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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굴욕협상 넘어 거래논란 ‘신뢰성’ 도마위

MB-오바마 윈윈 결정판 MB정권에 지속된 국민 불신 새삼 투영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0/12/05 [15:20]
‘협상’과 ‘거래’는 비슷하나 일견 차이가 있다. 협상은 ‘목적’을 두고 상호합의를 위한 의논과정을 거친다. ‘거래’는 단순히 주고받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1백% 만족한다면 ‘협상’이든 ‘거래’든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fta같은 국가적 이익을 다투는 사안일 경우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다. 협상 또는 거래든 ‘신뢰’가 주요요소로 작용한다.
 
연평도 긴장국면 와중에 타결된 한미fta는 과연 ‘협상’일까, ‘거래’일까. 또 한미 모두에게 공평히 이뤄진 걸까. 아님 어느 한쪽에 불이익이 편중된 걸까. 특히 한국은 ‘국민신뢰’를 획득한 걸까. 다수의 의문부호를 던지는 건 뒷말이 너무 무성한 탓이다. 한국은 여-야, 언론과 국민들 시각차가 극명히 엇갈린다. ‘안보담보 올 퍼주기’ ‘제2경술국치’란 극단적 비난·냉소여론마저 불거진다. 극명한 여론대립 속에 후폭풍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미국 역시 대체적으로 ‘희색’인 반면 일부는 또 아니다. 일견 미세한 차이는 있으나 한미 모두 내적 반향은 엇비슷한 형국이다.
 
결국 핵심은 ‘각자이익’을 둘러싼 비례함수로 귀결된다. fta의 경우 전통 한미동맹관계를 떠나 자국이익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결과를 두고 양국 정상들만 만족한 양태다. 오바마는 5일 ‘한미 모두 윈(win)-윈(win)합의, 강력한 한미동맹의 승리’로 자평했다. 또 mb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mb역시 4일 ‘잘된 일, 조속한 국회비준’을 촉구했다. 양국 정상에겐 분명 ‘윈-윈, 공감’의 형국이다. 정치적 손익계산이 맞아 떨어진 양태다. 5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표내용도 양국 정상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배경을 살필 필요가 있다.
 
오바마는 최근 美선거결과에서 드러났듯 내적 경제반발의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 fta타결로 희석하며 정치적 반전계기를 잡은 듯 고무된 ‘미소’를 띠었다. 지난 서울g20 당시 협상불발의 불쾌함도 떨었다. mb역시 ‘천신일-대포폰-영부인-원충연 수첩’ 등 극적 ‘모럴’ 위기국면에서 잠시 숨 돌린 형국이다. 동시에 지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귀국했고, 검찰수사가 급진전을 띠면서 구속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검찰은 또 특검을 통해 그랜저 검사 당사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인다. 모든 게 동시다발적이어서 묘한 의구심만 불러일으킨다.
 
北의 도발과 뒤따른 美항모의 한국출동, 한미 양국의 정치적 상황 등이 이번 fta타결과 시기적으로 묘하게 겹친 채 오버랩 되는 탓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엇갈린 반향 속에 진짜 속내를 궁금해 한다. 당초 정부주장대로 단지 자동차를 내주고, 쇠고기는 방어한 걸까. 정부는 줄곧 ‘절대 재협상 불가, 토씨-콤마 하나 수정 없다’고 공언해 왔다. 그런데 결과는 추가협상이 아닌 재협상 형국이다. 수정은 없다더니 그렇지 않은 타결 후 한미입장도 엇갈리는 마치 ‘복마전’ 양태여서 혼란을 더해준다.
 
타결내용마저 美측 선제발표를 접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됐다. 문제는 ‘굴욕’ 논란의 단초다. 美무역대표부(ustr)가 자동차부분을 공개했으나 자동차분야 추가협상은 美측 요구를 전적 수용한 꼴이다. 지난 07년 체결된 한미fta 협정문에서 3천cc 이하 한국산 승용차는 fta 발효 즉시, 3천cc 초과 승용차는 3년 이내 2.5%의 관세를 철폐키로 했던 걸 이번에 아예 배기량에 무관하게 전 차종에 대해 관세철폐 시한을 5년 늦췄다. 트럭역시 거의 ‘굴욕’ 수준이다. 10년간 25%의 관세를 매년 2.5%씩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기로 했던 것에서 대거 후퇴해 fta발효 후 8년간 관세 인하를 유예하고, 그 이후부턴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 지난 07년 합의는 모두 깨졌다.
 
美산전기-하이브리드 차역시도 美측 요구대로 이뤄졌다. 당초 10년에 걸쳐 철폐하려던 관세를 대폭 시기를 앞당겨 8% 관세를 4년 간 4%로 절반 감축하고, 5년째엔 전면 철폐하는 걸로 한국이 합의해줬다. 판매주권도 미국에 양도했다. 국내에 수입되는 美산 자동차의 자가 인증 허용범위를 연간 판매대수 6천5백대에서 2만5천대로 무려 4배 이상 늘려줬다. 연간 美산 자동차 2만5천대는 한국의 안전규정이 아닌 미국규정 통과 시 국내 판매가 가능케 된 것이다.
 
배출가스, 연비 등 환경기준 적용 역시 한국은 지난 07년 합의를 깨고, 美측에 선물을 안겼다. 미국에게 20% 완화기준을 적용키로 한데다 한국정부가 자동차관련 새 규정을 도입할 경우 美업체가 적응가능토록 한국정부가 12개월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who에도 위배되는 조항이 들어있다. 특히 美관세 부과에다 한국은 관세 즉시철폐 등에 ‘세이프가드’까지 가히 굴욕적 수준을 보였다. 한국 측의 엄청난 양보에도 불구, 미국은 최후의 안전장치까지 확보했다. 또 다른 ‘굴욕’의 편린이다.
 
지난 07년 협정문엔 없던 자동차관련 ‘특별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규정이 이번에 신설됐다. 한국 차의 대美수출이 증가할 경우 승용차는 15년, 픽업트럭은 20년간 美측 판단에 의해 원하는 대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게 됐다. 한번 발동되면 미국은 한국 차에 대해 4년간 고율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자동차분야에선 가히 ‘굴욕’ 수준이다. 그러면 한국이 ‘굴욕’의 대가로 얻은 반대급부의 ‘득’은 뭘까. 돼지고기와 의약품 허가 및 특허관련, 기업 내 전근자 비자(l-1) 유효기간 연장 등 사안에서 시간만 벌었다. 협상 형평성을 논하기엔 무리다. 협상도 거래도 아닌 ‘일방 퍼주기’다.
 
현재 정부는 수치로 저울질 할 수 없으나 ‘이익균형’을 맞췄다고 자평하지만 ‘어불성설’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한국 측 요구사항이 美측 대비 훨씬 딸리는 불공정 협상, 거래로 보인다. 그런데도 mb와 정부는 ‘딴소리’만 일삼으며 국민들을 호도한다. 이번 추가협상(실상은 재협상)에 쇠고기분야는 제외됐다며 자랑삼고 있다. 황당하다. 단지 이번 fta와 연계되지 않았을 뿐 쇠고기분야도 美측 요구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美정부가 쇠고기 전면개방을 끌어내기 위해 혈안이 돼있는 탓이다. 촛불시위 등 국민저항에 봉착해 ‘한국인 신뢰회복’이란 해석 나름의 단서조항을 붙여 놓았으나 한시적 합의에 불과하다.
 
이번 한미fta 굴욕논란에서 가장 주요 핵심은 ‘국민신뢰’다. 득실여부는 어차피 정치적 사안이니 잘못됐다면 국회비준과정에서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어차피 한나라당은 비준동의를 밀어붙일 것인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맞설 것이다. 정치권이 부실하고, 이도저도 아니라면 4대강보다 더한 ‘제2 촛불사태’란 국민적 저항이 일 공산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정부-국민 간 상호신뢰다. 정부에 대한 기존 국민신뢰가 깊으면 美정부 및 언론이 어떤 소리를 해도 귓전으로 흘린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불신을 너무 많이 샀다. 국민들이 정부노력(?)을 치하하지 않고, 오히려 의구심만 증폭시킨다. 정부 얘기라면 국민이 일단 의심부터 하는 불행한 현실에 직면했다. 집권 후 지속된 mb정권의 ‘자업자득’성 ‘불신의 업보’가 새삼 이번 한미fta에 재차 투영되고 있다.
 
한 번 잃은 신뢰를 재차 회복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전 대비 수백, 수천 배의 노력을 해야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신뢰 쌓기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개인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국민-정부·정치 간은 오죽할까. 또 신뢰는 평소에 일구이언 않고 뱉은 말을 분명히 주워 담는데서 비롯된다. 이미 지난 ‘천안함 사태’와 최근 ‘연평도 사태’를 통해 다수의 젊은 장병과 민간인마저 희생되면서 정부의 외교부재 및 대북대응기조 부실 등에 대한 국민의구심이 증폭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먹거리’마저 정부가 챙기지 못하고 국민에게 불안감을 안긴다면 ‘국민을 보호 못하는 정부’로 낙인찍히면서 집권 당위성을 더는 이을 수가 없다. 오는 2012 총·대선을 앞두고 mb를 비롯한 여권과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 야권 등 정치권 제반이 이번 한미fta를 통해 각인하며 풀어야 할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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