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밀착추적 - SK텔레콤 무료전화 대란 내막

수십만원대 통화쿠폰,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6/28 [19:20]
이동통신 3사 사이에 피 튀기는 가입자 유치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올해 5월 사이 단말기 가격 상당의 무료전화쿠폰을 받고 sk텔레콤(이하 skt)으로 통신사를 옮겼던 소비자들이 최근 청천벽력 같은 일을 겪었다.
 
무료통화를 제공하던 별정통신업체 k사가 지난 6월 15일 갑자기 "sk텔레콤 고객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무료통화를 제공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
 
사전 통보도 없이 갑자기 최소 수십만원 이상씩 남아있는 무료통화 쿠폰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소비자들로서는 황당하고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인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내막을 취재했다.
 
멀티콜 무료전화 사전통보 없이 중단 '파문'
 
이동통신 3사간 번호이동성 제도가 완전 시행된 2005년 1월 이후 휴대전화에 낯선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에서 "00텔레콤으로 이동하시면 단말기를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류의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무료'라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무가입 기간 약정할인으로 단말기 가격만큼 보전'해준다거나, 혹은 '단말기 가격 상당의 무료통화 쿠폰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정확히 따지고 들면 '무료'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저 '무료'라는 말(무료 단말기든 무료 통화든 간에)을 듣고 혹해서 번호이동을 선택했는데, 이렇게 번호이동을 한 사람들 중 일부가 최근 이 '무료' 때문에 골치 아프고, 복장 터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직장인 a씨의 경우…
 
직장인 a씨(32세)는 지난해 10월 "통신사를 skt로 번호이동하면 단말기를 공짜로 준다"는 전화를 받는다. a씨는 단말기를 바꾼 지 얼마 안됐지만 전부터 skt로 옮기고 싶다고 생각했던 차에 기회다 싶어 귀가 솔깃했고,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된다.
 
"사이트에 예시된 단말기(30~50만원 상당)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고, 단말기 대금은 12개월 할부로 사용요금과 함께 지불하며, 단말기 가격만큼의 무료전화 쿠폰을 받는다. 쿠폰은 단말기에 저장된 단축번호를 통한 무료 통화량만큼 차감 되며, 사용기간 제한은 없다"는 설명이었다.
 
상담전화에서 알려준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최신형 단말기를 신청하고, 몇 일 후 단말기를 받은 a씨는 단말기 박스에 48만원 상당의 온라인 교육 쿠폰이 동봉된 것을 보고 '추가 비용이 안 든다고 쿠폰을 남발하는군'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라곤 생각치 못한다.
 
a씨는 080 ars를 통해 연결되는 무료통화 서비스가 사용상의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기간에 제한이 없고, 간만에 긴 통화할 일이 있을 때 요금부담 없이 통화할 수 있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한다.
 
그리고, 까마득하게 이 일을 잊고 지내던 a씨는 skt로 번호이동을 한지 약 7개월이 지난 6월 3일 '서버증설문제로 무료통화 접속번호가 080-xxx-xxxx로 변경되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는다.
 
a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서 '그런가 보다' 하면서 전송된 번호로 간만에 무료통화를 시도하는데, "카드번호와 우물정자를 눌러주십시오"라는 생뚱 맞은 멘트가 흘러 나왔고, 문자메시지에 나온 '문의처'로 전화해 보아도 통화는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a씨는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자신을 가입시킨 곳이 sk직영이 아닌 별정통신업체 k사로, 이 회사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무료전화 잔여액을 조회할 수 있다는 사실과 k사 서비스의 핵심이 무료통화보다는 '자동 음성인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멀티콜 제공 k사의 '엽기 공지'에 경악
 
어쨌든 a씨는 '서버증설' 공지를 접한 몇 일 후 무료 통화가 재가동되면서 한시름을 놓는데,  언제 서비스가 다시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남은 쿠폰을 빨리 소진하려 하지만, 6월 15일 서비스가 다시 중단되었고, k사 홈페이지에서 청천벽력 같은 공지를 접한다.
    
[공지]일부 고객님 서비스정지 안내  등록일 : [2006-06-15]

 
안녕하세요! 멀티콜 서비스 이용 고객님께 드리는 공지사항입니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제공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이용 고객님 중 skt 핸드폰을 개통하여 사용하고 계신 일부 고객님은 2006년 06월 15일 19시부터 서비스 이용이 전면 중단됨을 알려드립니다.
개통 수수료의 지급에 대한 견해차이로 부득이 이용을 중지할 수밖에 없게된 점 진심으로 사과 말씀드립니다. 더운 여름 날씨에 고객님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a씨는 자신의 무료전화 잔여금액을 조회하기 위해 접속을 시도하지만 로그인 창 위에 "통화권 사용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습니다. 고객님의 통화권 유효기간은 20051107~20061007 입니다"라는 알림이 뜨는 것을 보고 경악하고 만다.
 
a씨는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끊어놓고 서비스 이용 중단 내용을 저리도 담담한 문체로 공지한 것도 엽기적이고, 처음 듣는 '유효기간'이라는 말도 황당하다고 생각했지만, 만료되었다는 유효기간이 몇 개월 뒤까지라는 앞뒤가 안 맞는 공지에는 정말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sk고객센터에 전화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했지만 고객센터 직원들은 상황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낸 피해자 모임(cafe.naver.com/antiiktt.cafe)에 들어가서야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통화권 유효기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두개의 문장이 기묘하게 어긋나 있다.     ©브레이크뉴스

 
고객센터에서 끝까지 우기면 2배 보상도?
피해자 "sk텔래콤 나 몰라라 태도에 분개"

 
피해자 모임에는 a씨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무료통화가 중단된 것에 놀란 사람 수백명이 모여 안절부절하면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고, 일부 피해자의 경우 개통 대리점측과 협의해 잘 해결이 되었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모임에 올라온 피해사례는 a씨처럼 skt로 번호이동과 함께 단말기 대금 상당의 무료 통화쿠폰을 받은 사람이 주종을 이루는 가운데 lgt로 번호이동을 한 경우도 일부 있었으며, 무료전화 쿠폰 잔여액은 최저 20만원에서 많은 경우 1백수십만원이 넘는 사람도 있었다.
 
기타 유형으로는 통화료의 70%를 환급시켜주겠다고 들은 경우와 일단 단말기 대금을 입금하면 3개월 뒤부터 대납해주기로 했다는 경우, 인터넷 방송국의 모니터링 요원으로 등록해 주변에 무료 영어강좌 쿠폰을 나눠주면 단말기 대금을 대납해준다는 경우가 있었으며, 심한 경우 5월에 가입해서 무료통화 서비스를 한번도 못 써본 사람도 있었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처음 상담전화를 걸었던 쪽에서 'skt 00지사'혹은 'sk 직영 ☆☆대리점'이라고 밝히고 번호이동 및 무료 단말기(혹은 무료통화쿠폰) 제공에 대해 설명했다는 것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sk텔레콤이라는 말을 믿고 번호이동을 했는데 정작 단말기 대금을 다달이 받아가고 있는 skt 측에서는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라는 태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들이 더욱 놀라고 분개하고 있는 사실은 이 무료전화 서비스의 도수당 요금이 초당 4.4원이라는 점. 보통 이동전화 요금이 10초당 20원인 점과 비교하면 실제 쿠폰의 가치는 액면가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로, 애초부터 사기성이 짙었다는 점이었다.
 
이와 관련, 모임 게시판에 올라온 구제 사례 중에 skt와 이미 합의를 봤다는 어떤 피해자는 고객센터에서 막무가내로 끝까지 해지·환불해달라고 우긴 결과 무료전화 쿠폰 잔여금액의 두 배로 보상받게 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skt "변칙적 영업에 현혹되지 말았어야"
 
하지만 sk텔레콤 본사에서는 무료전화 대란이 시작된 지 열흘이 넘게 지난 6월 26일까지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물론 대기업들의 일반적인 행태를 감안하면 모르는 척한 것이거나 홍보라인 쪽에만 알리지 않은 것이었을 수도 있다)
 
6월 26일 오전, 기자와 통화한 skt 관계자는 사건의 개요를 듣고는 "우리는 원래 그런 별정 사업자와는 계약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고객들이 그런 류의 변칙적인 영업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skt측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에게 'skt라는 브랜드를 보고 가입했다가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고, 이 피해자들이 모임을 결성해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어떻게 된 상황이고,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을 부탁했다.
 
저녁 무렵 다시 통화한 skt 관계자는 "문제가 일어난 곳은 대구에 있는 b대리점으로, k사 측이 '견해차이가 있다'고 공지한 개통 수수료는 이미 지급되었다"이며, "당초 k사와 계약을 맺었던 b대리점이 사태 수습에 나선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b대리점은 skt 직영이 아닌 개인 사업자로, b대리점 자체적으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상주인원 50명 규모의 전담 콜센터를 꾸려 운영중"이라며,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작업이 계속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가입자 유치한 k사 부도… j사장은 연락두절
피해 30∼40억원·피해자 최소 1만5천명 이상
 
skt 본사 관계자와의 통화를 끝낸 후 대구시 b대리점의 c 사장과 통화했다. c사장은 "k사 j사장이 사기를 친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근에는 가입 3개월 뒤에 할부금을 내주겠다는 식의 책임 못질 말까지 하면서 고객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c사장은 "k사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던 것은 지난 4월말부터로, j사장에게 '책임 못 질 일을 벌이지 말라'고 하자 j사장은 '관여하지 말라'고 말했다"며, "j사장이 5월말에는 '선불금을 지급해주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는 협박도 했다"고 밝혔다.
 
▲b대리점이 개설한 대체사이트에는 정확한 상황설명 없이 통화량 폭주로 인한 접속장애 개선을 위해 번호가 변경되었다는 공지만 뜨고 있다.     ©브레이크뉴스
c사장에 따르면 현재 j사장은 연락이 두절되어 잠적한 상태로, k사와 b대리점을 통해 skt로 번호이동을 한 사람은 약 1만5천명이며, 피해금액은 무료전화 잔여금액으로 약 30~4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이 피해액은 c사장과 b대리점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상황이다. c사장은 고객 관련 작업이 마무리되는 7월 이후에 변호사를 선임, j사장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c사장은 "고객들에게 무료전화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기 위해 새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피해자에 대한 전산 작업은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상태로, 고객의 피해는 100% 보상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자모임에 계속 올라오고 있는 사례중에는 b대리점이 아닌 구리나 서울 지역 등의 대리점을 통해 가입한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전체 피해규모 및 범위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skt 차원의 적극적인 구제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 하겠다.
 
한편 기자는 k사측 입장을 듣기 위해 k사와 관련된 모든 전화번호와 c사장으로부터 받은 j사장의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 연결을 시도했지만, 사무실 전화들은 '고객의 사정으로 통화가 안된다'는 멘트가 나오거나 오랫동안 벨소리만 울리다 끊어졌고, j사장의 휴대전화도 컬러링만 울릴 뿐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119@breaknews.com
ⓒ 한국언론의 세대교체 브레이크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