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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과 자살… 죽어나는 영업사원들

심층기획 - 탈세공화국 매카니즘 해부(2)

김경탁 기자 | 기사입력 2006/08/22 [12:58]
-심층기획-

1탄 - 탈세공화국 메카니즘
2탄 - 죽어나가는 음료 영업사원들
3탄 - 무한경쟁시장과 '가판'의 구조
4탄 - 분석과 대안 : 해결책은 없나?


올 1월 메이저 음료업체들에서 퇴사한 전직 영업사원들이 한 방송사에 회사의 허위세금계산서 실태를 제보한 내용이 전파를 타면서 대대적 세무조사가 시작됐고, 그 결과 조사 대상 4백70개 법인 전체가 허위세금계산서 발급으로 적발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세무조사를 이끌어낸 전직 영업사원들은 롯데칠성, 해태음료, 동아오츠카 등 국내 주요 업체에 근무했던 이들로, 이들은 각 회사를 상대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진행중이다. 소송의 핵심쟁점은 업계에 만연한 무자료 덤핑 거래와 실적 부풀리기 책임이 영업사원 개인에게 있느냐 아니면 음료 업체들에게 있느냐 하는 것.

이에 앞서 1994년 5월 4일자 <한겨레>에는 「음료회사 '판매량 올리기' 횡포」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음료업체들이 판매사원에게 무리한 판매실적을 강요해, 덤핑·무자료 거래를 하도록 몰고 있으며, 판매사원들은 월급을 날리거나 손실액을 메우려 다른 영세 소매상을 등치는 일도 발생한다는 내용이었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는 1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그 사이 음료시장은 몇몇 업체가 도산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1994년 <한겨레> 기사가 전했던 문란한 유통질서는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에게는 탈세를 조장하고 영업사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음료시장의 실태에 대한 4주 기획연재 두 번째 순서로 이번 호에서는 음료 영업사원들이 부딪히는 현실에 대해 조명했다.
 
 
▲  음료 영업사원들은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빚더미에 빠져드는 악순환의 굴레에 걸려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라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 <사진/펜 그리고 자유db>

음료업체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상황이나 구조 자체는 거의 그대로이고 오히려 더 악화된 측면도 있다하니, 일단 음료영업사원들이 처한 현실을 최초로 세상에 전한 12년 전 <한겨레> 기사를 먼저 살펴보자.
 
당시 기사에 따르면 회사로부터 무리한 판매목표 달성을 강요받은 음료업체 영업사원들은 중간도매상들에게 정상가격에서 약 15∼20% 정도를 깎아 넘기는 무자료 판매방식을 통해 가까스로 회사 할당 판매량을 채워나간다.
 
보통 트럭 1∼5대를 끌고 다니는 중간도매상들은 판매사원들로부터 덤핑으로 물건을 넘겨받은 뒤 정상거래보다 싼값으로 소매상에게 넘겨주고 대신 그 차액을 챙기고, 회사와 소매점이 직거래한 것처럼 장부가 조작된다.
 
무리한 실적 목표…덤핑판매는 필수
'쇼트' 메우려면 영세소매상 등쳐야?
 
그러나 이 경우 판매사원이 도매상에 할인해준 금액은 다른 거래에서 보전되지 않는 한 고스란히 각자의 월급봉투에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판매사원들은 이런 무자료 거래로 생긴 판매차액을 '쇼트'(부족액)라고 부르는데, 종종 월급을 통째로 삼켜버리기도 한다.

이렇게 덤핑 판매되는 액수는 보통 판매사원 1인당 한달 매출의 25∼30%를 차지하는데, 개인과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식으로 많게는 한 달에 몇 백 만원까지 판매차액이 나기도 한다는 12년전 <한겨레> 기사에 실린 판매사원들의 얘기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판매사원들은 판매차액을 메우기 위해 때때로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기도 하는데, 정상적 거래관계에 있는 소매상에게 장부조작 등의 방법을 통해 덤터기를 씌움으로써 애꿎은 영세 소매상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12년 전 상황보다 더 악화
 
이 부분과 관련해 음료업체 영업사원으로 근무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2005년 9월까지 롯데칠성음료 모 지점에서 프리셀러(p/s)로 근무했다는 남 아무개씨는 윤 아무개외 1명이 롯데칠성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중 지난 5월 19일 있었던 변론에 출석해 음료업체가 판매사원들을 옭아매는 방식에 대해 증언했다.
 
남씨는 자신이 근무했던 지점의 경우 프리셀러 1인당 월 판매 목표량이 8천만원에서 1억8천만원 정도지만, 실제 판매량은 성수기 60%, 비수기 40∼5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남씨는 월 판매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지점장이 '가판'을 잡아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시했다며, 이렇게 가판 잡은 물량은 지점장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관할이 아닌 구역에서 몰래 덤핑 판매를 하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가판: 실제 판매하지 않았지만 장부나 전산상으로는 판매한 것처럼 매출로 기재함
 
남씨는 특히 "오전 미팅 시에 지점장이 '이번 달에 가판으로 얼마 정리해라'라고 지시하면 프리셀러 영업사원들은 어느 정도 금액으로 주면 되겠는지 지점장에게 묻고, 지점장의 승인을 받은 후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남씨는 관할구역 외에서 판매할 때 가격은 회사에서 제시한 정가의 20∼35%정도 할인된 금액이었다며, 이러한 판매는 지점장이 지정한 가격에 따라 지점장의 결제를 받은 뒤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남씨는 "처음 영업을 시작할 때는 매니저와 지점장이 '로스(손실=쇼트)에 대한 것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일단 영업을 하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나중에 금액이 커지자 지점장과 매니저가 등을 돌려 '공금을 횡령했으니 법적으로 조치하겠다. 돈을 변제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지점장이나 선임 매니저가 가판을 잡고 시장 유통가격대로 판매한 차액에 대해 영업사원들에게 미수차액으로 올려 알아서 책임지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며, 관할 구역 외에서 할인 판매한 것도 장부나 전산에는 규정할인율(10%)에 판매한 것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남씨는 특히 "회사 지침상 10%밖에 잡을 수가 없고, 만약 시장가격과 비슷하게 올리면 지역 영업본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수정하도록 지시한다"며, 이렇게 가판을 잡고 할인판매를 하는 실태는 본사에서도 알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진/펜 그리고 자유db>
 
본사 영업부·감사실 짜고 치는 고스톱?
감사 과정, 장부상 미수가 실제 채무로
장부상 미수금 '변제각서' 쓰게 해 발목
 
남씨는 본사에서 이런 실태를 알고 있다는 근거로, 사내 감사가 있으면 본사 영업부에서 천막을 내려보내 가판물량 야적에 사용하도록 지원했으며, 이렇게 야적 하거나 외부 창고를 빌려 숨긴 가판물량의 존재를 감사 나온 직원들도 알면서 묵인해줬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자신이 퇴사하던 당시, 지점 선임 매니저인 이 아무개가 4천만원, 김 아무개 2천만원, 윤 아무개 7천만원, 박 아무개 9천만원, 또 다른 박 아무개 4천5백만원 등 영업 직원 모두가 장부상 미수 수천만원씩을 안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한편 남씨에 따르면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던 미수액이 영업사원 개인의 실제 채무로 변하는 과정은 회사 차원의 정기 감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씨는 본사에서 감사가 나오거나 미수금액이 많아지면 지점장은 횡령금(또는 공금유용)에 대한 변제각서나 자인서를 쓰게 하면서 '형식상 받아두는 것이니까 일단 작성하고 차차 미수금액을 해결해 나가자'고 말한다고 밝혔다.
 
지점장이 '변제각서나 자인서를 써야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다'고 하며, 남씨의 경우 지역영업본부에 가서 '못 쓰겠다' 했더니, '부모에게 알리고 보증인에게 알리겠다'고 말해 어쩔 수 없이 쓰게 되었다며, 동료 영업사원 전원이 변제각서나 자인서를 썼다는 것이다.
※영업사원은 자금을 직접 만진다는 이유로 입사시 보증인을 세우게 하는 경우가 많음
 
남씨는 변제각서나 자인서를 쓴 다음에는 미수차액 입금을 위해 퇴직금 정산을 종용하거나 은행대출을 알선해주는 일도 있다면서, 이밖에 다달이 미수금 상환계획을 담아 상부에 제출하는 '이월계획서' 때문에 카드대출을 받아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민사 재판 "공급가격 재량권 있잖아"
영세 소매상에 덤터기라도 씌워라? 
덤핑행위 회피불가성 불인정 논란                
 

기사 서두의 12년 전 <한겨레> 기사에서 "애꿎은 영세 소매상에 덤터기를 씌워 엉뚱한 피해를 입히는 일도 있었다"는 부분과 관련,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에서 판결한 김 아무개 등과 롯데칠성간의 '채무부존재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판결을 주목해보자.

이른바 '쇼트'의 과다 누적에서 비롯된 이 재판에서 재판부는 회사의 덤핑판매행위에 대한 묵시적 허용 및 사후 승인 여부와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채무액의 50%만 변제할 것을 판결했다.
 
배상액 감경의 근거는 판매목표가 시장여건에 비해 과도해 정상적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웠고, 상당수 판매사원이 변칙적 방법으로 목표달성을 시도해왔으며, 판매사원의 변칙 행위를 사실상 묵인하는 지점장이 적지 않으며, 원고 김 아무개(영업사원)가 소속된 지점의 지점장은 묵인을 넘어 지시·독려한 점, 개인적으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은 점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가 관할 구역내 1백9개 거래선 사이에서 재량으로 각 제품공급 가격을 달리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덤핑판매의 회피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이 판결 내용은 1994년 기사에 나왔듯이 '영업사원들이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덤핑판매를 하고 차액에 대해서는 (시세정보에 어두운) 영세소매상에 덤터기 씌우기를 하라'는 뜻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57.7% 탈루?
호화 사치 해외관광에 부동산 투기까지
3백19명 대상 세무조사로 1천65억 추징

 

국세청이 탈세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고소득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의 평균 소득탈루율이 57.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오대식 조사국장은 "이번 조사결과 조사대상자 중 상당수가 탈루한 소득으로 빈번하게 호화사치 해외관광을 하거나 부동산 투기를 통해 재산을 증식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이 16일 발표한 '고소득 자영업자(3백19명)에 대한 2차 조사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들은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2년간 벌어들인 소득 5천5백16억원 중 2천3백31억원의 소득만 신고하고 나머지 3천1백85억원을 신고 누락했다.
 
국세청은 이들 3백19명에게 모두 1천65억의 세금을 추징했는데, 이는 1세대(업체)당 1년간 총 과세대상금액 8억7천만원 중 3억7천만원만 신고하고 5억원은 신고 누락한 꼴이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2차 조사에서 발표된 소득탈루율 등은 탈세혐의가 구체적으로 포착된 기업형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일반 자영업자나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의 일반적 현상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번 2차조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날부터 고액탈세 혐의가 짙은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3백62명을 대상으로 3차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의 고소득 자영업자 3차조사는 지난 5월 종합소득세 신고내용과 그간의 개별신고 지도 결과를 종합 분석하여 신고수준이 개선되지 않은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했다.
 
조사대상은 ▲기업자금을 유용하거나 탈세한 자금으로 부를 축적한 고의적 고액 탈세혐의자 99명 ▲변호사·세무사·회계사·법무사·변리사·건축사·관세사 등 전문직 사업자 77명 ▲의료서비스업·대형약국 94명 ▲지역적인 세원특성을 고려 탈세혐의가 크게 나타난 도소매업·집단상가·전자상거래 업종 92명 등이다.
 
김경탁 기자
kt@breaknews.com
2001년 9월 해운업계 전문지인 <한국해운신문>에서 조선업계 출입 및 외신부 기자로 언론인의 길을 시작했으며, 2005년 11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브레이크뉴스+사건의내막 경제부에 근무했습니다.

근황은 이곳으로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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