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음식을 먹을 때 좀 게걸스럽게 먹는 것은 전적으로 임 어당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싶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 임어당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서양식 학교 교육과 사회분위기를 통해서, 음식을 먹을 때 조용조용 해야 하고, 특히 국 종류는 소리를 내지 않고 먹어야 한다는 정도는 익히 알고 있었고, 또 실천했던 대목이다.
그런데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을 읽고 난 뒤에 나는 벼락맞은듯이 깨달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임어당(1895-1976)은 중국의 작가이자 문명비평가요, 영문학자자, 타자기 연구가이다. 그밖에도 다방면에 그의 재능을 발휘한 세계적인 인물이다. 내가 "생활의 발견" 을 읽고 깨달은 것 중에 하나가, 그 동안 당연한 것으로 알아온 서양식 식사 예법이 금과옥조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임어당은 중국적 행복관을 첫째 "따뜻한 옷", 둘째 "배불리 먹는 것",셋째 포근한 안방", 넷째 "아름다운 여인"에 있다고 한 뒤, 중국인의 식사 예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중국인은 음식을 먹는데 있어 점잔을 빼는 일이 없고, 또 입맛을 쩍쩍 다시는 것을 사양치 않는다. 중국인은 맛좋은 고깃국을 한 입 마시면 정말 맛있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다. 물론 서양류의 식탁 예법으로 따져 보면 실례 천만이겠지만, 탈은 이 서양류의 식탁 예법이란 놈인데, 소리를 내지 않고 수프를 마시거나, 즐거운 표정이라곤 전혀 전연 나타내지 않은 채 조용히 식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식탁 예법이야 말로 요리법의 진보를 막아버린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나는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
왜 서양 사람들은 식탁을 받고 앉아선 그렇게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처량한 얼굴을 하고서 점잔을 빼며 거만들을 떨고 있는 것일까? 닭다리의 아랫마디를 손에 들고서 그것을 맛있게 뜯어 먹는다는 그 별미를 대부분의 미국인은 모른다. 배 속에는 아주 비참한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런 말이라곤 한마디도 입 밖에 내지 못하고, 나이프와 포크로 점잖게 고기를 써는 흉내를 내고 있다. 닭고기 맛이 정말 좋다면 그런 짓을 하는 것은 죄다.
소위 식탁 예법이라는 것 때문에 그 어머니가 애들이 입맛을 다시는 것을 금했다면 벌써 이애는 여기서 인생의 슬픔의 제일보를 내디딘 것이 된다.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다. 기쁨을 표현하지 않으면 기쁨을 느끼는 작용까지가 나중에는 중지되게 되게, 그 다음에는 소화불량, 우울증, 그밖에 성인 생활 특유의 모든 정신상의 질환까지 생기게 된다. 이것이 인간의 심리이다. 모름지기 프랑스 사람을 모방해서 보이가 맛있는 송아지 고기 카틀렛을 가지고 왔을 때는 우선 "아!"하고 감탄한 다음, 처음 한 입을 먹고 나서는 "음..."하고 동물 그대의 신음 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 식사를 즐기는 것이 뭐 부끄러울 것이냐! 정상적이며 건강한 식욕을 가지곤 있다는 것이 무엇이 부끄럽단 말이냐. 그런데 중국인은 그렇지 않다. 식탁의 예법은 나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즐기는 것이다."(생활의 발견. 70쪽. 범우사 1985년 발행)
나는 특히 이 대목에 밑줄을 그으면서 읽고는 무릎을 쳤다. 임 어당, 이 사람 참 멋쟁이고 또 솔직한 사람이구나! 나는 지금까지 뭘 착각해도 크게 착각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친미주의자들이 짜놓은 서양식 교육을 받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식사 예법까지도 서양식에 세뇌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부끄러워했다. 임어당의 주장이 동양식 혹은 중국식이라서 좋은 것이 아니라, 냉정히 따져보면 백번 옳기 때문이다.
내가 직접 실험을 해보았다. 한 번은 서양식으로 소리내지 않고 조용조용 먹어보고 또 한 번은 임어당식으로 소리를 내면서 특히 국을 마실 때는 후루룩 후루룩 소리도 내고, 맛있는 경우에는 쩝쩝 소리를 내며 먹어보았다. 임어당식으로 먹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또 맛도 좋고, 또 재미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뒤로 음식을 먹을 때 맛있는 것을 먹을 때는 맛있다는 표현을 말로도 하고 또 소리도 자연스럽게 낸다. 그래서 나의 식사 예법을 서양식 잣대로 보면 앞에서 말한 대로 완전히 상놈 같고, 야만인 같지만, 위와 같은 임어당식 잣대로 보면 전혀 그렇지 않고 도리어 인간적이고 또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의 건강도 다 임어당 때문이 아닌가 생각될 때가 있다.(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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