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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 '동부그룹', 2세 경영승계 작업은 착착?

지분 다지고…공부 마치고…경영승계 임박설 속 심각한 자금난 걸림돌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09/06/30 [09:21]
국내 주요 재벌가들은 이미 창업주 시대를 지나 2세·3세 경영에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김준기 회장이 이끄는 동부그룹 또한 최근 2세 경영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김 회장의 강력한 카리스마로 후계 승계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외아들로 그룹 대통 승계 1순위인 김남호씨가 지난해 미국 mba 과정을 끝마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경영 참여가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일본에서의 어학연수가 본격적인 경영참여에 앞선 마지막 경영수업이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사실 남호씨는 언론에 널리 알려진 바는 없다. 그동안 학업에만 전념했기 때문.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는 남호씨가 경영에만 직접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 최대 지분을 확보한 오너로서 손색이 없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그의 경영 전면 참여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는 등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반도체 부문은 8년여 만에 흑자전환 하는 등 희소식도 들리고 있는 동부그룹. 차세대 주자 남호씨의 경영 참여론이 솔솔 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동부그룹은 창업 40년을 맞았다. 창업주가 이미 작고했거나 2세 혹은 3세 경영까지 맞이한 재벌가가 즐비한 상황에서 40년 역사의 동부그룹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창업주에서 2세 경영인에게 그룹 대권이 넘어가면서 적지 않은 그룹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해태그룹·진로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이나 신세계·롯데·현대·현대백화점 그룹 등 국내 내로라 하는 그룹들도 이미 2세·3세 경영으로 전환했지만 아직까지 시행착오를 거듭할
만큼 창업주로부터의 경영권 이양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 40년, 공고한 김준기 체제

하지만 24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미륭건설을 설립한 창업주 김준기 회장은 여전히일선에서 뛰고있다. 오늘의 동부그룹을 일궈낸 김 회장의 인생역정은 재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 가운데 하나로 회자된다.

김 회장은 1970년대 중동건설 신화를 일으키면서 운송과 금융업, 반도체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오늘날의 동부그룹으로 성장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김준기 회장의 카리스마가 넘쳐나는 동부그룹의 2세 경영에도 재계의 관심이 적지 않게 모아지고 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그룹 경영권이 승계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     ©브레이크뉴스
김 회장은 슬하에 장남 남호씨와 장녀 주원씨 등 1남1녀를 뒀다. 35세의 남호씨는 지난 2007년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 대학에서 mba 석사를 졸업하고 버클리대에서 파이낸스 공부를 한 후 최근에는 일본에서 어학연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학생’ 신분으로 그룹 경영에는 직접적으로 일체 관여하지 않는 상황이다.

아직 해외에서 경영수업 중이지만 남호씨의 대권 승계는 이변이 없는 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이미 동부그룹은 2세 체제 출범을 위해 물밑작업을 모두 끝마쳤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남호씨는 김 회장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으로 경영 승계를 받지는 못했지만 이미 수년에 걸쳐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차곡차곡 증여받아 사실상 그룹 지배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을 보유했다. 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경영전면에 나설 수 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남호씨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증여받아 삼성 이재용 전무나 기아차의 정의선 사장 등 이른바 재벌 빅3로 불리는 기업들의 후계자 못지않게 높은 배당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그룹이 삼성이나 기아차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았을 뿐, 실제 알맹이는 그들 못지않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7년에 남호씨는 동부그룹 계열사 보유 주식을 통해 80억원이 넘는 배당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의 이재용 전무 63억원, 정의선 사장 59억원, lg가의 광모씨 59억원과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액수다.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아직 건재한 김 회장이 남호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돌입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재계에서는 지난 2007년 7월께 김 회장이 동부cni지분을 승계하는 시점부터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 동부그룹의 2세 후계 승계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2007년 당시 남호씨는 동부cni의 지분 16.68%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핵심 계열사 최대주주로 그룹 장악

남호씨가 최대주주인 동부cni는 동부정밀의 지분 21.58%를 차지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결국 남호씨는 동부정밀을 통해 그룹 지배구도의 한 축인 동부제철(14.10%)과 동부건설(11.47%), 동부하이텍(16.67%)을 사실상 지배하게 된 것이다.

남호씨의 그룹 지배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 계열사는 또 다시 동부 및 금융 계열사 등을 지배하면서 사실상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지분구조의 최정점에 올라서 있는 것이다.

실제 남호씨는 현재 동부정밀 21.14% 외에도 동부화재 14.06%, 동부cni 16.68%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최대주주 반열에 올랐다. 또한 동부제철 7.72%, 동부건설 4.01%, 동부증권 6.38%, 동부하이텍 역시 2.4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동부그룹이 향후 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동부cni는 그룹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 이를 감안할 때 김회장의 지분 증여와 지속적인 2세들의 지분 취득은 핵심 계열사를 발판으로 그룹 전체를 장악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남호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동안 꾸준히 핵심 계열사 지분을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았고, 지난해 동부cni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한 동부그룹의 행보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어 2세 경영 승계가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 2007년 5월께 동부한농과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 동부하이텍을 출범시켜 그룹 구조조정과 함께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예고한 바 있다. 지주사 전환이 이뤄질 경우 2세 체제 출범도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회장 공식활동 재개(?)

이처럼 장남 남호씨의 경영일선 등장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김준기 회장이 오랜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어서 재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7월1일로 예정된 충남 아산만 전기로 제철소 준공식에 참석한다. 김 회장은 이날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철소 완공에 대한 감회와 향후 그룹 및 제출 사업 계획 등 미래 청사진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의 대외행보는 올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확대되면서 모든 대외 활동을 접고 알짜기업인 동부메탈 매각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등 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한 활동에만 매진해 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부그룹 소속 농구단 경기를 관람하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행보. 그만큼 최근 그룹이 처한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때문에 이번 제철소 준공식은 김 회장과 동부그룹에 있어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설명이다. 당초 동부그룹은 준공식 행사 규모를 사내행사 수준에서 조촐하게 치를 방침이었다.

하지만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완공한 제철소인 만큼 이번 기회를 계기로 동부그룹의 저력을 널리 알리자는 임원진들의 건의를 전격적으로 수용, 외부인사를 초청하는 행사로 규모를 확대키로 했다는 후문이다.

전기로 제철소 건설은 그룹의 숙원사업 중 하나의 완성으로 사정은 어렵지만 대외에 널리 알리는 행사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강력히 제기됐고, 김 회장도 직접 나서서 초청 인사들을 맞이하는 등 ‘그룹 건재’를 확인하는 자리로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심각한 자금난 후계구도 영향 미치나

그럼에도 동부그룹의 속사정은 마냥 편치만은 않아 보인다. 동부그룹 오너 일가는 물론 동부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대부분을 담보로 대출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김준기 회장과 남호씨는 물론 동부건설을 비롯, 동부정밀화학, 동부씨엔아이 등 그룹 내 기업들이 대부분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하이텍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동부정밀, 동부건설, 동부씨엔아이는 각각 107만, 414만, 1만여 주를 담보로 제공한 상태라고 지난 6월3일 공시한 바 있다.

동부정밀화학도 동부건설 250만주를 한국증권금융에 차입금 담보로 제공했고, 동부정밀화
학 역시 보유하고 있는 동부제철 400만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동부건설은 동부제철 277만3162주를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에 담보로 잡힌 상태다.

이뿐이 아니다. 동부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지분도 상당수 담보로 잡혀 유동성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시사했다. 동부제철은 보유하고 있는 동부증권 345만2905주를 산업은행과 금호종합금융 등에, 동부하이텍은 동부화재 주식 50만주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잡혔다.

계열사뿐만 아니라 그룹 오너인 김 회장과 장남인 남호씨도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담보로 내놓은 상태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해 말 동부하이텍의 채권대차거래를 위해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제공, 이상한 주식거래라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이는 김 회장이 동부화재 주식을 빌려주는 방식을 통해 동부하이텍이 자금 차입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증폭된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김 회장이 동부하이텍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동부하이텍의 자산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도 됐다며 이상한 거래를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동부그룹 오너 및 계열사들의 주식담보대출이 복잡하고도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동부의 자금사정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는 분석이 재계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동부그룹은 지난 2000년도 초반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면서부터 자금순환에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동부그룹의 자금난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것이다.

최근에는 반도체 사업의 중심인 동부하이텍을 살리기 위해 최근 동부그룹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에 계열사인 동부메탈 지분 인수를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 관계자는 “지분구조 변화 없이 자회사의 자금조달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계열사별 주식담보대출을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동부그룹은 채권단의 구조조정 압력을 받는 그룹 중 하나다. 실제 동부그룹은 산업은행과 동부메탈 매각을 위한 가격협상을 개시, 조만간 매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 당국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동부그룹은 최근  2∼3차례 회동을 갖고 동부메탈 매각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양측은 법무·회계법인 등 실사기관을 선정하고 정밀실사를 벌이고 있다. 다만 산업은행과 동부그룹 간에 동부메탈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이 커 협상과정에서 다소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정밀실사를 통해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등의 세부적인 부문을 점검하고 이달 말까지 가격 협상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다만 양측이 내놓은 가격 격차가 있어 논의가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동부그룹은 구조조정의 길목에 서 있다. 알짜배기 계열사를 팔아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반면 반도체 부문에서 흑자를 시현하고 전기로 제철소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창업자가 공들인 부분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그룹 오너로 경영일선에서 40년을 보낸 김준기 회장의 힘이 부치는 상황. 때문에 신지식으로 무장한 차세대 주자 남호씨의 경영전면 등장이 더욱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ziz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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