 타계한 김문숙(1928~2023) 무용가의 2015년 미수 기념 공연에서 두 무용가가 재현하였던 작품으로 시대를 풍미한 무용가들의 정신성과 삶의 몫까지 품어낸 한층 진중한 호흡이 느껴졌다.             

 

개인의 감정을 담아내고 집단사회의 다양한 의식을 통한 공동체적인 감정의 공유에서 시작된 춤은 인간의 감성이 몸짓의 언어로 드러나는 가장 승화된 예술이다. 나아가 춤은 민족적 의식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전달하는 가장 소중한 예술이기에 우리의 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우리의 몫이다.  artwww@naver.com

 

필자: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칼럼니스트. 시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