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선 참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초대형 후폭풍 등으로 몸집만 컸지 풍전등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내부적으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당 안팎에서 지도부 쇄신론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이자, 상왕의 주인공인 이상득 의원이 전격 ‘2선 후퇴’를 선언한 것. 이는 당내 쇄신파들에게 상당한 희소식이 됐다. 상왕의 자진 2선 후퇴에 따라, 남은 박희태 대표 등 지도부 쇄신에도 가능성이 열리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바로 당 안팎에서는 친이계 구심점이었던 이상득 의원의 공백을 누가 대신하느냐는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친이 직계 중심으로 구성된 쇄신파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염두에 둔 눈치를 보이고 있다. 결국, 쇄신파의 활동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위한 포석이나 다름없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친박계와의 대혈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친박계는 눈에 뻔히 보이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 복귀 포석인 당 지도부 쇄신론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한나라당이 국민을 보고 쇄신을 하지 않고 있는 탓에, 제대로 된 쇄신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쇄신파의 활동은 또 다른 계파 갈등을 낳고 있으며 곳곳에서 충돌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상득 의원은 최근 급속도로 당내 입지가 위축돼 왔다. 검찰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정국을 폭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을 당시에는 구속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님인 노건평씨와의 ‘bbk 무마-로열패밀리 보호’라는 ‘형님 밀약설’이 떠돌며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또 4·29재보선 때는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정종복 전 의원에 대한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정종복 전 의원이 친박계 무소속 정수성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한나라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하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론’에 휘말리기까지 했었다.
‘상왕 이상득’ 마침내 2선후퇴
그런가 하면 18대 국회 제2기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는 최경환 정책위의장을 지지했다는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불거지면서 또 다시 당내에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 의원은 그동안 국회를 넘어서 청와대까지 측근 인사들을 기용하며 무소불위 실력행사를 해왔지만, 도를 넘어선 상왕정치와 각종 구설수에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된 것이다.
이상득 의원은 끝내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이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은 돌발적으로 이뤄졌다. 6월3일 이 의원은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소용돌이 휘말린 한나라당 ‘이상득 2선후퇴’…그 공백 누가 메우나? 논란
친이직계 중심으로 구성된 쇄신파 이재오 복귀 포석…친이·친박 충돌 조짐
민심 들끓는데 ‘쇄신’한다면서 ‘국민’ 목소리 외면…누구를 위한 쇄신인가?
“가장 쇄신해야 될 대상” “청와대는 소통이 아니라 불통” mb 직격탄 쏟아져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앞으로 당무와 정무,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하겠다”면서 이같이 선언했다. 이 의원은 또, 그동안 자신이 이명박 대통령 친형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던 데 대해서도 힘들어 해왔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요즘 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안다”며 “첫째 이유는 저 개인 부덕의 소치지만, 근거 없는 것도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말 요즘 하루하루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통스런 나날의 연속”이라며, 거듭 “정말 고통스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유일하게 당무에 참석하고 있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참가도 삼가겠다”면서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과 한·일의원연맹회장으로서 기업 최고경영자의 전력을 살려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하겠다”고 향후 거취에 대해 덧붙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 의원은 “과거 대통령 친인척들의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들이 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을 안다”며 노 전 대통령 친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된 이후부터 줄곧 2선 후퇴 문제를 고심해 왔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2선 후퇴 선언을 놓고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최근 당내 쇄신파들이 요구하는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 이 의원이 공개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이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이 박희태 대표 등 당 지도부의 총사퇴에 압박 작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즉, 이 의원의 2선 후퇴 선언은 한나라당 쇄신 논의에 중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오 복귀 준비 착착 진행?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이후에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바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다.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에 따라 새로운 친이 구심점이 필요하고, 그 적임자는 바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라는 논리가 당 안팎에서 퍼져나가고 있다. 당은 이미 이재오 체제로 가닥을 잡아가기 시작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 6월1일 한나라당은 안경률 전 사무총장 후임으로 3선의 장광근 의원을 선임했다. 당 3역 중 하나인 사무총장직은 공천 및 당직 인선 등 당 살림을 총괄하고 있는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에 사실상 핵심 실세 라인의 인사가 오르게 마련이다. 장 의원을 두고 딱 잘라 친이재오계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사무총장 후보군들 중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과 가장 가까운 사이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이 전반적 시각이다.
당초 안경률 사무총장 후임으로 임태희 전 정책위의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결국 친이재오계의 물밑 지원을 받은 장 의원이 사무총장에 오르게 됐다. 장 사무총장은 취임 인사말을 통해 “당이 요구하는 목표점, 국민이 당에 기대하는 지향점을 당원으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사무총장으로서 균형추를 잘 잡고 당의 화합과 소통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김성조 의원이 정책위의장으로 당선되면서 공석이 된 여의도연구소장에 자타가 공인하는 친이재오계 진수희 의원을 임명했다. 또, 전당대회 의장을 겸하는 전국위 의장에는 4선의 이해봉 의원을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을 두고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친이계 쇄신론…님을 기다리며?
이 같은 상황에 친이 직계 중심으로 지도부 사퇴론이 봇물처럼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친이 소장파와 공성진 최고위원, 심재철 의원, 진수희 의원 등 친이재오계와 원희룡·남경필 등 원조 소장파, 개혁성향 초선 모임 ‘민본21’ 등은 지도부 총사퇴와 당·정·청의 전면적 인적쇄신, 조기전당대회 개최 등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이 같은 친이계의 쇄신론은 지난 4일,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열린 의원연찬회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이날 의원연찬회에서 친이계 윤석용 의원은 “지난 재보선의 공천 잘못이 재발돼선 안 된다”며 “재보선 패배는 지도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라고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먼저 박근혜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당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며 “친이와 친박이 공존해야 하며 헤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의원은 “당 지도부가 엄중한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안팎으로 쇄신 요구가 많은데 이렇게 그냥 가면 다 죽는다. 앉아서 죽는 게 가장 비참하다”고 지도부 쇄신론을 강조했다. 이어, “친이 직계 역시 잘못이 있다고 책임을 통감하며 지도부가 사퇴하면 백의종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태 의원은 “한나라당은 장기판의 ‘박카스 뚜껑’(장기판 말)이 된 다음에야 목소리를 낸다. 청와대가 너무 일방통행 식이었다”며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태평성대에 필요한 대표다. 지금은 조기전대를 열어 새판을 마련해야 한다”며 “박대표는 청와대의 일방통행에 한번이라도 브레이크를 건 적이 있는가. 박 대표가 결심해서 당이 거듭 태어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고 사퇴 결정을 압박했다.
권택기 의원은 “내가 이명박 졸개인 것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니 7인성명의 진정성을 알아 달라. 특정인을 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며 호소한 뒤, “지도부 사퇴와 조기전대, 그리고 이를 통한 당·정·청의 전면 개편만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원조 소장파인 남경필 의원도 이 자리에서 “청와대 참모진이 익명에 숨어서 쇄신요구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4·29 재보궐 선거 책임이 당 지도부에 있기 때문에 물러나야 한다는 게 아니다. 쇄신과 화합을 위해 지도부가 용퇴해야 한다. 지도부가 물꼬를 터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부이기도 한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연찬회 도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당과 이명박 정부가 살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라며 “친박계가 제동을 걸고 있어 어떤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공 최고위원은 또 “대증요법을 해온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결과를 가지고 책임정치를 해야 한다는 정치철학을 갖고 계시다”며 “국면 전환용 깜짝 이벤트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면서 공 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의 생각이) 또 다른 장애가 될 수도 있어 걱정”이라며 “당·청이 이견을 조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 최고위원은 “어쨌든 당·정·청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서 당이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쇄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친박계, 얄팍한 수에 안 속아?
친이계와 소장파, 개혁파들이 이처럼 쇄신론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 친박계는 쇄신론에 오히려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 등 지도부 쇄신론의 핵심이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당 장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는 모든 위기의 근원이 청와대에 있기 때문에 일방적 밀어붙이기 국정기조의 변화와 당 내 화합을 위한 진정한 자세만이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지도부만 교체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주장이다. 친박계의 이 같은 입장 때문에 쇄신을 요구하는 친이계와 또 다시 극심한 마찰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의원연찬회 자리에서도 친박계는 어떻게든 조기 전당대회만은 막아내겠다는 데 뜻을 모아 쇄신파와 정면충돌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표 최측근인 이정현 의원은 “지금 조기전당대회가 국민적 관심사냐. 민심이반이 박희태 대표 개인 탓이냐”며 “국민들은 일방적 밀어붙이기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민심의 요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조기전대에 쇄신의 초점이 맞춰지면 청와대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며 “가장 근본적으로 쇄신해야 될 대상은 청와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조기전대를 한다고 해도 10월 재보선에 패하면 그땐 어쩔 거냐”며 “문제를 정확하게 보고 제대로 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의회 민주주의와 당 민주화가 독선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소통과 탕평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오래전부터 탕평책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던 이정현 의원은 이와 관련해 “비주류, 전 정권, 호남 배제의 정치에서 이젠 인사와 정책의 탕평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캠프인사 그만해야 한다. 그만큼 빚 갚았으면 됐다. 정책도 과거 정권과 야당이 옳은 것은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청 간 소통이 문제라고 하는데, 소통이 아니라 불통인 줄 친이계라는 사람들은 몰랐느냐”며 “자기들끼리도 소통이 안 되면서 무엇을 지적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매섭게 쏘아붙였다.
이 의원은 “근본적 해결책은 두 가지가 있다”며 “기존에 야당하면서 내걸었던 비판과 정책을 지금이라도 실천해야 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때 만들었던 당 개혁안, 당헌에까지 못 박았던 그 개혁안을 쓰레기통에 집어넣어 휴지조각 만들지 말고, 지금이라도 지켜야 한다. 그것이 박 전 대표가 바라는 최고의 화합책이다”고 주장했다.
이성헌 의원도 “재보선 패배 이후 민심이 떠난 것에 대한 근본적 원인 분석이 잘못됐다”며 “현 지도부 잘못이 아니라 철저히 비주류 배제에 나선 공천의 잘못”이라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지난 4·29 재보선 때 공심위원으로 있었지만 후보자 얼굴 한번 제대로 못 봤다. 당이 하라고 해서 동의한 것”이라며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 지도부를 아무리 바꿔도 청와대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청와대의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했다.
최경환 의원은 “쇄신위가 화합을 하고 주류 책임론을 얘기한다는 건 친이가 책임지고 가겠다는 건데 조기전대를 내세우는 것은 이재오 전 최고가 나오려는 꼼수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 아니냐”고 진정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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