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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 개헌론 급제동 술렁이는 여의도

경제 살리기 우선 명분 국회압박 반발기류 속 복잡해진 여야셈법

김기홍 기자 | 기사입력 2014/10/07 [10:50]
‘개헌론’ 불씨를 지피던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의 급제동으로 셈법이 복잡다단해졌다. 개헌 군불 떼기에 여념 없던 여의도정가는 ‘찬물’을 맞은 채 당장 술렁이는 형국이다. 권력구조 개편을 담은 ‘개헌론’이 집권중반진입을 앞둔 박 대통령엔 아직 껄끄러운 담론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 박근혜 대통령     ©브레이크뉴스
개헌논의는 국회중심으로 이미 탄력이 붙은 상황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주재석상에서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 민생법안에 이제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사실상 반대의사를 공식화하면서 제동을 걸었다.
 
국회를 직겨냥한 채 그 무엇도 ‘경제 살리기’에 앞설 수 없다는 우려 및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와 국가혁신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며 “제2기 경제팀이 살려낸 경제 활성화 기대가 다시 약화될 우려도 없지 않고, 경제회생 골든타임,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내면서 국회의 개헌논의 중단을 우회 압박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지난 18대 대선 직전인 2011년 11월 집권 후 개헌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집권 후 4년 중임제와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 강화 등 여러 과제를 충분히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해 국민 삶에 도움 되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었다.
 
그러나 연초 신년기자회견에선 경제회생을 강조하면서 ‘개헌’에 부정인식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경제회복 불씨가 조금 살아나 여러 프로젝트를 갖고 경제를 제 궤도에 올려야 하는 시점에 개헌론에 빨려들면 불씨도 꺼지고 다시 살리기도 힘들다”며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우선 이 불씨를 살려 경제를 회복시키고 국민 삶에 안정감과 편안함을 줘야한다”고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사실상 개헌의 ‘키’를 쥐고 있다. 하지만 잇따라 부정 의사를 피력한 건 아직 ‘때’가 아닌 점을 거듭 분명히 한 차원으로 보인다. 그간 개헌논의는 지난 세월 호 참사로 잠시 가라앉았으나 최근 세월호특별법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재차 불씨가 지펴졌다.
 
지난 1일 여야 국회의원 152명이 참여하는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이 조찬 모임을 갖고 개헌 군불 때기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급제동을 걸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회개정부 장관을 경제사령탑에 앉히고 경기부양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찰나기 때문이다. 이미 세월 호 참사로 집권2년차 국정드라이버에 상당한 손실을 빚은 상태인 것도 일조한다.
 
또 현재 각종 정책들이 초반 약발에 머문 채 주춤거리는 상황도 일조한다. 세계경제 회복세 둔화와 미(美)조기금리인상 가능성, 일(日)엔화약세 가속화,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등 대외변수가 직접 원인이 됐고, 박 대통령도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으나 아직 회생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달 30일 국회정상화와 함께 법안 90개가 됐으나 이는 경제 살리기와 크게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청와대가 공들이고 있는 건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비스산업 육성 등 핵심 30개 법안이다. 박 대통령은 관련 법안들의 시급성 및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했다. 경제성과에 쫓기는 상황인 만큼 별반 시간이 없는 셈이다.
 
거기다 박 대통령은 가뜩이나 국회에 마뜩찮은 ‘인식’을 갖고 있다. “새 정부 들어 거의 2년 동안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그 어떤 것도 경제 살리기에 우선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의도의 현 개헌논의가 타이밍의 적절성을 넘어 또 다른 국정발목 잡기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 특히 다수 개헌론자들은 당혹스럽다. 개헌논의가 이미 탄력 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급제동을 걸은 탓이다. 이미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은 지난 1일 이달 중 국회개헌특위를 구성 후 내년 상반기까지 독자적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회 과반의원이 개헌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개헌이 19대 국회 내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조된 상태다.
 
특히 새누리당 친이 좌장 이재오 의원은 박 대통령의 제동을 정면 반박하면서 날을 세웠다. 이 의원은 전날 트위트를 통해 “개헌은 찬반문제지 시기문제라고 본질을 호도하면 안 된다”며 “개헌은 경제 살리기나 일자리 창출, 국정수행에 블랙홀이 아닌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분담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7일에도 이 의원은 “대통령 말씀도 충분히 일리 있고 이해는 간다”면서도 “개헌논의가 블랙홀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금년에 논의하면 블랙홀이고 내년에 논의하면 블랙홀이 아니고 후년에 논의하면 더 블랙홀 아니냐”고 거듭 반박했다.
 
야당 역시 비판에 가세했지만 개헌론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의원들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최고위원,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지금은 개헌논의 할 타이밍이 아니다”란 입장을 밝힌 상황에 박 대통령까지 가세하면서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여야 간 세월 호 대립구도가 특별법합의로 다소 완화되면서 불씨가 지펴진 개헌논의가 박 대통령의 급제동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들이 경제에 민감한 만큼 박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살리기 명분에 여야가 선뜻 맞설 대응논리도 미약하다. 향후 대북관계개선 기대감이 비등해질 경우 수면 하에 재차 가라앉을 것이란 전망과 개헌논쟁이 점화 비화될 거란 관측이 맞선 가운데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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