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망법 개정안(사이버모욕죄, 모니터링 의무화 도입), 통신비밀보호법 등 굵직한 인터넷 규제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인터넷 업계 ceo들을 만나 인터넷 규제 신중론을 이같이 피력해 주목을 끌었다.
26일 오전 11시 30분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서 열린 인터넷 기업 대표들과의 점심 간담회에서 김형오 의장은 “규제보다는 인터넷 산업 성장이 먼저라는 점에 공감하며 국회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되어야한다”며 “인터넷에서 자유와 창의가 꽃피는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의장은 “사이버 테러와 고문으로 인한 더 이상의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하고 필요하면 법으로 규율을 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그 이전에 업계가 자율로 할 수 있다”며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장은 특히 2000년대 초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으로서 정부의 스팸메일단속법에 반대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나도 스팸 메일과 스팸 문자 메시지의 피해자이지만 당시 산업의 태동기에 자율적으로 스팸을 없애 나가야지, 법으로 억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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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또 인터넷 기업 대표들에게 “한국인들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사이버 세상에 있는 여러분들은 한반도와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공간을 뚫고 나가야한다”며 세계화 노력도 당부했다.
김 의장은 인터넷 포털의 사회적 책임성과 관련, “포털의 영향력이 정말 크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고 스스로 엄격해지는 것도 중요하다”며 “포털이 자율규제를 한다면 언제까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지 명확해야 하고, 자율규제의 진정성 또한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인터넷 기업 대표들도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규제에서 진흥으로’라는 정책건의를 통해 “현재 국회에 올라가 있는 인터넷 관련 법안이 62개인데 대부분이 규제입법”이라며 “해당 법안들은 장기적으로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만들어졌다기보다는 각각의 사안에 대한 ‘대증요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규제들은 유튜브 본인확인제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국내 업체에 대한 역차별과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허진호 회장은 또한 “인터넷 산업은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성장률이 더 기대되는 성장동력이며 부가가치와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높은 핵심산업”이며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유선 인터넷 강국’에서 ‘무선 인터넷 강국’으로의 변신이 시급하다. 모바일 인터넷 1등 국가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국회 측에서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고성학 정무수석, 최민수 문방위 수석,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문화방송통신팀장, 배준영 부대변인이 참석했다. 기업 측에서는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김창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정책위원장을 비롯해 김대선 야후코리아 대표, 김상헌 nhn 대표, 박주만 옥션 대표, 서정수 kth 대표, 주형철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가 참석했다.
국회의장-인터넷 기업 대표 간담회 대화록(요약)
김형오 국회의장 : 선각자들을 만나서 반갑다.
허진호 인기협 회장 : 최근 정치인 중에서는 심상정 의원, 이재오 전 의원에 이어 세번째로 트위터를 개통하신 의장님이 선각자다.
오늘 드릴 ‘정책건의’ 제목은 ‘규제에서 진흥으로’이다. 의장님이 국회와 청와대에서 it산업 진흥에 커다란 기여를 한 것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인터넷 산업의 상황은 80년대 it산업이 시작되었을 때와 비슷하다.
첫째, 인터넷 산업의 매출규모는 10조원으로 gdp의 1%정도이나, 성장률은 20~30%로 전체 산업 중 가장 높다. 둘째, 인터넷 산업은 매출액 대비 고용창출 효과가 매우 높다. 제조업이나 통신업에 비해 5배 정도 높은 지식집약 산업이다. 전자상거래 분야의 경우 옥션과 g마켓에서 사업하는 영세사업자가 각 30만 명이다. 한 사업자 당 2~3명이 일하고 있다고 보면 60~90만명이 오픈 마켓을 통해 고용을 창출한 셈이며, 전체 거래액수는 두 회사 합쳐 8조원에 달한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외부의 우려 섞인 시각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산업이 본격화 된지 10년이 채 안 된다. 최근 시행착오를 거쳐 제 방향을 잡아 가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을 언론이나 미디어의 시각으로 협소하게만 보지 말고 산업적 시각, 인프라의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회에 계류된 인터넷 관련 법안이 62개이고 정보통신망법만 19개가 있는데, 대부분이 규제 법안이다. 인터넷은 치외법권 지역도 아니고 규제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개별 사안에 대한 대증요법적 규제는 실효성도 없다.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구글의 유튜브가 제한적 본인확인제 적용을 거부했는데,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 규제의 실효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했으며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터넷 산업은 gdp의 1%를 차지하는데 10년이 걸렸는데, 20~30년 후에는 it산업이 그랬듯이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김형오 의장 : 그렇게나 오래 걸리나? 좀 더 앞당겨야 한다.
허진호 회장 : 노력하겠다. 국회와 정부도 인터넷에 대한 산업적 시각, 사회 인프라적 시각에서 그랜드 비전, 마스터 플랜을 세워주시길 바란다. 사업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한국인터넷광고심의기구(kiado) 등 자율규제 노력을 강화하겠다.
김형오 의장 : 온건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할 말은 다 한 것 같다. 발언 내용 중에 가시와 뼈가 살 속에 있다.
그 전부터 여러분들을 만나고 싶었으나 망설였다.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국회의장이라는 자리가 행동을 진중하게 해야 한다는 점과, 내가 it 분야를 떠난지 몇 년이 되기 때문에 구닥다리 얘기를 하면 과거의 첨단 이미지를 망칠까봐 조심스러워 그랬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국회 교통체신위원회 위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it와 인터넷 진흥에 앞장섰던 시절 회고-생략)
우리는 세계로 눈과 발을 넓혀야 한다. 한반도와 대한민국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구글이 검색 엔진을 힛트시켜 국내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 보다 시가총액이 2배가 넘는다는데 이건 기가 막힌 일이다. 토종 포털들은 해외 포털에 맞서 한글을 지키는 위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우주만큼 넓은 사이버 세상으로 도전과 개발에 나서야 한다.
규제에 앞서 인터넷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은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지지부진하다. 무궁무진한 황금의 바다가 있는데 우리는 좁은 어장에서 피라미만 잡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세계는 컨텐츠와 소프트웨어 전쟁 중인데, 우리가 이기려면 사이버 상의 창의와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제도가 획일적이고 규제적이지만 한국인은 천부적 재능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충분하다. 인터넷 기업, 인터넷 산업은 전체 산업의 첨병이므로 창의와 자유로 세계로 뻗어가야 한다.
다만 사이버 테러, 사이버 고문에 따른 억울한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필요하면 법적 규제가 있어야 하나, 그 이전에 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를 만들었듯이 자율규제에 나서야 한다.
미디어 법안 중 사이버 관련 규제는 법률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되었듯 인터넷 강국으로 뻗어 나가야 한다. 인터넷 산업의 부가가치와 고용창출은 대단하다. 지금까지 스스로 성장해 왔지만 앞으로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빈말이 아니다. 2000년 닷컴 버블, 벤처 거품이 있었고 사기꾼들에 속은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여러분들은 거품을 뚫고 오늘에 이른 기업인들이다. 위대한 기업인들이다.
내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위원들과 정말 열심히 일했다. 기업인들 이상으로 노력했다. 그때 내가 이런 얘기를 했다. “과기정위에는 여도 야도 없다. 오직 미래만 있다”
허진호 회장 : 감사하다. 차세대 먹거리인 무선 인터넷 말씀을 드리겠다. 한국의 휴대폰 보급률은 96%이다. 그런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선 인터넷 컨텐츠 산업의 시장규모가 2006년 2조원에서 2008년 1조 8천억원으로 줄었다. it 분야에서 마이너스 성장은 처음 보는 일이다. 이것은 현재 무선 인터넷 생태계가 이통사의 건강하지 못하다는 징표이다. 이통사에서 선정한 cp만 서비스가 가능한 이통시장의 독과점이 시정되어야 한다. 해외의 경우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 누구나 애플리케이션과 컨텐츠를 올리고 이용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통계에 따르면 아이폰의 경우 1대당 어플리케이션이 20~30개라고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이 미국, 일본, 유럽 등을 현장 답사해 이러한 상황을 직접 보셨으면 좋겠다. 유선과 무선이 결합된 인터넷 2단계로의 도약이 시급하다.
(이후 이용자를 우선하지 않는 이동통신사의 폐쇄적 비즈니스 모델, cp 차별, 요금제, 플랫폼 표준, 무선 인터넷 기능이 빠지거나 스펙 다운되어 출시되는 휴대폰의 문제, 무선망 개방, 다운로드 서버를 이통사를 통해야만 하는 문제, usim 카드 변칙 규제 등의 사례에 대해 논의)
김형오 의장 : 무선 인터넷과 관련된 인터넷 업계의 의견을 정리해 주면, 적극 들여다 보고 경쟁력 강화방안을 만들어 보겠다.
김상헌 nhn 대표 : 네이버 가입자가 3,535만명이고 그중 80% 정도가 한달에 한번 이상 네이버를 이용하고, 하루에 1,700만명 이상이 로그인해 서비스 이용하고 있다. 다른 포털들도 상황이 비슷할 것이다. 이미 포털이 기업이지만 포털 서비스를 대부분 국민들의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규제나 조치는 바로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작은 규제나 조치라도 국민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포털을 적극 활용하고 소통의 장으로 이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형오 의장 : 토종 포털들은 세종대왕에게 감사해야 한다. 포털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언론 쪽에서는 포털들의 여론 지배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포털의 영향력이 신문보다 크고, 앞으로 tv보다 커질 수 있다. 결국 사회적 책임이 증대하고 있다는 얘기고 스스로 엄격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포털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묻는 소리가 무겁게 나오고 있다. 포털의 제 2의 번영을 위해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상헌 nhn 대표 : 포털은 국민과 서민이 참여하는 공간이고 특정 방향을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오히려 다른 권력으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본다. 또한 이러한 포털이 재벌이나 외국 지배하에 놓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생각도 든다.
최세훈 다음 대표 : 뉴스는 수많은 포털 서비스와 컨텐츠 중의 하나일뿐, 우리가 언론기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론을 조작하고 악성 댓글을 다는 것 등은 포털 스스로가 자정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형오 의장 : 그럼에도 외부에서는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법적, 공적 규제는 신중하게 해야하지만 포털 스스로 강력한 자율규제를 해야 한다. 규제를 하면 이용자가 해외 포털로 일시적으로 이동하겠지만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온다. 지금 각 사별 모니터링 인력이 얼마나 되나?(각 사 대표 : 네이버 600명, 다음 400명, sk 300명이다.) 그 인력들을 r&d에 쓰면 얼마나 좋겠는가? 앞으로 모니터링, 필터링도 자동 기술을 개발해서 사용하면 좋겠다.
김창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장 : 외부에서는 자율규제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다. 과연 사업자들이 하겠는가, 실효성을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규제는 공적규제, 외부규제보다 오히려 강하다. 실행력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둘째, 자의적이지 않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나도 언론계에서 언론의 자유와 책임에 대해 활동하다 영입되어 왔다.
최근 정보통신망법에 모니터링 의무화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전수 모니터링하라는 것은 기술적, 경제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된다는 점과 위헌 소지도 있다는 점, 그리고 탈규제, 규제완화라는 국제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90%를 차지하는 7대 포털이 참여하고 있다. 자율규제를 좀더 확대강화할 계획이다.
김대선 야후코리아 대표 : 미국 야후도 국내 포털들처럼 뉴스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언론이라고 안한다. 오히려 언론사와 광고시장을 키워나갈 상생관계로 본다. 한국은 구글이나 야후가 1등이 아닌 몇 안되는 나라다. 한국 포털의 지식검색이나 싸이월드 같은 서비스를 외국 포털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주형철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 의장님도 트위터를 하시지만 고민이 많다. 우리도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모욕성 글이나 음란 게시물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런데 트위터는 안하고 있다. 트위터도 국내 이용자 수가 많아지면 국내 규제를 받을지 모르겠으나, 해외 기업에 비해 우리 인터넷 기업들이 역차별을 많이 받고 있다.
김형오 의장 : 사랑하는 인터넷 기업인들이 열심히 하고 있으므로 어려움을 극복하리라 믿는다. 자율규제를 한다면 언제까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여러분들의 자율규제에 대한 진정성을 외부에 적극 알려야 한다. 자율규제의 세계적 모범사례를 만들라. 세계를 놀라게 한 붉은악마의 열정적인 응원과 광장의 쓰레기를 모두 치워낸 것처럼 세계적인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만들라. 대한민국과 한국인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끝).
김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