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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시)

송현 시인이 본 아름다운 세상

송현(시인. 본지 주필) | 기사입력 2010/01/07 [13:54]
▲ 송현(시인)   © 브레이크뉴스
 
 
 
 
 
 
 
 
 
 
 
 
 
 
 
 
 
 
 
 
 
 
 
 
 
 
저 눈발이 얼마나 서럽고 절절한지 당신이 보면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나보다 맺힌 게 더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저것이 박수갈채입니까 아니면 대성통곡입니까? 나는 저 눈발 속으로 나서야 합니다. 당신이 지옥에 있다 해도 나는 단숨에 달려 가야 합니다. 내가 어느 하늘을 쳐다 보고 희망을 걸고, 어느 땅에 서서 위안을 삼아야 합니까? 내 마음 둘 곳이 어디인지 당신이 모른단 말입니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누군가 내게 "천국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게는 당신이 있는 여기가 천국입니다. 지금 나는 천국에서 살고 있는데 무슨 얼어죽을 천국이 가까워지고 있단 말입니까! 당신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천국이고, 당신이 없는 곳이면 어디든 지옥일 뿐입니다. 그는 날보고 "회개하라"고 했습니다. 아니, 당신의 사랑 안에서 이미 내 죄는 백옥같이 씼겼는데, 난데없이 회개는 무슨 개뼉다귀 같은 회개입니까! 정말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르 고하는 소리입니다. 100년만의 폭설이 모든 길을 다 덮고 도시 전체를 덮었다 합니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사실이라 해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설령 길이 없으면 내가 길을 만들면서라도 가야 합니다. 산이 가로 막으면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기어이 넘어야 하고, 강이 가로 막으면 눈물로 헤엄쳐서라도 건너야 합니다. 비록 당신을 지척에 두고 눈밭에 쓰러져 동사한다 해도 가야 하고 강물에 빠져 익사한다 해도 나는 당신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눈이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지금 저 처연한 폭설 속으로 나섭니다.(www.songhyun.com 2010.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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